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이 개편을 맞아 특별대담을 기획했다. 이번 대담은 방송정책관련 전문가들을 모시고 지상파를 둘러싼 현안들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주최했다.
일시 : 2011년 2월 22일 화요일 오후 3시
장소 : 서울 방송회관 DTV Korea 소회의실
패널 :
이창형 (전 연합회장, KBS)
이재명 (전 연합회장, MBC)
박성규 (전 SBS 방송기술인협회장, 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김남호 (전 EBS 방송기술인협회장, DTV Korea)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미래방송연구회 회장)
사회 : 김성훈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SBS 방송기술인협회장)
|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에게 위기이자 곧 기회다
김광호 : 한정된 광고시장이 감당 못할 4개의 종편이 등장함으로서 광고시장에는 대혼전이 벌어질 것입니다. 지상파는 물론이고, 라디오 같은 취약매체들에게는 더욱 큰 위협입니다. 결국 이것은 방송, 언론, 여론의 다양성이 축소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이런 문제를 극복할 직접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다양성을 보장하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는 것이 지상파의 살 길이고,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종편과 똑같이 시청률 경쟁만해서는 극복이 어려울뿐더러 지상파의 존재이유인 공영성마저 축소될 거라고 봅니다. 험난한 경쟁에 내몰리겠지만, 역설적이게도 공영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창형 : 종편채널이 등장하면서 여론은 왜곡되고 광고시장은 고갈되면서, 방송환경이 극도로 악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제 지상파는 종편과 생존을 위한 싸움이 불가피 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종편은 유료시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주머니를 털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지상파에게 지금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상파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는 거죠.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입니다. 지상파 직접수신환경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다채널 서비스를 전격적으로 도입해서 시청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무료로 접할 수 있도록 하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재명: 우선 지상파 방송사들을 두고 독점적 지위라고 하는데, 이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독점적 지위라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만 3~4개 채널을 갖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니까요. CATV가 출범한지 15년 이상 지나면서 지상파 방송의 독점적 지위는 이미 깨어졌다고 봐야합니다. 반면에 이미 신문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조중동이 종편으로 새로이 방송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오히려 여론독과점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봐야 할 겁니다. 그와 더불어 거대자본의 종편과 기존 방송사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당장 방송제작 현장에서는 몸값이 몇 배로 늘 것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제작스텝들을 대하는 자세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결국 종편 출범은 수익은 줄어들고 제작비용만 늘어나는 등의 문제점만 야기할 뿐 방송환경에는 득 될 것이 하나 없는 사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수익이 줄고 경영이 어려워지면 공영방송조차도 프로그램의 하향평준화 대열에 끼어들게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박성규 : 종편이 급작스럽게 4개나 생기니까 지상파는 물론 모든 방송채널이 새로운 경쟁시장에 휩쓸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대만의 경우도 정책적으로 종편채널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지요. 수년이 지난 지금 대만의 지상파방송들은 경쟁에서 힘을 잃었고 지상파방송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잃어가고 있습니다. 콘텐츠제작에서도 투자가 줄고 경쟁력을 잃게 되고 해외제작물 수입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그 경우를 따르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새로운 종편채널의 허가가 광고, 인력, 비용 등 방송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발생시키겠지만 이러한 과열경쟁은 콘텐츠 유통의 2차, 3차 시장에서 또 다른 경쟁을 가속시키며 복잡한 양상을 만들 것입니다. 결국, 기존의 시장은 물론이고 새로운 경쟁시장 등장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직접수신자를 늘리려는 노력과 함께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투자와 정책적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김남호 : 지상파 공영성 강화에 대한 철학이 서지 않으면 적자생존의 현실에서 방송시장은 더욱 황폐해질 겁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처럼 지상파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별로 없죠. DTV전환의 경우만 봐도 방송사와 정부가 합심해서 몇 년간 홍보하는 것도 모자라서, 영국의 경우는 순차적으로 전환사업을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정부와 방송사 모두에게 이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지상파 MMS가 새로운 탈출구로 기대를 모았었죠. 하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담보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지상파 방송은 발목을 잡힌 상태로 머물러 있고, 결국 유료방송시장만 엄청나게 성장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책담당자들이 모여서 제도를 개선하고 정면 돌파해야 합니다.
