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KBS의 요청에 따라 올 가을 서울 일부 지역에서 UHDTV 실험방송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르면 9월부터 66번 채널을 활용해 UHDTV 실험방송을 시작한다고 한다. 차세대 뉴미디어의 정수라 불리며 미디어 패러다임의 대격변을 불러올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묘한 기사가 보인다. 바로 [디지털타임즈]의 ‘지상파 UHDTV 시험방송 허가…주파수 논쟁 재점화’다. 사실 고백하건데, 처음 이 기사를 보았을때 속으로 내심 쾌재를 불렀었다. 주파수 할당에 있어 진지한 논의도 없이 전국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대역 주파수를 ‘묻지마’식으로 할당하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음모아닌 음모(?)에 모처럼 제대로된 분석이 나오는 것일까…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해당 기사의 요지는 이렇다. 지상파 방송사의 UHDTV 실험방송이 700MHz 대역 주파수 논쟁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며, 지금까지는 방통위가 해당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려는 기조가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실험국 허가 자체가 통신사들을 크게 당황시키고 있다는 것. 한 마디로 UHD의 미래에 대해 실증적인 분석을 했다기 보다는 방송 필수 주파수인 700MHz 대역 주파수가 ‘당연히’ 통신에 할당되어야 하는데 이번 시범 방송 허가로 그러한 ‘방통위의 기조가 달라진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와 걱정이 대다수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걱정을 스스로 위안이라도 하려는듯 기사의 맨 후미에 ‘방통위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는 친절한 문구도 삽입했다. 정말 알아서 다 해먹는다.
원래 700MHz 대역 주파수는 최시중 위원장 시절, 그가 최임 7일을 남기고 전격적으로 통신사 상하위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해 버린 비운의 주파수다.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라는 미명하에 주파수란 주파수는 모조리 통신사에 넘겨주려는 의도를 가진 방통위가 기어이 난시청 해소와 UHD 발전과 같은 영역에 활용되어야 마땅한 ‘공공재’인 700MHz 대역 주파수마저 통신사에 부분적으로 넘겨준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필자는 왜 인천공황 민영화가 떠오를까.
대한민국 국민의 해외로 향하는 훌륭한 ‘발’이자 ‘국외 소통의 도구’인 인천공항. 세계 최고 수준의 공황시설로 평가받으며 그 존재 자체만으로 국격을 드높히는 이 훌륭한 시설이 최근 민영화 논란에 휩쌓여있다. 정부의 민영화, 매각 방침에 국민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한데 굳이 개인에게 인천공항을 넘길 필요가 있는 것인지. 도대체 정부가 무슨 저의를 가지고 이 시커먼 사업을 주도하려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본다. ‘국민의 공공재 성격을 가진 인천공항을 매각해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것이 아닌지’말이다. 만약 이같은 추측이 사실로 판명되고 실제로 인천공항 민영화가 현실화되면 이익만을 추구하는 해당 기업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많은 돈을 내고 공항 이용료를 내라고 압박할 수도 있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완전히 정부부처까지 민영화시킬 기세다. 비록 우리가 잘 알고있는 어떤 부처는 특정 통신사에 매각된것처럼 돌아가긴 하지만.
주파수도 마찬가지다. 최근 방통위는 위성 DMB 종료와 군대와의 협상을 통해 각각 1.8/2.6GHz 대역 주파수를 추가적으로 통신에 할당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까지 합쳐지면 이미 통신사에 할당되는 주파수는 상당한 양이된다. 좋다. 이까지는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무제한 데이터’를 남발하며 돈벌이에 열중해 주파수 부족 사태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사업을 일삼아온 통신사들이, 이제와 주파수가 부족해지자 다른 영역의 주파수를 넘보는 것은 문제가 많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을 어쩌겠는가. 통신 기술의 발달로 사용자의 요구도 커져가는 이 마당에, 통신사에 어느 정도의 추가 주파수 할당이 필요한 것은 분명히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영역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선’이 있는 법이다. 이는 주파수도 마찬가지여서, 난시청 해소와 700MHz 대역 주파수는 공공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인천공항이 ‘공사’의 개념으로 대한국민 국민에게 편의와 효율성을 계속 제공해야하듯이 700MHz 대역 주파수도 난시청 해소라는 절대 공공의 가치 구현과 뉴미디어 발전이라는 매체 특수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런데도 [디지털타임즈]의 해당 기사는 이런 주장을 하고있다. 패러다임의 교묘한 비틀기라고 할까. 아예 기사 시작부터 ‘논란’이라는 단어를 꺼내 UHD의 발전이 방송-통신의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전쟁을 더욱 악화일로에 빠지게 한다고. 여기에 숨은 대전제는 누가 봐도 뻔하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당연히 통신에 할당되기로 통신사와 방통위가 잘 이야기가 된 상황인데, 이번 UHD 실험은 혹시 방통위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것이 아닌가’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디지털전환 유휴대역인 700㎒ 대역을 3G 이상의 이통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전한다.
그런 이유로 이번 글의 맺음은 이런식으로 끝내겠다. 우선 [현재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디지털전환 유휴대역인 700㎒ 대역을 3G 이상의 이통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는 주장은 당연히 거짓말이며 이를 제대로 알고 싶으면 WRC-12(세계전파통신회의) 결과자료를 제발 한번이라도 읽어보길 바란다는 당부와, 도대체 방통위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WRC-12 결과자료 가지고 보도자료로 ‘장난’을 친 사례를 제발 한번 간파해달라는 부탁. 마지막으로 세계적으로 LTE 기술이 700MHz 대역 주파수에 활용된다는 식의 괴상한 주장에서 벗어나려면 ‘전세계의 중심이 미국이다’는 지극히 헐리우드적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제언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