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의원들, 광복절 KBS 기미가요 방송에 질타 ...

과방위 의원들, 광복절 KBS 기미가요 방송에 질타
박민 사장 “이유 어쨌든 불찰”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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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8월 28일 전체회의에서 KBS가 광복절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한 것을 두고 강하게 질타했다. 야당 의원들은 박민 사장에게 거듭 사과를 요구했고, 박 사장은 “이유가 어쨌든 광복절 새벽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를 편성한 것은 불찰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낙하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는 정성을 당하는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용산의 방송으로 변했다”며 “이제는 땡윤 방송도 모자라 매국 방송, 독재 미화 방송으로까지 전락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광복절 0시가 되자마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오페라 나비부인이 방송되더니 아침 뉴스에는 뒤집힌 태극기가 버젓이 등장하고, 광복절 마무리 방송은 역사 왜곡 다큐멘터리 영화인 기적의 시작이었다”면서 “매국 방송으로 온 국민의 분노를 자극하더니 18시간이 지난 후에야 사과문이 홈페이지에 게시됐는데 사과문이 아니라 핑계문에 가까웠다”고 꼬집었다. 이어 “밤 10시 무렵 KBS 9시 뉴스 두 앵커가 마무리 멘트에서 40초가량 사과했다”며 “나비부인이 1시간 20분 방송했는데 40초 분량의 사과라니요”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 사장은 “19세기 말 상황을 형성한 작품을 방송했는데 어쨌든 시청자들이 불편하거나 기분이 나빴던 부분은 공영방송으로 사과를 했다”고 말한 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듯이 나비부인이라는 작품이 일본을 찬양하고 나라를 팔아먹고 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면서 ‘의도적 친일이다’, ‘친일하기 위해 그런 방송을 의도적으로 편성했다’ 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드린다고 해명했다.

박 사장의 답변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지금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하는 자리”라며 “기미가요가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 국민의 방송인 KBS 국가기간방송 전파를 탄 데 대해 이 자리에서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그러자 박 사장은 “이유가 어쨌든 광복절 새벽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를 편성한 것은 불찰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박 사장에 힘을 보탰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시기가 적절한지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이 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일 방송을 했다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에는 억울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박 사장은 “KBS 중계석의 경우 명작들을 녹화해서 단순 방송하기 때문에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제작 실무자들이 기계적으로 편성을 한다”며 “방송 시간이 주로 심야 시간대이고 소재 자체도 클래식 명품들이기 때문에 별도의 보고나 심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최근 KBS의 신뢰도와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디어 신뢰도 조사라는 것은 기관 방식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며 “시사저널 언론 신뢰도에서 KBS가 가장 낮았던 시점은 사실 2018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KBS를 포함한 지상파방송의 뉴스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며 “그런데 최근 미국을 포함한 모든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나비부인을 방송한 KBS 사례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속심의 안건으로 지정된 부분에 대해 질의했다. 최 의원은 “19일 방심위 신속심의 안건으로 지적됐고, 2주 후에 심의가 되는데 중징계에 해당되는 법정제재가 예상되고 있다”며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박 사장은 “제가 조금 전에도 사과드렸듯이 편성 자체에 대해서 충분히 사과드리지만 그 내용에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친일 방송은 아니었다는 점을 잘 설명하면 징계의 수의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박 사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KBS는 2023년 총수입 1조 4244억 원을 달성하고, 총비용 1조 4797억 원을 집행해, 당기순손실 553억 원이 발생했다”며 “지상파 환경이 악화한 것도 사실이지만 본질적 요인은 여전히 KBS 콘텐츠 경쟁력 하락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이어 “광고 수입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콘텐츠 판매 수입 역시 성장세를 멈췄다. 또 핵심 중 하나인 수신료 수입은 지난해 7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 이후 전년 대비 83억 원이 감소해 창사 이래 가장 극심한 위기를 맞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부장 이상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했고,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연차휴가 촉진 등으로 직원들도 함께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