| 시청자를 위한 DTV 전환이 돼야한다
김남호 : ‘누구를 위한 DTV전환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할 겁니다. 저는 DTV전환은 시청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현재의 정책을 통해서 시청자들이 무슨 혜택을 받을까’를 고려해 본다면, 시청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판단할 수 있죠. 고화질? 고음질? 그건 시청자가 큰 금액을 투자해서 수상기를 교체해야 얻을 수 있는 혜택이지 않습니까. 결국 수상기를 교체할 여력이 되지 않는 아날로그 TV 사용자들은 소외받는 정책입니다. 현재의 DTV전환 정책은 저소득층, 그것도 직접수신을 하고 있는 사람들만을 한정해서 지원하는 정책이고 그마저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강제성을 띄고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인 만큼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지상파 수신을 원하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아날로그TV 사용자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DTV 전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김광호 : DTV전환과 채널 재배치는 주파수 소요 문제와 매우 밀접합니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의 채널들을 모두 700MHz 이하로 내리려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결과로 정부에서는 주파수 경매제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고, 통신사 경우는 경매로 얻은 주파수를 사용해서 수익사업을 벌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전사들도 새로운 기기를 판매함으로써 이득을 얻겠죠. 반면에 공급주체로서 방송사는 DTV전환을 하면서 어떤 이득을 얻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로서는 시설마련·인력이동 등 비용만 상승하고 이득은 별로 없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주파수 재배치 과정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가장 중요한 수용주체로서 시청자가 갖는 이득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흔히 음질·화질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음질과 화질은 시청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럼 수용자들은 어떤 이득을 원할까요? 여러 조사결과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시청자들은 우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기를 원합니다. 여러 가지 유료채널들이 출시되어 있지만 아직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수백만입니다. 만약 DTV전환 이후에도 이들에게 지상파가 기존의 5개 채널만 제공한다면, DTV전환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직접수신만 하고 있는 가구는 주로 저소득층이므로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는 차원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시청자를 위해서 배려해야할 또 다른 하나는 수신환경의 문제겠죠.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내고 지상파 방송을 깨끗하게 볼 수 있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많은 시청가구가 또 다시 케이블에 가입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관건은 시청자들이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도 원하는 방송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수년 내로 케이블TV도 DTV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케이블TV요금은 아마 더 높아질 겁니다.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시청자의 부담만 더욱 커지는 거지요. 그때 가면 시민사회가 ‘케이블 수신료인상 반대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상파 수신료의 가치를 재고하기 위해서라도, 수신료만으로 볼 수 있는 방송을 더욱 확충해야 할 겁니다.
이창형 : DTV 전환은 기술발전에 의한 것이지만, 그 출발은 시청자 권익증진에 있습니다. 다만 이를 국민이 원한 것은 아니죠, 국가가 정책적, 산업적 효과를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DTV 전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확충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DTV 전환과 함께 D/A 컨버터나 DTV수상기가 필요한 모든 가구의 신청을 받아서 이를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두 장씩 나눠줬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현재로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조차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지원이 여의치 않다면 시청자들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다채널 방송’ 등의 정책이라도 마련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습니다. 만약 이대로 2012년에 아날로그TV 방송이 종료가 된다면, 수신가구들이 큰 혼란에 빠질 겁니다. DTV를 수신하기 위해서 안테나를 구매하려고 해도 찾기조차 어렵습니다. 예전처럼 소규모 전파상들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우선 동네 슈퍼나 가전매장에서 안테나를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겁니다. 이게 직접수신을 확보하는 큰 관건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관건은 다채널 방송입니다. 