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시국선언

[사설] 벼랑 끝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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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시국선언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에 맞선 언론인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1개 언론현업단체와 언론인 단체로 구성된 ‘국민주권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대한민국 언론인 시국선언 추진위원회’는 지난 월요일(9월 2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언론인 시국선언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각 직능 단체와 노조는 산하 지부를 통해 1차적으로 10월 24일까지 시국선언 서명을 받고, 10월 24일에는 가칭 ‘전국언론인 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정권이 언론장악 음모를 포기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이후 처음으로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언론인들의 시국선언이 있기까지는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그들이 말하는 좌파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추진해온 전방위적인 언론관련 법제도 개악과 압박이 언론 자유와 독립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어 전 언론인들이 분연히 일어서게 만든 것이다. 그 동안 정권 탄생의 산파역할을 한 극우 보수 신문의 방송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한 신문·방송 겸업 허용, 광고매출을 통제해 지상파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민영 미디어렙 도입, 대기업 케이블방송 독점을 가능케 하는 소유제한 철폐, 정당한 언론소비자 주권운동에 대한 사법처리 등 전권의 반 언론 정책들이 현업 언론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어 왔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사장을 위법하게 퇴임시켰고, 새로 임명된 사장은 본부장에서 사원까지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단행된 인사에 대해 내부에서 “말이 좋아 인사 발령이지, 누가 봐도 비인간적인 대량 보복 인사”이며, “법도 원칙도, 그리고 최소한의 양식과 품위도 없이 진행된 인사 폭거였다”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대상자의 상당수가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설파해온 당사자들이고, 현 사장 체제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인사이동 대상을 먼저 파악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검토한 뒤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인사를 시행하던 관행이 실종됐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원행동에 적극 참여했던 기술직 직원들은 지방 송중계소로 발령 났고,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직원은 그 동안의 업무와 상관없는 지방 중계소로 발령나기도 했다.

 

YTN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신임 사장 선임시부터 시작된 노동조합 중심의 반발은 인사이동 거부, 보직자의 업무지시 거부, 징계와 사법처리 등으로 노사간에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다. 전직 노조위원장 및 전,현직 기자협회장들은 성명서를 통해 노사 양측은 즉각 대화에 나서 실질적 대 타협안을 이끌어 내야한다”고 촉구했다.

YTN노조는 “그동안 끊임없이 대화의 장으로 달려가고자 했다.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총의 수렴의 계기로서 ‘열린토론’도 준비했다”, “하지만 구씨와 사측의 몰이해와 조급함으로 노조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또 “대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인사문제 해소, 징계와 사법처리를 철회하라”고 밝히면서 “24일 인사위와 25일 (조합원의) 경찰 첫 소환 등에 대한 사측에 대응에 따라 노조는 ‘대타협’의 전기를 맞을 수도 ‘극한투쟁’의 길을 갈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로 언론의 총체적인 위기이다. 정권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해바라기와 같은 관변학자들은 눈앞의 이권과 권력에 눈이 멀어 오른쪽이니, 왼쪽이니 하면서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극한 편 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다. 숭고한 역사마저도 편 가르기에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도 산산조각을 낼 심산인 것 같다. 매체별, 직종별, 직종 내에서 조차도 편 가르기가 나타나고 있다. 언론사가 정권의 의도대로 흔들리고 있다. 지금과 같이 서민경제가 파탄나고, 국가 경제가 위기 몰리고 있고, 국가 정책이 방향성을 잃고 헤매는 상황에서 정권의 우직 언론장악 시도 때문에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나타나고 있는 방송사 내부 구성원간의 갈등과 반목은 조속히 치유해야한다. 거대한 권력의 힘에 맞서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가다듬고 힘을 뭉쳐야한다. 그들보다 더 큰 국민 권력이 있기 때문에 결코 외롭거나 불가능한 싸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극한적인 상황 전개는 현 정권이 언론의 사회적 기능보다는 경쟁산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산업논리로 언론을 재단하여 정권이 언론을 보다 쉽게 장악하기 위한 기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된 대한민국은 어는 부분도 국가가 일방적으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원화되고, 합의가 존중되고, 가치관이 업그레이드 된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그들이 그리워하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잣대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언론 자유와 독립을 지키고자하는 언론인들은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분쇄하기 위해 시국선언에 적극 동참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