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와 공영방송

[기고]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와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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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영주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연구교수/제3언론연구소장]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

대부분의 사람들과 언론은 모든 권력자의 뒤에 비선실세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권력자의 뒤에만 비선실세들이 있겠는가. 모든 조직의 수장 뒤에는 선출되지 않고, 드러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그 조직을 좌우하는 비선실세들이 있다. 크고 작은 거의 모든 조직들은 공선(公線)이 모르는 수장(두목)의 비선들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선은 항상 누군가에 의해 폭로되거나 적발된다.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집단에 의해서든, 비선의 위험성을 감지하는 공선에 의해서든 비선실세들은 결국 드러나고 그들이 행한 온갖 비리와 패악들이 고발당한다.

영애의 시절부터 의심받던 박근혜를 움직이는 혹은 박근혜가 움직이는 숨은 세력들의 정체가 최순실로부터 시작된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를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월호 침몰 사태에서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었던 십상시,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거대한 비밀조직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안과 밖을 비밀스럽게 연결하며 공식 정부마저 무력화시키며 전방위적인 비리와 권력남용, 갈취와 인사권을 휘둘렀던 비밀정부 요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매일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 관련 소식들을 하나씩 정확하게 쫓아가기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하지만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는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정부와 권력 뒤에는 부여받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며 실질적인 권력의 주인 노릇을 했던 비선들이 있었다. 어찌 보면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는 우리 사회 자체가 비선출, 비공식, 비밀 실세들의 거래와 나눠 먹기라는 비정상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종합적이고 확실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1%의 초거대 계급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절대 빼앗기지 않는 구조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박근혜 이전의 이명박, 이명박 이후의 박근혜 – 그들의 공작 정치와 쇼 비즈니스

2008년 광우병 유발 가능성이 있는 미국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거나 수입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 당시 정부는 정치적 무지나 반미 불순분자들의 선전선동으로 내몰면서 언론을 포함한 여론 공간들과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할 공론장을 위협했다. 2010년 3월,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의 초계함인 PCC-772 천안함이 침몰했다. 이로 인해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되었다. 해군과 정부의 발표와 달리 천안함 침몰에 대한 의혹들이 여기저기서 분출되었다. 정부는 북한 어뢰에 의해 폭침당했다고 발표했지만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했다. 명확하지 않은 증거들, 해명되지 않는 사실들, 엇갈리는 진술 등이 이러한 의혹들을 확산시켰지만 정부는 또다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며 ‘묻지 마’ 애국심을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4대강 프로젝트에 공식 투입된 예산은 22조 2000억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액수가 밝혀지지 않은 채 엄청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국토 개조 사업을 둘러싼 수많은 합리적인 문제 제기와 반론이 되풀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의 제기 집단과 정부 간에 상호 인정할 수 있는 합의점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은 채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었다. 국내외의 다양한 비판적 여론과 그런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 사업 진행이 충돌한 채 현재 개조된 4대강은 가뭄이나 홍수, 물류 운송이나 선박 운항, 관광산업 활성화나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강의 생태 환경의 악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징후들이 나타나면서 또다시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또 감사원의 감사 결과 석유, 광물, 가스공사 등 자원외교 3대 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36조 원이나 투자했지만, 안정적 자원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이 정부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 부처나 공무원들이 침묵하거나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며 피해간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한 유례없는 대형 참사는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10명의 실종자를 바닷속에 남겨둔 채, 유가족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분노와 불안, 좌절과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침몰하는 배에서 인명을 구조해야 할 국가 장치들의 부재, 열악하다는 말조차 완곡어법일 정도로 불비하고 체계없는 재난구조 시스템, 변명하는 정부, 제기되는 의혹들, 언론 통제와 입막음, 유언비어 유포자 처벌이라는 명분으로 차단되는 정보들은 단순히 컨트롤타워나 리더십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부재가 야기하는 위험사회, 또는 재난 자본주의의 전모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을 향한 물대포 세례, 유가족을 비하하는 일부 언론과 일베 등 극우 보수적 문화정치,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방행와 강제적 해체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정부와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 영역의 무책임과 무능력은 한국 사회의 위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이것뿐인가. 2015년 5월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전쟁용 살상 무기인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되었다. 쌀 한가니 분량에 100만 명 이상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사율 95%의 살상 무기가 택배로 배달된 것이다. 정부는 특별한 진상 규명 조치가 없었고, 대부분의 언론은 이에 대해 침묵했다. 고리 원전 1호기의 정전 사건의 발생과 그 후에도 계속되는 원전 사고와 방사능 물질의 누출에 대한 의심이 커지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은폐하거나 축소했다. 오히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전 수출이라는 정부와 에너지 부족을 내세운 원전 건설 자본의 견고한 협력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갑작스러운 확산으로 대한민국은 경제적, 심리적으로 한시적인 공황상태를 경험했다. 급격히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하는 치사율, 응급실 폐쇄와 문을 닫는 병원들, 초기 방역 실패와 은폐, 뒤늦은 정보공개,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에 쏟아지는 비판들이 이어졌다. 정부는 또다시 유언비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정부와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뒤늦게 대통령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현장에 출현해 ‘무엇인가를 행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의 현장 연출과 설정 논란이 뒤를 이었고, 대통령은 뜬금없이 손 씻기 교육에 나섰으며, 여당 대표는 메르스 경로 음식점에 등장해 식사하며 그저 두려워하지 않으면 된다는 오래 묵은 의지론을 설파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강행과 비밀스러운 집필 작업,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사망한 백남기 농민,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과 중단된 개성공단 문제, 테러방지법 직권 상정과 사드 배치 결정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근혜 이전의 이명박 정부와 이명박 이후의 박근혜 정부는 국정 운영에 있어서 거짓과 여론조작, 언론 회유와 통제를 포함한 공작 정치와 쇼 비즈니스로 연명했다.