영국의 경우, 프리뷰가 런칭되면서 수신가구의 40%가 지상파로 이동했습니다. 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직접수신할 수 있다면 케이블을 안보겠다는 가구가 4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지상파만 수신하기를 원하는 가구들을 위해서 수상기 구매나 다채널 방송을 위한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이재명 : 무선 주파수는 혼신이 될 수밖에 없는 매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수 kW부터 수W에 이르는 송·중계소가 대략 350개소 가까이 있습니다. 지상파가 5개 채널이니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1750개 가량의 방송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죠. 지형과 방송구역이 조밀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DTV 전환은 주파수 혼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옳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DTV전환을 위한 주파수 재배치는 혼신과 배치의 룰조차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죠. 최근에 발생한 광교산 송신소의 혼신 문제만 봐도 방통위가 얼마나 기본적 지식과 철학 없이 정책을 집행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ASO 이후에 수신기가 먹통이 되는 가구가 부지기수로 생길 겁니다. 현재 방통위가 계획하고 있는 재배치 계획 자체가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파수 재배치는 어느 수준까지 혼신을 용인할 것인지 연구하는 작업과 함께 대출력, 중출력, 소출력 순으로 정밀하게 기획돼야 됩니다. 일본에서는 지상파TV를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기존 지상파 아날로그 주파수를 모두 임시대역으로 이동시키고 백지상태에서 주파수 재배치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아날로그 주파수 틈새에 DTV 주파수를 재배치를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DTV 전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한꺼번에 완료할 목표로 정해진 날짜만을 고집해선 안 되고, 오래 걸리더라도 예상되는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해 가면서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정부의 지원을 많이 얘기하고 있는데, 실제 정부가 금액적으로 직접 지원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정책지원만 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가 가전사의 협력을 얻어 그들의 수익금을 시청자에 위주로 지원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가전매장을 통해서 안테나 구매나 설치 방식을 홍보하고, 보급형 수신기를 원활하게 보급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지원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또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을 적극 협찬하는 등의 방법이 있겠지요.
박성규 : “DTV전환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 볼 때 방송사, 가전사, 정부, 시청자가 모두 동상이몽인 것 같습니다. 먼저 방송사는 그동안 HD고화질과 5.1채널 입체음향 등 고품질만 앞세울 뿐 그동안 데이터방송과 MMS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 제공과 직적수신자 확보를 위한 수신환경개선 등 많은 부분에서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가전사는 대형 디스플레이 판매에만 급급했지 디지털전환과 수신환경 개선에는 나는 몰라라하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방송사와 시청자 모두 방송과 가정의 디지털 전환을 하기 위해 큰 비용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TV판매로 오로지 수익만 올리고 있는 가전사는 DTV전환 사업에 어떠한 투자도 참여하지 않고 있어 디지털전환의 가장 큰 수혜자로써 혜택만 누리고 있지요. 게다가 정부는 디지털전환 이후 700MHz대역을 비롯하여 방송주파수 일부를 회수하여 경매를 통해 통신에게 주파수를 할애함으로써 국가재원을 확보하는데 급급하고 있다는 느낌을 여러 정책추진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청자는 디지털방송시대가 되면 일단 실외든 실내든 수신이 쉽고 편리하며 지금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고 고품질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방송이 시작되어도 수신방법은 옥외수신 위주로 아날로그방송 시대와 다를 바가 없고 오히려 어렵고 불편하다는 인상만 심어주고 있으며 프로그램 수도 전혀 늘어나지 않음으로써 프로그램 채널이 많고 서비스가 좋은 유료채널 가입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DTV전환은 시청자를 위한 전환이라기보다 방송사와 가전사 그리고 정부가 모두 서로 다른 생각으로 추진되었기에 전송방식에서부터 수신환경개선과 서비스까지 모두가 부족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시청자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MMS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무장하고 송출에서 DTV단말까지 무선으로 서비스하고 실외는 물론이고 실내수신까지 환경을 구축하고 3DTV, UDTV, HD-MMS, Mobile서비스를 동시에 이룰수 있는 차세대 환경을 이룬다면 디스플레이 산업까지 세계시장 선점을 유지하게 되어 방송사와 가전사 정부 그리고 시청자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최첨단 디지털방송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명 : DTV전환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누구의 책임인가’ 또한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재 시청자, 정부, 가전사, 방송사 등 네 가지 주체의 생각은 정말 각기 다릅니다. 