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주파수 정책방안 시리즈 (2)

방송주파수 정책방안 시리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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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정책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방송용의 주파수 정책 방향

/박상호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
주파수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주파수 관리정책은 항시적으로 고정되어 있다기보다는 사회적 수요, 주파수 이용 기술의 변화, 그리고 한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정책목표 등을 종합 반영하며 변화해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파수는 모든 국가들에 있어서 엄격한 관리정책의 대상이었다.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주파수가 희소한 공공재로서의 특성을 지닌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규제 없이 다수가 다양한 용도로 주파수를 이용하게 되면 혼신으로 인하여 부정적인 외부성이 발생하고 궁극적으로 소통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혼신을 관리하기 위한 기술적 규제(traffic cop으로서의 역할), 특정 주파수 대역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를 지정하는 배정(allocation), 그리고 특정한 용도로 배정된 주파수 대역에 대한 이용권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할당(assignment), 이 세 영역에서 주파수 자원을 엄격히 관리하는 정책이 자리잡아왔다.

전파관리정책이 최초로 시작된 것은 1927년 미국에서 전파법(Radio Act)이 제정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관리는 주로 혼신을 피하기 위하여 주파수가 할당된 사업자에게 배타적 이용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취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전파이용기술이 발전하고 전파에 대한 수요가 증대됨에 따라 전파관리정책의 목표와 내용도 변화해 왔다. 주파수관리의 기본적인 구상은 이용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기적으로 변이되어왔으며, 그 동안의 정책변화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제1단계는 전파에 대한 초과수요가 문제시되지 않았던 1990년 이전까지이다. 이 시기에는 방송(라디오와 TV)이 전파의 주된 사용처였으며 전파관리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전파간섭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전파간섭의 관리는 주파수대역을 분할하고 각 대역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었다. 이 시기에는 주파수가 그 경제적 가치보다는 공익을 근거로 사용권이 부여되었는데, 상대적으로 여유 주파수 대역이 풍부한 관계로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다. 이시기의 모든 주파수 대역의 활용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정부주도의 관리방식인 명령과 통제(command-and-control) 방식이라 일컫는다. 점차 동일 주파수 대역에 대한 수요가 희소성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제2단계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이동전화를 위시하여 전파에 대한 상업적 수요가 증대됨에 따라 전파의 희소성 문제가 심각해졌으며, 이에 따라 전파간섭 방지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주파수정책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전파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주파수 분할과 배타적 사용권 방식이 계속 유지되었지만, 주파수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신규 주파수의 할당과정에서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공적 수익으로 회수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상업용 주파수에 대해 경매제를 통하여 시장원리에 근거한(market-based) 전파관리정책을 도입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경매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지만, 신규 무선통신사업을 허가할 때 주파수의 할당대가를 부과하여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였다.

제3단계는 200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에 해당된다. 2단계에서보다 주파수 부족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짐에 따라, 할당단계뿐 아니라 사용단계에서도 효율화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짐에 따라서 디지털 전환 이후에 생기는 1㎓이하의 여유 주파수 대역의 활용문제가 여러 국가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대두되었다. 또한, 사용의 효율화를 위해 주파수 대역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파간섭의 관리정책도 이제까지의 엄격한 배타적 사용권 방식을 완화한 간섭 온도 접근(Interference temperature approach)을 채택할 필요성이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이미 할당된 주파수를 거래하거나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유권(property right) 방식의 정책이 경매제를 도입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기존의 산업·과학·의료용(ISM : Industrial, Scientific, Medical)대역 이외에 공유대역을 추가로 할당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주파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동시에 기술발전으로 주파수가 한층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사업자와 규제기관간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새로운 주파수 관리정책의 필요성이 대두하게 되었다. 새로운 주파수 관리정책은 주파수 자원의 이용을 효율화하고자 주파수의 분배 및 할당, 그리고 주파수 할당 이후의 활용 차원에서 종래의 정부주도적 명령과 통제 관리체계를 최소화하고 시장 및 기술 친화적 방식의 보다 유연한 주파수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파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전파의 효율성만을 강조한 주파수정책은 주파수의 공익적 활용에 대한 문제를 도외시한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방송용 주파수 정책 방향  및 원칙

주파수 정책변화의 가장 주요한 요인은 주파수에 대한 수요 증가이다. 주파수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주파수 기반 서비스 및 장치에 대한 폭발적 수요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증대의 원인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이동성이 증진되고 있으며, 경제가 소통 집약적(communication intensive) 서비스 부문의 발전을 추동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방송통신융합시대가 도래하면서 주파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전파 산업이 국민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함에 따라 유한한 전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주파수관리의 주요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향후 유비쿼터스환경이 도래하면 주파수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으로 전파 산업은 고도의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국가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였다. 많은 선진국들은 주파수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의 주파수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주파수 확보 전략은 각국이 처한 상황 또는 주파수관리체제의 특성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나, 새로운 주파수 대역의 발굴, 주파수대역 정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광범위한 규제 계획에 의존하는 주파수관리는 기술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데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정부가 전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면 시장수요와 기술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상업용 및 공공용 등 모든 주파수용도에 대한 상대적인 가치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주파수가 전파이용 산업의 필수 불가결한 생산 요소인 점을 감안해 볼 때 한정된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구체적으로 ‘전파자원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와 ‘정해진 용도 하에서 누구에게 사용권한을 부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전파관리의 핵심요소로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전파방송정책이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매체환경변화에 적합한지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1990년 이전에는 방송분야를 중심으로 공익적 관점에서 주파수 정책이 이루어졌으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기관은 방송산업에 어느 정도 포획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1990년-2000년에는 이동전화 등의 통신분야를 중심으로 주파수의 상업적 수요가 확대되면서 재산권시스템에 의한 시장기구방식이 주파수 관리 정책에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방송과 통신분야는 산업적 우월지위를 확대하기 위해서 지대추구행위를 강화하였다. 또한 신규사업자인 통신사업자는 주파수 할당을 위한 포획활동을 강화하였다. 2000년 이후에는 규모의 경제차원에서 통신사업자는 방송사업을 압도함으로 인해서 주파수 수요차원에서 포획활동을 강화하였다. 자본주의 환경에서 시장기구방식의 경매제가 확대되면서 방송사업보다 우월한 규모를 가진 통신산업을 중심으로 주파수정책이 확립되고 있다. 그럼으로 인해서 국민이 주인인 주파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차원에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추구하는 지상파방송의 공익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송용주파수의 정책이 도외시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디지털전환 후 여유 주파수 대역(700㎒대)을 4세대 이동통신용으로 고려중이다.

주파수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주파수의 사회적 활용을 최적화함으로써 주파수로부터 도출되는 공공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영국은 원활한 디지털 전환과 주파수의 효율성 확대를 위해서 무료 다채널방송(2007년 11월 30일자 프리뷰 채널수 50개)인 프리뷰(Freeview) 서비스를 통해서 유료방송중심의 매체환경에서 수신료를 낸 시청자에게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디지털 방송을 시작하였지만,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의 완료를 장담할 수없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년까지 원활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 유료방송중심의 다매체 다채널 환경(케이블TV, 위성방송, 위성DMB와 IPTV)에서 수신료를 낸 시청자에게 TV라는 보편적 매체를 무료로 이용(주파수의 공익성과 MMS를 통한 효율성 확대)할 수 있는 (디지털 지상파)방송정책을 확립할 수 있게 (방송용)주파수의 종합활용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