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기묘한 LTE-A 시연회

[분석] KT의 기묘한 LTE-A 시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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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가 처음 선 보인 LTE-A 서비스가 대한민국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장이라도 LTE-A를 시작할 것처럼 보이던 KT가 난데없이 자사의 해당 서비스가 형편없음을 알리는 시연회를 ‘자발적으로’ 열어 눈길을 끈다. 당시 KT T&C 표현명 사장은 LTE-A 도입에 대해 “아직 전국 서비스가 아닌 만큼 KT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히며 “KT도 900MHz에서 클리닝 작업을 하며 LTE-A를 오래 준비한 만큼, 클리닝이 되는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LTE-A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KT는 16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KT 안양전화국에서 ‘900MHz 대역 주파수 간섭에 대한 현장검증 시연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해당 시연회는 자사의 높은 서비스 품질을 홍보하고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KT는 이 자리에서  전파 간섭이 심한 현재의 주파수로는 LTE-A가 힘들다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이 상태로는 절대로 LTE-A를 구현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SKT가 LTE-A 공개 시연행사에서 자사의 서비스 품질 우수성을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속도를 조작했다는 지적까지 받았던 반면, KT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형편없다는 점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솔직하다. 매력이 넘친다.

   
 

이번 시연회에서 KT가 말하고자 하는 사실은 명백했다. 바로 ‘현재 자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주파수로는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할 수 없으니 1.8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KT는 모의실험을 통해 자사 LTE 보조망인 900MHz 대역에서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무선전화기(CP)가 이동통신에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RFID 사용 지역에서 단말기가 기지국으로 전파를 보내는 업링크 과정에서 속도가 뚜렷하게 저하되는 결과가 나왔으며 900MHz 대역 업링크 속도는 통상적인 속도인 10Mbps에 크게 못미친 1Mbps 수준으로 나왔다. 심지어 주변에서 무선 전화기를 이용할 경우 음성 통화는 20초를 넘기지 못했다.

동시에 KT는 아파트나 건물 등의 차폐기에 쓰이는 RFID가 9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하기 때문에 자사의 통신 서비스를 방해한다고 지적했으며 집전화의 무선전화기 역시 900MHz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까닭에 이동통신 기지국과 단말기 간의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심각한 전파 간섭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KT는 보조망인 900MHz 대역의 전파간섭 문제로 20MHz 폭만으로 LTE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달리기 시합에서 전력질주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목발을 짚고 달리는 것과 같은 형국”이라고 밝혔다. 결국 현재로서는 LTE-A를 할 수 없으니 1.8GHz 대역 주파수 할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시연회인 셈이다.

하지만 SKT와 LG유플러스는 KT의 이러한 주장이 엄살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들은 KT가 극단적인 주장을 통해 사실상 1.8GHz 대역 주파수의 할당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KT가 주장하는 900MHz 대역 전파 간섭 문제는 LTE-A 서비스에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KT가 자사 서비스 불안정의 원흉으로 지목한 RFID 전체가 주파수 간섭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이는 가정용 무선 전화기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LTE-A를 둘러싸고 KT의 우려와 경쟁사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1.8GHz 대역 주파수 경매 방식을 두고 또 한번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KT 노동조합은 대대적인 조합원 투쟁을 통해 해당 주파수 경매 방식을 규탄하고 나섰으며 여기에 경쟁사들도 가세해 더욱 커다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조에서 3조 단위로 벌어지는 주파수 경매 자체가 통신사는 물론 가입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전 세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통신비를 이유로, 제조사의 고가 스마트폰 전략과 맞물린 ‘LTE-A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는 통신사들의 과도한 속도 경쟁의 목적이 사실은 트래픽 분산에 있으며, 아직 전국 서비스도 아닌 마당에 대대적인 홍보로 여론몰이를 하는 이유가 결국 가입자들의 지갑을 노리기 위한 제조사-통신사의 꼼수라는 분석이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