만약 DTV전환 초기부터 정부 정책에 진정성만 있었다면, 시청자 전체는 아니더라도 이미 상당부분에 걸쳐서 자발적 전환이 이뤄졌을 겁니다. 실질적으로 정부의 DTV전환 정책은 방송사에 거의 대부분을 떠맡기고 방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 내에서도 DTV전환은 방통위에만 국한된 사안으로 치부되는 게 현실입니다. 생각을 넓혀보면 DTV전환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문화관광부 등 관련되는 정부부처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느 한 부처의 일이 아니라 범 국가차원의 일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했다면 예산확보도 훨씬 수월했을 겁니다. 그러나 방통위만의 일로 치부되다보니 다른 부처는 딴죽을 건 상황이 계속 되고, ‘법규상 안 된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하지만 DTV전환은 법이 안 된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예산을 확보해서 처리해야할 사안입니다. 방송사 역시도 책임이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시설을 교체하고 준비를 했으면서도 경영진에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경영진이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고, 기술적인 문제로만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영진뿐만 아니라 방송사 내에서 사안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겠죠. 방송사 내부적으로도 DTV전환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의욕적으로 접근할 책무가 있습니다. 방송을 대체하고자 도전하는 뉴미디어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어찌 보면 우리는 뒤쫓아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우리가 제대로 마무리 하지 않으면 자승자박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가전사들 역시 분명히 책임이 있습니다. 가전사는 국내 DTV전환 대책을 논의할 때 항상 ‘국내시장은 해외시장의 5% 밖에 안 된다’며 국내 방송시장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있고, 국내의 지원사례가 규모가 큰 해외시장에서도 지원을 요구받는 경우로 이어질까봐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DTV전환 상황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방송사, 가전사 모두가 진정성을 갖고 DTV전환이 국가대사라는 접근으로 책임 있는 정책을 집행해야 합니다.
| 지상파는 주파수를 바탕으로 진화한다
이재명 : 주파수는 그 양이 한정되어있는 공공재인데다, 방송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파수를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방송주파수도 전송방식에 따라서 아주 효율적일 수도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과거 디지털 전송방식을 유럽방식의 DVB-T로 결정했다면 주파수 소요량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미국방식의 ATSC로 결정하면서 DTV 전환과 주파수 재배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방송주파수 분배정책이 미국을 따라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2~51ch보다 훨씬 적은 14~50ch만을 활용해서 지상파 DTV 전환에 사용하고 있어서 더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그 원인과 결과가 바로 주파수 경매제죠. 통신사에게 주파수는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하지만 방송사에게 주파수는 무료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국민 복지 차원에서 보편적인 시청권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일각에서는 지상파가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이 독점이고, 비효율적이어서 통신에게 여유주파수를 양보하라고 하는데, 그런 주장은 다시 말하면 국민들을 위한 무료보편적인 시청권을 제한하자는 표현입니다.
박성규 : 방송 주파수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산소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이죠. 하지만 공기와 같은 환경전체가 그러하듯이 주파수 생태계도 한번 파괴되면 복구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해에 700MHz대역을 이미 주파수 경매를 실시했고, 올해 지상파 방송용 주파수로부터 추가로 200MHz 가량을 회수하려는 움직임마저 있습니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들도 처음에는 크게 반발하지 않았지만 결국 모바일TV나 3DTV, UDTV, 스마트TV 등의 서비스를 준비하다보니 주파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도 1세대 DTV전환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지상파 방송사가 미래 방송을 위한 차세대방송에 대한 의지와 추진에 매우 소극적인 반면, 이미 스마트폰 통신망을 완성하고 이제는 4세대 이동통신망 시연과 구축을 시작한 통신의 로드맵은 뚜렷합니다. 방송도 미래를 위한 대비의 차원에서 700MHz 주파수 대역의 일부를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은 한번 시작되면 계속되고, 또 가속됩니다. 일단 디지털 전환으로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실내수신 등 수신환경이 담보되면, 그 이후에는 이동수신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고, 3DTV, UDTV 및 개인화된 TV와 같은 차세대 방송도 구현해야 합니다. 모두 여분의 주파수가 있어야 진화할 수 있는 비전입니다.
