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전쟁 중

[사설] 세계는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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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진신우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그들의 출장은 대략 폐막식 60일 전부터 시작된다. 소속 방송사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게는 10명 미만으로, 많게는 10명 이상 단체로 떠나게 된다. 인천공항을 떠나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그들은 철저하게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 된다. 현지의 교통수단을 사용하고, 현지 사람들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만나며 소통하기도 한다. 그들은 올림픽을 준비하러 떠나는 방송기술 선발대이다.

현지에 도착 후 짧게는 20일, 길게는 2달 가까이 단체로 움직이며 합숙 생활을 한다. 방역이라는 단어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 되는 셈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IOC는 올림픽 1년 연기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은 일본에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일본의 방역 시스템은 항상 논란이 되어 왔다. 질서 정연한 국민성 뒤에는 국제적으로 뒤통수 잘 치는 정부가 숨어 있었다. 도쿄돔 경기장에 정원의 80% 이상을 채워 국민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확산 실험을 하는 용감한 조직이다.

올림픽 선발대로 떠나는 이들은 우리의 동료이며 누군가의 자식이거나 부모이며, 코로나에 걸려도 좋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IBC(국제 방송센터)는 항상 좁은 장소를 많은 사람이 이용해야만 했다. 방송사에서 청약한 한정된 공간에는 스포츠, 교양, 보도, 아나운서, 해설, 기술 및 그 외 스텝들로 가득했다. 식사로는 배달되는 도시락을 먹거나, 조직위원회에서 마련한 식당을 이용해야만 했다. 비대면, 거리 두기 생활은 절대 지킬 수 없는 생활환경인 셈이다.

한정된 인원으로 해외에 나가서 방송을 제작하다 보니 주 52시간은 남의 일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루 20시간씩 근무를 하기도 하며, 체력은 고갈되어 몸의 면역 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진 상태가 된다.

한마디로 외부 감염에 매우 취약하게 되어 어떤 바이러스라도 침투하기 쉽게 되어버린다. 자,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꼭 개최해야만 하는가 재고할 필요성이 다시 생기게 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보여준 방역 시스템은 한국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천연두 백신이 개발되고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200년이 걸렸다고 한다. 코로나19 백신이 발표되고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서 우리가 그것을 누리기에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베는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슈퍼마리오 의상을 입고 등장했지만, 슈퍼마리오는 잠시 쉬어야 할 가장 확실한 이유가 생긴 셈이다. 선수 보호를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하는 나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선수들만큼이나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도 보호받아야만 한다. 불참을 기본으로 하되 참석하더라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현지 제작은 줄이고 국제 신호만 송출하는 정도로 현지 시설을 줄여야 할 것이다.

올림픽 과거사를 살펴보면 전쟁이나 보이콧 등으로 하계 올림픽이 취소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1916년 베를린, 1940년 도쿄, 1944년 런던 올림픽이 그러했다.

지금은 전 세계가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IOC는 정치, 경제 논리로 어떻게든 올림픽을 개최할 생각만 하지 말고 인류가 직면한 재앙의 논리로 올림픽도 쉬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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