그런데 공영방송은?

끊임없이 터지는 재난과 사건·사고, 정부의 실정과 거짓말하기, 사건 은폐와 비밀스러운 거래의 흔적들이 드러나지만 그 누구보다 먼저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진실을 추구해야 할 공영방송은 지난 10년 동안 오히려 정보 공작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제왕적 대통령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권력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방송사 조직 내 두목에게 충성을 바치고 부귀영화와 작은 권력이라도 가져보고자 탐하는 핵심 부하들이 공영방송의 주요 요직들을 차지했다. 이들은 비판적인 저널리스트들을 내쫓거나 무력화시키는데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권력을 휘둘렀다. 심층취재 시사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뉴스 보도는 대통령과 정권 보호를 위한 홍보물로 넘쳐났다. 예능화된 보수 저널리즘의 무대인 종편 채널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진실을 알고 있는 시민들은 온라인 공간과 SNS에 모여들었다. 공영방송 내부에서 심화되는 대통령과 권력에 대한 충성 경쟁은 방송사 내부의 능력 있고 신뢰받는 기자와 PD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시민들의 작별 인사를 재촉했다. KBS와 MBC, YTN은 지금 가장 불명예스러운 방송사로 전락했다. 어디 저널리즘의 문제로만 끝났겠는가? 신선하고 실험적인 아이디어와 포맷으로 무장한 유료방송 채널과 PP들에게 드라마와 예능에서도 한참 뒤처지는 비참한 상황으로 내몰리더니 이제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광고 좀 더 늘려주세요!”(중간광고 허용, 광고 총량제, 광고 품목 규제 완화 등)라고 애걸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창의적인 노동자들을 온갖 협찬과 PPL 영업 인력으로 만들고 “줄만 잘 서면 그래도 괜찮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우주적 기운’처럼 공영방송사를 배회하고 있다.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는 공식적인 정부 기관들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통제, 조정, 무력화, 조작하는 비밀스럽고 사적인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온갖 언론 통제와 포섭, 여론조작이 치밀하게 수행되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그래서 계속 의심스러운 질문이 이어진다. 공영방송을 장악한 충성스러운 그 부하들도 혹시 최순실 라인인가?