김남호 : 지상파 방송사에게 주파수는 미래이기 이전에 현실입니다. 두 가지 틀에서 그렇습니다. 시청자 서비스 강화와 방송기술의 발전. 이 두 가지 문제는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해서 철학을 갖고 장단기적인 정책을 병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방통위든 방송사든 종편의 등장과 관련한 편성 전략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지상파 방송의 근간인 주파수는 아주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DTV 전환 방식이 이미 ATSC로 정해져서 그 방향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실입니다.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는 3DTV의 경우에도 지상파에 비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의 대역폭이 넓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경쟁이 안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DTV 전환과 그 이후 세대의 지상파 방송 기술과 서비스는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광호 : 요 몇 년 사이의 주파수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실제로 여유대역이라고 불리는 주파수는 698~806MHz로 108MHz 폭입니다. 하지만 방송과 통신 진영 모두는 108MHz보다 훨씬 많은 양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지금은 주파수의 회수와 재배치를 논하기 이전에 양측 모두가 뚜렷한 근거를 바탕으로 주파수의 필요량을 보다 명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이후에 효율성과 공익성을 동등한 기준으로 해서 주파수 재배치를 고민해야 합니다. DTV 전환에 소요되는 주파수 또한 우선적으로 난시청 가구에 대한 수신환경개선과 다양한 콘텐츠 제공경로를 구축하는데 주파수를 써야 한다고 봅니다. 세 번째로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최근 등장한 3DTV 등 새롭게 등장한 차세대 방송방식의 발전을 위해서 주파수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창형 : 주파수 정책을 지금 이대로 진행한다면 지상파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전파 기술의 미래도 암울하다고 봅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DTV 전환을 위해서 잠깐 동안 임시대역을 쓰고 있지만 2012년 이후에는 14~50ch까지만 써야합니다. 임시대역을 빼더라도 기존에 비해서 54MHz가 주는 거죠. 방통위는 이 주파수를 경매제를 이용해서 사기업에 사용권을 준다고 합니다. 사회적 공기(公器)인 주파수를 수익창출의 도구로 보는 시각이 더욱 강해진 거죠. 수익창출을 위해서 공적인 영역을 축소시키겠다는 발상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한번 사기업에 넘어간 주파수는 공적인 영역으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3DTV, UHTV 및 실감방송 등 미래방송에 필요한 주파수는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지상파 방송사 경영진들은 분명히 반성해야 합니다. 통신이 커버리지를 넓히고 이동수신, 서비스 타입을 강화하는 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큰 힘을 쏟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지금과 같은 주파수 정책에 하나의 빌미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박성규 : 현재 가전사와 정부가 희망하고 있는 3DTV, UDTV, Full-HD MMS, 스마트TV 등 우리가 생산하는 디스플레이의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진정한 차세대 방송을 시연하고 제공할 수 있는 시점은 현실적으로 디지털 전환 이후 아날로그주파수가 비워진 곳에 새로운 송신기를 구축할 수 있을 때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 이전에 주파수를 경매하려는 정책은 보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인 2012년 이전까지 제주도 등 특정지역에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여 연구실 차원에서 개발된 다양한 지상파 차세대 방송 서비스와 기술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 후 2013년부터 수도권과 대도시부터 차세대방송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가 실험되고 송출부터 DTV 단말까지 무선에 의한 서비스로 세계 최고의 방송환경을 만들 수 있을 때 우리의 디스플레이 산업과 방송기술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게 되고 시청자에게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현재 많은 공동주택의 공청시설이 VHF 대역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는데, 디지털전환이 끝나면 그 수신시스템들을 용도폐기 시키고 VHF 대역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일 수 있습니다. 국가적 낭비를 줄이는 방안으로 700MHz대역과 더불어 VHF 대역을 활용한 차세대방송 서비스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지상파 MMS 혹은 다채널 서비스, DTV 전환의 가장 큰 혜택이다
이창형 : 2006년에 지상파 MMS를 시험방송한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정해진 기간이 되기 전에 정부가 전격적으로 중단을 시켰었죠. 당황스러웠던 것은 당시 케이블TV들이 공공연하게 ‘지상파 MMS를 저지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고, 학계에서 조차 ‘지상파 MMS가 등장하면 케이블TV 80% 망할 것’이라는 허황된 데이터를 주장했다는 겁니다. 그건 무슨 의미일까요? 지상파 MMS 서비스가 그만큼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요소가 강하다는 반증입니다. 거기다 지상파 MMS가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건, 유료방송 시장의 반발에 만만치 않게 지상파 방송사 경영진들이 애착이 강하지 않은 이유도 큽니다. IPTV의 경우를 볼까요? IPTV의 초창기에는 관련 법 규정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자들은 이미 가입자들을 열심히 유치시켰습니다. 한번 실시된 서비스를 정부는 중단시킬 수가 없습니다. 편리함을 느낀 사용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상파 MMS도 그런 관점에서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가깝게는 미아찾기, 수능방송, 데이터 방송 등으로 공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시청자들은 지상파 MMS를 한번 접하게 되면 편리함과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겁니다. 거기 더해서 DTV 전환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클 것입니다. 이미 지상파 DTV는 HD영상을 제외한 전송폭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자율적으로 각 방송사에 채널 운영권을 보장해서 VBR(Variable Bit Rate)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가능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정부 당국과 방송사 경영진의 의지입니다.
