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꺼지지않는다

[사설]촛불은꺼지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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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타고 있다. 훅 불면 금세라도 꺼질 것 같았던 촛불이지만 꺼질듯 말듯하면서 질긴 생명을 이어 나가고 있다. 7, 8월 한여름에도 촛불은 계속 타오르고 있다. 옛날, 수레가 다니던 시골길 한가운데와 바퀴 자국을 지나 양쪽 가장자리에서 질경이가 참으로 많았었다. 육중한 소 발바닥에도 밟히고, 사람 신발 바닥에도 밟혔지만, 그 생명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로 끈질겨 생명을 유지해 온 것을 숱하게도 봐 왔다. 발에 밟혀 잎이 찢어지고 줄기가 끊어져도 금새 새순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것을 봐 왔다. 지금 매일 밤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켜지고 있는 촛불들도 무자비한 경찰의 방패와 군화발, 물대포에도 꺼지지 않고 끈질기게도 버티고 있다. 소 발에 밟혀도 금방 새순이 돋아나는 질경이 처럼 하나의 불씨는 두 개의 촛불이 되고, 두 개의 불씨는 다시 네 개의 촛불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 마치 질경이의 삶을 보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정권으로부터 시달리고 협박당하고 고문을 당해왔고, 언론은 정권의 가세하여 앵무새처럼 짖어대기만 했던가? 87년 6.10항쟁 이후 우리사회에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가장 먼저 언론이 민주화 바람을 맞았다.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으면서 언론은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정책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국민 민복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정립하고 수행해 왔다. 지난 20동안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나름대로 한국적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듯 정권이 바뀌자 말자 언론장악이 최고의 화두가 되면서 이 사회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이 정권의 시각에서는 일부 신문을 제외한 모든 언론이 정화 대상이요. 교화 대상이다. 국민을 현혹하고 선동하고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론을 이 상태로는 놔두고서는 정부의 정책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 이참에 언론을 확 바꿔버려야 한다고 한다. 방송에서 나오는 모든 장면과 말하는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눈아 빠져라, 귀야 넘쳐라 하면서 모니터하고 있다. 말도 안되고, 논리에도 맞지 않게 꼬트리를 잡기위해 안 그래도 할 일 많은 정부 기관을 총 동원해서 수사하고, 심사하고, 협박하고 있다. 방법도 부지기수로 많다. 직접 찔러도 보고, 둘러서 후려쳐보기도 하고, 메쳐보기도 하고 참 방법도 만다. 네깟 것들이 얼마나 견디겠어? 조만간 두 손 들고 나오겠지 하는 심산인 것 같다. 정말 작심하고 끝장낼 것 같은 기세다.


  지난 군사정권 시절에 그 혹독하고 서슬퍼런 시절을 용케도 견디면서도 앞만 보고 살아온 우리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이도 있었고, 만시창이가 되어 운신이 어렵게 된 이도 많았지만, 우리 민초들은 그 세월을 뛰어 넘어 민주화를 이룩하였고 자유를 만들어 왔다. 이 정권이 그 들을 또 다시 협박하고 있다. 아물어 가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이 정권은 아직도 국민들이 예전에 민초들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민주화되었고, 지식화되었고, 시민의식이 투철해진 우리네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숱한 세월을 질경이처럼 밟히고 밟혀도 꿋꿋하게 일어서며 살아온 우리네 민주화된 국민들은 더 이상은 밟히지 않겠다고 한다. 청계천에서 시작된 촛불은 요원의 불처럼 전국을 뒤덮었고, 그 함성은 하늘을 찔렀다. 이젠 물대포도 겁나지 않고 곤봉도 두렵지 않은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 있다. 그 동안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선임과정에서 각계의 건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적합한 인사들을 추천함으로써 지금과 같이 비정상적인 방송장악정책을 막아내지 못해 지탄을 받았던 통합민주당이 변하겠다고 한다. 정권의 방송장악이 얼마나 무모하게 진행되고 있고, 국민의 기본권 박탈,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오는지를 이제야 깨달은것 같다. 방송장악음모저지를 당의 제 1과제로 상정하였고, 당력을 총 동원하여 막아내겠다고 한다. 당 내부에는 “방송장악저지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감사원과 검찰, 방통위원장 등을 항의 방문하였고, “이명박정부 언론탄압 규탄 촛불문화제”를 주최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너무 늦은 감도 없진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촛불을 들고 방송독립을 외치는 방송현업인들과 우리네 민초들이 버티고 있다. 질경이와 민초들의 생명력처럼 민주당도 야당답고 질긴 모습으로 이 정권의 방송장악음모를 앞장서서 분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