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을 지지한다

[사설]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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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변철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 군부 세력은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아웅 산 수 치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연맹(NLD)에 패배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과 윈 민트 대통령을 감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 곳곳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총격과 폭력 진압이 자행되고 있고, 사태는 점점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는 1962년 쿠데타를 통해 군사정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53년간 군사독재를 이어갔다. 이에 항의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1988년 8월 8일 ‘양곤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화 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때 3천 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다 미얀마 독립운동의 영웅인 아웅 산 장군의 딸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연맹이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고 반세기 넘게 계속됐던 군부 지배를 끝내게 된다. 그 후 5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8일 총선에서도 83%의 압도적인 지지로 문민정부 2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에 위기감을 느낀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선관위가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하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군부는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새로운 선거를 해서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 왜 다시 쿠데타가 일어난 것일까? 한국의 경우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군 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체해 군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없애버린 것과 달리, 미얀마는 문민정부 1기에 군부가 장기 집권을 위해 바꿔놓은 헌법을 개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행 미얀마 헌법에는 외국인 자녀를 둔 사람의 대통령직 출마를 제한하고, 국회의원의 25%를 군부에 할당하며, 개헌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75%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또한 군은 언제든지 1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로써 영국인과 결혼해 자녀를 둔 아웅 산 수 치 고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고, 군부의 동의 없이는 헌법을 개정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미얀마의 전화, 인터넷, 텔레비전이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을 중심으로 먹통이 됐고, 은행 업무가 마비됐으며,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다. 군부 세력은 시위진압을 위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동원하고,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까지 감행해 안타까운 희생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시민들은 자녀와 후손들에게 군부가 독재하는 환경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감금된 인사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쿠데타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철권통치를 이어온 아시아 일부 국가는 미얀마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UN마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쿠데타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지 못했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항쟁의 역사가 미얀마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당시 한국의 언론인들은 군부 세력의 강압에 눌려 눈을 감고 한없이 무기력했지만, 해외 기자의 목숨을 건 취재와 보도로 광주사태의 참상을 알리고 국제적인 여론을 형성해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41년 전 광주 시민들도 고립된 광주를 누군가가 지원하고 연대해서 함께 해주길 간절히 바랐었다. 미얀마 시민들 역시 민주주의를 위해서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지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미얀마에 대한 최루탄 수출 중단과 개발 협력사업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경제 제재와 수출 통제 등 국제사회의 단결도 필요하다. 또한, 한국 언론은 미얀마 상황에 대한 취재, 보도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얀마 시민들은 같은 역사와 아픔을 공유한 한국에도 도움과 지지를 간절히 애원하고 있다. 민주화 운동에 보내는 우리의 지지가 미얀마와 국제사회에 더 큰 울림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시민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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