이재명 : 이상과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기술 이외의 상황과 충돌한 경우죠. 대표적으로 방송사 간의 이견도 컸던 게 사실이구요. 논의 단계에서 ‘누가 먼저 할 거냐, 어떤 콘텐츠를 담을 거냐’처럼 상호간의 세세한 견제가 강했었죠. 하지만 대의를 본다면 그런 세세한 부분들을 빨리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앞서 공익채널을 말씀하셨지만, MMS가 DTV전환의 촉매제로 기능하길 기대한다면 채널 구성도 전략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유료매체의 반대도 최소화될 겁니다. 또 다른 면으로 2009년에 방통위 주최로 MMS의 기술을 검증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부매체를 통해서 ‘MMS를 이용해서 조중동 방송을 허가해도 된다’는 발언을 하면서 보이콧하기도 했죠. 그래서 방통위에서도 작년까지 MMS를 매우 정치적인 사안으로 접근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다소 분위기가 바뀌었으니 지상파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해관계가 얽힌 여러 곳에 의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힐 수도 있으니 충분한 대안을 갖고 가야겠죠.
박성규 : Korea-view는 기술적 문제는 없지만, 지금까지 보급되고 있는 DTV가 MPEG-2만 수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로서는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시청할 수 있는 기술이죠. 그러나 이 부분을 적정 수준에서 사회적 합의와 현명한 지혜로 해결할 수 있다면 Korea-view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또, 방송사들은 다채널 방송을 통해서 또 다른 수익이 발생할 것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익구조’를 떠올리게 되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조차 접점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지상파 DTV는 ‘다채널 방송’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옳습니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방송사의 고유권한인 6MHz 운영권을 침해하고 채널 운영권을 직접 관리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절대로 욕심을 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동상이몽입니다. 하지만 시청자를 위해서는 지상파 MMS는 공익적인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고, 정부는 지상파의 시도를 막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 더해서 기술적으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보급할 것이냐’도 충분히 검토돼야 합니다. 품질이 좋아도 수신이 안 되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겠습니까? 비용이 추가되거나, 기기가 부족하거나 하는 식으로 보급이 지지부진해지고 전파낭비만 되면, 애써 추진한 보람이 없겠죠. 따라서 Korea-view든 MMS든 한 가지 기술방식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 DTV의 목적이라면, 그 목적에 맞게 기술방식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남호 : DTV 전환이 가지고 오는 최고의 혜택은 다채널 서비스라고 봅니다. 하지만 다채널 서비스 정책이 확정되지 않으니 극소수지만 DTV 전환을 유보하겠다는 가구도 발생하고 예산도 필요이상으로 많이 든다고 봅니다. 결국 Korea-view냐 MMS냐는 두 번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정부의 방송정책에 있는 거죠. DTV 전환까지 남은 2년 동안 다채널 방송정책을 풀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개인적으로 DTV Korea를 통해서 대대적으로 DTV 전환을 홍보했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지상파 직접수신가구 감소, 케이블TV 수신가구 증가’라는 참담한 결과를 접하게 되더군요. 정부에서 지상파 DTV 전환을 하면서 그에 따르는 핵심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오질 않는 겁니다. 결국 지상파 다채널 방송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전향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런 난맥상을 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김광호 : Korea-view건 MMS건 성공적인 DTV 전환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더 나아가서는 경제적 소외계층과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보편적인 시청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 아직도 미비하다는 겁니다. 지난해 말에 지상파 방송4사 사장들과 만나면서 MMS에 대한 긍정적인 흐름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매체들이 ‘지상파 특혜’라는 식으로 보도를 하면서 논의가 다시 사라졌죠. 그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결국 지상파 MMS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핵심이라고 봅니다. 현행법상으로 지상파가 MMS를 할 수 있는 정책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법령을 정비해서 근거를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정책만 마련되면 곧바로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전에 기술이나 보급, 편성에 관련된 문제들을 정교하게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채널을 20개 가량 제공할 경우에 시청자의 20%만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게 과연 효율적이냐 하는 문제도 생각해봐야할 겁니다. 자연스럽게 수신환경개선과 긴밀하게 연관되는 거죠. 여기다 최근 불거진 지상파 재송신 문제까지도 엮이는 상황이 됩니다. 지상파 MMS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맞닥뜨린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포함해서 거론해야 할 문제입니다.
