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방송을 삼키나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을 삼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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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정부의 조직 규모를 17부 3처 17청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과 해양수산부의 및 경제부총리제 부활을 골자로 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그리고 인수위는 일주일뒤인 22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조직 개편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인수위 발표에 ICT 전담 부처의 극적인 부활은 없었으나 미래창조과학부에 과학기술과 ICT 전담을 두는 복수 차관제 도입과 방송 및 통신정책 업무를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하는 것은 핵심적인 사항이다. ICT 전담차관 소속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융합 및 진흥기능,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화 기획, 정보보안 및 정보문화 기능을 이관한다. 또 방통융합 기능도 미래창조과학부가 관장한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방송 광고 영역의 경우 결국 미래창조과학부의 ICT 전담 차관 업무에 포함되었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규제 및 공공성이 요구되는 사회문화적 기능을 관할한다는 것도 재확인되었다.

하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먼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나친 비대화다. 현재 인수위 발표대로라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복수 차관제를 도입할 정도로 기존의 지식경제부, 방통위, 문화부 등이 가지고 있던 막대한 정책적 결정권을 틀어쥐게 된다. 아무리 차기 정부가 정책적인 부분에서 콘트롤 타워를 중시한다고 해도 기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많다는 평이다. 게다가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유민봉 간사가 회견장에서 방송통신융합의 동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현재의 정부 조직으로는 두 영역의 긍정적인 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애초에 관련 산업의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 것부터 문제라는 주장이 대세다. 물론 유 간사도 이러한 반발을 의식한 듯 질의응답 시간에 규제와 진흥의 분리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여기에 방통위의 위상변화도 변수다. 인수위 진영 부위원장은 방통위가 방송의 규제 기능을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일정정도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15일 기자회견 전만해도 내심 ICT 전담부처로의 승격을 노렸던 방통위는 사실상 정치적인 이유로 한정된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방통위가 지금 특정한 액션을 취하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평이다. 방통위는 인수위 기자회견 직후 환영 논평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방송 및 통신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의 ICT 전담차관이 맡는 부분이다. 이는 방송, 특히 방송 기술이 인문학적 미디어 공공성을 모두 상실하고 산업발전의 논리에만 매몰될 치명적인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방송기술의 문제만은 아니다. 방송 광고의 기능까지 미래창조과학부 내부의 ICT 전담차관의 업무로 귀속되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모든 ‘방송’은 철저한 적자생존의 논리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위 정부 조직 개편안 후속조치 발표에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정책 담당 확정으로 인해 미디어 공공성 자체가 뿌리체 흔들릴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 플랫폼, 이중에서도 방송기술의 영역은 위원회 성격의 방통위 내부에서도 철저히 그 공적인 기능을 포기당하고 있었다.

동시에 이번 인수위의 정부 조직 개편안이 사실상 문화공보부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조직이 축소된 방통위가 사실상 규제의 기능만 담당하게 되면서 정부를 통한 언론장악이 더욱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근본적인 의심이 묻어있다.

한편, 방송정책은 물론 광고의 영역까지 신설 부처에 넘어가는 문제는 다른 부처에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 문화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의 반발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화부의 경우 한 때 콘텐츠 진흥에 대한 기능을 모두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겨주더라도 방송정책 및 광고 기능을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을 인수위를 통해 어필한적이 있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관 부처가 바뀌는 코바코 문제와도 비슷하며, 앞으로도 많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외곽단체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사실상 방송정책을 전담하게 되면서 미디어의 인문학적 기능이 지나친 발전주의적 정책 로드맵에 휘둘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22일 인수위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공공미디어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정부 조직 개편 방향의 진단과 제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공적 성격이 강조되는 방송영역을 합의제 위원회에 반드시 묶어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서 방통위의 합의적 위원회를 존속시키는 방안은 대체로 동의하는 한편, 부처 산하의 방송정책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그 세부적 방법에 대해서는 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