스마트폰으로 FM 라디오 직접 수신을…

[사설] 스마트폰으로 FM 라디오 직접 수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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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유주열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강진이 발생해 전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그 후 수백 차례 이어진 여진으로 인해 지진에 대한 공포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판명되는 사건이었다. 또한 이번 지진을 계기로 재난 방송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한층 높아지게 됐다.

유사시 자연 재난 발생 상황을 알리는 재난 방송 매체는 TV, 라디오, DMB, 인터넷 등 여러 가지로 구현할 수가 있다. 이번 지진 발생 시 갑작스레 밖으로 뛰어나온 시민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유일한 정보 획득의 수단이었는데, 모바일 데이터 접속의 폭주로 인해 거의 두 시간 동안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매체에만 의존하다가 큰 코를 다친 격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전달 매체는 FM 라디오의 직접 수신일 것이다.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FM 신호를 직접 수신할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재난 방송 매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폰에는 FM 수신칩은 있지만 활성화돼 있지 않아 수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방위 소속 배덕광 의원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온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자사의 데이터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내장된 FM 수신칩을 비활성화했다는 주장이다. 즉 라디오 전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데도 자사의 이익을 위해 유료 데이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라디오 수신만 가능하게 했다는 얘기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동통신사들은 책임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의 경우 모든 휴대전화에 FM 라디오 직접 수신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등 서방 선진국에서도 이미 수 년 전부터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대다수 이동통신사에서 FM 직접 수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현 가능 여부가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와 충분히 가능한 여건인데도 하지 않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우리가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는 스마트폰의 편리한 기능을 외국에서는 다 이용하는데 일부 사업자의 사리사욕 때문에 우리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게 무슨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스마트폰으로 데이터 사용 없이 언제나 FM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또 다른 이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FM 매체에 대한 청취자의 인식제고 및 청취율 증가으로 최근 영향력이 점점 축소돼 가는 FM 라디오의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재난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새로운 재난망 구축을 위해 주파수를 배정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또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 정치권, 정부, 민간 각 분야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연관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