| 차세대 방송기술을 말한다
이재명 : 디지털라디오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준비하기 시작한지 10년가량 됐죠. 처음 필요성을 제기했을 당시는 다양한 전송방식이 개발 중인 상황이었고, 현실적으로 주파수 확보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DTV전환 이후에 주파수 확보하게 되면 추진하자고 의견을 모았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의 라디오가 음질이 안 좋아서 디지털라디오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방송장비와 수신기기가 디지털화되기 때문이죠. 새로운 기술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제 우려되는 것은 기존에 출범한 DMB 사례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현재의 지상파 DMB는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마땅한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한 상황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라디오 또한 섣불리 전환했다가는 DMB처럼 경쟁력을 잃어버리거나 아예 매체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주파수를 확보하고 디지털 매체로서의 편성전략, 합리적인 수익구조를 고민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 이후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광호 : 라디오의 경우는 재난방송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매체로써 계층 간의 간극을 매워주는 사회적인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라디오 전환을 산업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자칫 라디오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간과할 수도 있지만 라디오는 꼭 유지해야할 매체임이 분명합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라디오가 영상매체 못지않게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고 디지털로 전환된 이후에 청취율도 더 높아졌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데이터 방송의 경우를 보면 지상파들이 모두 데이터 방송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용자들이 많지 않습니다.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편리한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공자로써 비용낭비의 사례를 중요한 배움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후에 스마트TV, 다채널 서비스가 제공되면 현재의 데이터 방송처럼 ‘이미 있는데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창형 : 새로운 서비스들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들을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적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정책연대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고, 시청자들을 고려한 손쉽고 편리한 제공방식을 연구해야 할 겁니다.
김남호 : 최근 통신사들의 서비스에 방송사들이 다소 열세를 느끼고 있습니다만, 이동수신과 고화질,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겠죠. 결국 앞서서도 계속 강조되고 있지만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거기 덧붙여서 라디오와 같은 구매체와 새롭게 등장할 신규매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성규 : 방송사들은 단순히 기술적 판단에만 의존하지 말고 방송시장의 전체적인 구조변화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마트TV를 HDTV, 3DTV, UDTV, HD-MMS, 데이터방송, 쌍방향 서비스를 융합한 차세대 방송의 정점으로 봐야한다고 봅니다. 스마트TV가 가전산업 전체와 연계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를 따로따로 개발하는 것보다 ‘스마트TV’라는 하나의 중심으로 통합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구겨넣기 방식의 개선이나 부분적인 기술개선들이 미래의 지상파 방송과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봅니다. 현재의 구겨넣기식 3DTV나 Mobile기술이나 MMS기술들은 결국 유료 경쟁매체보다 품질을 떨어뜨리고 서비스의 열세를 가져오게 되고 보급이 확산되면 결국은 돌아설 수 없이 열악한 지상파환경을 계속 끌고 가야하는 업보나 멍에로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신사가 3G, 4G로 한 단계씩 성큼성큼 도약하듯이 방송기술도 큰 걸음으로 획기적인 차세대방송으로 변화를 기획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 / 강민수 기자
사진 / 백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