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는 TV(Watching TV)’의 시대는 지나갔다. ‘사용하는 TV(Using TV)’의 시대로 진화하는 만큼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의미도 변화해야 한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의 등장으로 적시적소에서 원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방송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저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속속 흘러 나오고 있다. 방송의 공익성으로 대표되는 공영 방송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김원제 성균관대 교수는 ‘멀티플랫폼 환경에서 해외 공영방송사들의 공익성 구현방식과 시사점’이라는 발표를 통해 방통융합환경이 가속화됨에 따라 공영 방송의 개념이 공공 차원의 서비스 또는 공공 차원의 미디어 개념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공영 방송사들이 단순히 공적 책무를 다한다는 기존의 ‘공영 방송’ 속성에서 다양한 매체와의 협력을 통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무료 플랫폼과 콘텐츠 서비스 활성화에 노력을 보이는 만큼 우리도 이에 발맞춰 ‘공공 서비스 미디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먼저 영국의 BBC 사례를 들고 있다. BBC가 iPlayer와 YouView 등으로 진화한 것처럼 수용자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BBC는 방통융합시대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방송인 BBC의 존재 의의가 날로 소멸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대응하고자 ‘크로스미디어’ 전략으로 iPlayer를 내세운다. iPlayer는 BBC에서 방송이 완료된 7일간의 콘텐츠를 모아 다운로드,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총칭하는 말이다. PC기반으로 출시된 iPlayer는 아이폰은 물론 케이블과 IPTV를 통해서도 제공되고 있다. 김 교수는 BBC가 이러한 전략을 펴온 것은 스마트폰 등 개인화된 단말기가 등장하면서 TV나 PC 등의 이용 빈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BBC는 iPlayer에 이어 YouView라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YouView는 시청자들이 주문형 TV 콘텐츠를 시청 중에 멈추거나 생중계 방송을 되돌려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상파가 ISP와 손잡고 주도적으로 OTT 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일본 NHK도 BBC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영 방송이 수행해 온 사회적 역할은 유지하면서도 경영과 운영의 효율성은 강화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에서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NHK는 지난 2011년 8월 N-스크린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방송 개념을 ‘공공 서비스 미디어’로 전환해 플랫폼 다양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NHK에서 실천하고 있는 ‘3-Screen 전개’는 TV와 휴대전화 그리고 컴퓨터를 통해 시청자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NHK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운동이다.
영국과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이 같은 공영 미디어 서비스는 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들도 무료 다채널 서비스를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해 디지털 시대에도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의 일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방송의 개념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이 N-스크린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영국이나 일본과 달리 수신료라는 재원의 비중이 너무 적고, 정책적 지원도 미비해 방송사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김 교수가 내놓은 이번 발제가 방통융합시대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어떠한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