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몰아친 한파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습니다. 한반도 겨울날씨의 특징이었던 삼한사온은 이젠 백과사전에나 등장하는 어구가 된 것 같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이 엘니뇨, 라니냐 같은 대규모 기상이변으로 연결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도 삼한사온의 전통적인 겨울날씨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상전문가들의 예상이 매우 설득력 있게 여겨집니다.
최근 잦은 한파와 폭설의 원인에 대해 기상청은 “북극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극의 기온이 차가울수록 북극 상공의 공기 회전이 빠르고 한기가 회전 소용돌이 속에 갇히게 되고 이에 찬 공기가 북반부 중위도로 내려올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북극 지방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강한 음의 북극진동(그림 1)이 발생하여 지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북극의 찬 공기 소용돌이가 약화됨에 따라 북극지방의 한랭한 공기가 중위도로 남하하여, 북반구 중위도 곳곳(유럽~러시아~중국북부~미국)에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발생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대륙고기압이 크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극지방의 한기의 축이 우리나라 동편에 위치(그림 2)함에 따라, 북미·유럽과 같은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은 없었으나, 간헐적으로 우리나라를 통과한 저기압 후면에서 한기가 유입되어 한파가 자주 나타났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1) 북극 진동 지수의 시계열 (2010.9.1~12.22) 2) 음의 북극진동이 강한 기간(2010.12.16~20)의
500hPa 등고도선과 850hPa 기온편차
[그림 북극 진동 지수의 시계열과 대기중층(500hPa)의 흐름 (출처 기상청)]
며칠 전 신문기사를 보면 세계적인 극지·빙하 연구기관인 미국 국립설빙자료센터(NSIDC)는 7일 “지난달(12월) 북극 바다얼음의 면적이 평균 1200만㎢로 나타났다”며 “이는 1979년 인공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12월 면적으로는 가장 작은 규모”라고 밝혔다. 얼음이 없는 북극은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시베리아 동부는 평년에 비해 6~10도, 캐나다 북극권은 6도, 배핀섬 남부는 10도가 높아졌다. 이 연구소는 북극의 이런 겨울철 온난화가 최근 유럽과 미국, 동아시아에 닥친 한파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이런 다양한 분석들이 결국은 같은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 심각성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와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주자는 노력들이 지금은 하나의 캠페인에 불과하지만 최근 베르나르베르베르가 집필한 ‘파라다이스’에 나오는 시대가 정말 현실화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듭니다. 한편의 예능소재로 웃으면서 시청했던 모 프로그램의 ‘나비효과’편은 거창한 프로젝트나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보다 정작 우리 스스로의 실생활 모습들을 돌아보게 하는 매우 참신한 기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컨테이너 세트 제작에만 한 달이 걸린 북극과 몰디브 방은 실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었습니다. 북극은 얼음으로 모든 것들이 만들어져 북극의 정취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몰디브는 차가운 바깥 날씨와는 상관없이 진짜 열대 지방에라도 온 것처럼 따뜻하기만 했습니다. 재앙의 시작은 에어컨을 틀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더운 환경에 자연스럽게 에어컨을 틀고 뜨거운 바람을 담아낸 실외기는 북극의 얼음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녹아내려가는 얼음은 자연스럽게 몰디브에 연결된 밸브를 통해 그대로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북극에서 녹은 물이 몰디브 방으로 흘러들어 환경 파괴는 곧 공멸일 수밖에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했습니다. 또 한 출연자의 일상생활 속 에너지 낭비가 고스란히 환경 피해로 나타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양치할 때 물 잠그고 샤워시간 줄이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작은 나의 실천들이 정말 크나큰 나비효과로 이어져 미래에 우리가 사전에서나 볼 수밖에 없었을 아름다운 사계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