공영방송의 집단적 저항력을 만들어내자

변명하지 말자. 공영방송의 수뇌부와 핵심 부하들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그리고 한국 사회의 1% 초거대 계급을 위해 복무하며 공영방송이라는 사회적 제도 자체를 파괴시키고 내부 종사자들의 위상과 자부심을 심각하게 손상시킨 이 결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은 권력으로부터 ‘특별한’ 혜택과 지원을 등에 업고 정부의 실질적인 하부 체계로 기능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공영방송은 정부와 권력, 자본과 기득권 집단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상실한 채 오히려 이들을 위한 연출된 전시 무대를 제공해 왔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합리적인 담론과 논쟁을 촉진시키고 비판적인 공중을 형성하고 상호 매개하는 공영방송의 기능은 권력과 충성스러운 방송계 신하들에 의해 승인받은 내용, 꾸며진 내용, 선전선동 기능으로 전환되었다. 시민들은 권력과 기득권 집단, 그리고 정치적 언론 권력자들의 전략적인 결합과 협력이 만들어내는 조정, 나아가 조작된 정보와 연출된 스펙터클의 공세에 놓이게 된다. 엄청난 물량의 정부 광고와 캠페인이 공영방송의 큰 손이 되고, 대통령이나 관료들은 공영방송을 통해 제조된 스펙터클에 자신의 정치를 의존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봉이 아니다. 시민들은 공영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정부의 발표나 제안들을 믿지 않으며, 연출된 스펙터클을 조롱한다. 시민들은 정부와 권력 엘리트들을 보호하려는 미디어 엘리트들에 대해 비판의 관점과 무기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SNS 등의 미디어 환경에서 언제든지 국내적으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수많은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고 접근할 수 있는 시민들은 권력과 기득권 집단 그리고 미디어 권력자들이 원하는 그런 유순하고 수동적인 존재들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가장 심각하고 위협적인 문제 중 하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비밀스럽고 폭력적으로 작동하는 정부와 공공커뮤니케이션의 체계적 비정상성, 그리고 이와 협력하고 있는 주류 언론의 타락이다. 무능력하고 허술하며 온갖 비리에 물들어 있고, 자본 권력과 끈끈하게 한 몸이 되어 있으며, 자신의 밥그릇을 공고하게 하거나 더 키우기 위해 최첨단의 통치 테크닉, 혹은 꼼수를 만들어내며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정부-언론-시민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극히 비정상적이고 비민주적인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대부분의 미디어, 특히 공영방송은 참담할 정도로 암울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은 공식적, 비공식적 정부(비밀정부)와 거대기업 및 1%의 기득권 지배집단에 종속되어 있다. 공영방송은 자신이 대의 해야 할 ‘public’을 망각한 지 오래다. 더 나아가 공영방송의 수뇌부와 충성스러운 신하들은 스스로가 국가-자본-1% 기득권 정치체계의 일부분이 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명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이들과 거래한다.

그래서 조선일보와 TV조선, 한겨레신문과 JTBC로 이어지며 박근혜 비밀정부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KBS나 MBC, YTN의 뒷북치고 따라가기식 보도가 그리 믿음직스럽지 않다. 지금도 공영방송의 수뇌부와 이의 신하들은 자신들의 목을 죄어오는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돌파할 수 있는 전략을 찾는데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불확실한 국제정세의 전개 속에서 이들은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를 빠져나올 수 있는 의제의 설정과 이슈 전환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KBS나 MBC에 대한 정치적 장악, 종편 허가 및 계속되는 특혜, 극도로 정부 편향적인 종편 저널리즘의 방치, 지역방송 및 소규모 방송 조직에 대한 외면이나 무대책, 광고 시장의 전면 자유화와 양극화, 비판 언론(인)과 시민 저널리즘에 대한 규제와 탄압, 표현과 창작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와 과잉 저지, 인터넷이나 SNS에 대한 감시와 규제, 전반적인 저널리즘의 질 하락 등 부정적 양상들의 중첩 속에서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집단적 저항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구조의 개혁(사장 선임 방식, 이사회 구성 방식, 의사결정 구조 등)이든, 방송통신위원회의 개혁이든, 미디어법을 다시 개정하거나 국민들의 동의와 공영방송의 개혁 비전들과 함께 진행되는 수신료의 인상을 통한 ‘공영성’의 강화든, 인사권을 쥐고 남용되는 사장 권력의 제한과 공영방송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방안들을 마련하는 등의 수많은 토론과 실질적인 실천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 국면에서 KBS와 MBC, YTN을 중심으로 그동안 보도를 통제하고 압력을 행사하던 사장이나 보도본부장과 국장 등 주요 간부들의 퇴진을 요구하거나 게이트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비밀정부의 언론계 ‘부역자’들에 대한 폭로와 퇴진 요구, 기자들의 파업, 독립적이고 공정한 저널리즘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시도들이 시민들의 손을 잡고 중단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박근혜 비밀정부 게이트는 공영방송에게 다시 부활의 기회와 ‘PUBLIC’과 함께 하는 공영방송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전환기적 에너지를 모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환은 공영방송의 종사자와 시민, 그리고 언론학계와 국회의 개혁 연합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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