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문진을 분석하다

[칼럼] MBC 방문진을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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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방문진 이사진의 진용이 어느정도 밝혀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방문진에 김재우 이사장과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차기환 변호사 등 기존 8기 방문진 이사에서 3명을 연임키로 했다. 또 김충일 언론중재위원과 김용철 전 MBC 부사장,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여권 추천 이사로 방문진 새 이사에 선임했다. 야권 추천 인사에는 최강욱 변호사,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선동규 전 전주 MBC 사장이 선임됐다.

그런데 이를 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아니 미묘하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뭔가 절묘한듯 하면서도 그 배후에 숨겨진 거대한 ‘무언가’가 불길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는 느낌. 신의 ‘한 수’는 아니지만 납득하기도 어려운 희한한 뒷 맛을 남기는 이사진의 명명이다. 일단 ‘초미의 관심사’인 여권 인사들을 보자.

여기서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현재의 사태 파악이다. 모두가 기억하듯이 170여 일을 끌어온 MBC 노동조합의 파업은 일단 잠정 중단된 상태다. ‘공정방송 복원’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기치로 싸워온 노조는 국회가 극적으로 원구성에 합의하면서 김재철 사장 퇴진에 힘이 실리자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전격 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사실 당시만해도 김재철 사장 퇴진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했다. 원구성 협의문에 명시된 내용도 그렇거니와 여권의 ‘불확실한 미래권력’으로 명명할 수 있는 친박의 구성원들에게서도 어느 정도 미묘한 전향 의지가 새어나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의 ‘안타깝다’ 발언도 그렇고. 이상돈 교수의 발언수위도 그랬다. 여기에 야권은 한 목소리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기정사실화 했으니 분위기가 충분히 여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MBC 노조원들은 그렇게 8월에 교체되는 방문진 이사들의 면면에 기대를 걸고 정치권의 변화된 자세를 믿은체 파업 잠정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된 방문진 이사진의 면면은 노조는 물론 공정방송 복원 및 김재철 사장을 퇴진을 요구하는 진정성 있는 인사들에게 있어 썩 좋은 결과는 아니다. 전임 김재우 이사장이 재선임을 받았으며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차기환 변호사도 그 이름을 여전히 올렸다. 거기에 다른 3명의 여권인사도 ‘은밀한’ 현 정부의 의중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6대 3 구조는 이번에도 다시 고착화된것이다.

   
 

자,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번에 선임된 방문진 이사진의 면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솔직히 파고들어가면 정수장학회까지 이야기도 나와야하니 일단 이는 차치하고, 현재 방통위에 선임된 방문진 이사진의 동선을 억지로라도 추론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길을 점검해야 한다.

9명의 이사진 중에 김재우 이사장부터 보자. 그는 다음 방문진 중에서도 이사장에 선임될 확률이 제일 높다. 그런데 그가 누군가.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를 받고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벽산건설 대표를 지낸 전형적인 ‘경영자’이자 ‘건설 회사 전문가’아닌가. 필자는 처음 김재우 이사장이 방문진 이사장에 선임되었을때 그의 프로필을 보고 눈을 몇 번이나 비빈적이 있다. 건설? 갑자기 왠 건설 전문가가 MBC 방문진 이사장이 된단 말인가. MBC를 공구리(!)라도 치겠다는 건가? 물론 방문진이 MBC라는 방송국은 아니다. 그리고 ‘경영 관리’ 차원에서의 임무를 가지고 있는 방문진 이사장에 ‘건설’자를 뺀 ‘경영자’를 임명시킨것에 대해 백번 양보해서 인정한다고 쳐보자. 하지만 역시나 머리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이 또한 결과론적이지만 김 이사장은 MBC 파업 당시 아무런 사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솔직한 말로 존재감도 없었다. 본인은 그쪽을 더 바랬겠지만. 한 마디로 전문 분야가 달랐던것이 문제가 아닐까. 경영자로서의 능력으로 특수 분야인 미디어 분야에 역량을 펼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여기에 재선임 3인방 중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과 차기환 변호사도 있다. 이들은 새로운 방문진이 출범하게되더라도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김재철 사장의 비호 세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광동 원장은 ‘종북정당 해산 촉구운동’의 주축 인물이다. ‘공정방송’이라는 정의의 패러다임에 자신들이 한 ‘짓’이 있어 당당하게 말 할 수 없었던 이 땅의 자칭 보수애국세력들이, MBC 노조원의 파업에 기껏 들이대었던 잣대가 뜬금없는 ‘종북’이라는 색깔논쟁이었던 것을 기억하자.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차기환 변호사는 또 어떤가. 엄기영 사장 퇴진 당시 1등 공신인 차 변호사도 2007년 당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노동조합을 ‘빨갱이’처럼 묘사한 문화일보 기고글로 큰 곤혹을 치른 인사다. 또 현 정부 초기에 정당한 시민의 권리를 찾기 위한 촛불집회로 전국이 요동칠때, ‘촛불집회 피해상인을 위한 소송장’을 제출한 인사도 바로 차기환 변호사다. 물론 좋은 뜻이었겠지만 왜 ‘민의’가 ‘천심’인지 모르고 그 주변에만 눈을 두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임은 분명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이렇게 3명이 사실 현 방문진의 문제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김재철 사장의 비호세력으로 남아 끊임없이 국민의 뜻을 쳐낼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나머지 여권 3인방은 어떨까.

김충일 언론중재위원이 있다. 김 위원은 기자 출신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서울 6중재부에 소속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김 위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제각각이다. 김 위원의 이사진 발탁을 두고 청와대가 가장 강력하게 지원했다는 설이 파다한 가운데, 그가 과연 재선임 3인방과 뜻을 함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린다는 주장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그를 지원했다는 ‘소문’의 핵심은 그가 ‘불완전한 미래권력’인 친박과 현재 권력인 청와대를 서로 조율하며 타협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는 김용철 MBC 전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2007년 당시 박근혜 의원의 대선캠프에 소속되기도 했던 그는 김충일 이사와 함께 ‘여권이지만 왠지 100% 여권은 아닐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캐스팅 보드. 그렇다. 캐스팅 보드가 바로 이 두사람이 될 것이다. 실제로 MBC 노조도 이를 간파하고 있는지 이 두사람에 대한 날 선 비판은 ‘재선임 3인방’과 다르게 날이 무디다.

그러면 이제 마지막 남은 여권인사는 어떨까? 바로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다. 그는 방심위 위원, 온미디어 사외이사, 한국방송학회 기획이사 등을 역임하며 방송에는 왠만하게 ‘통달한’인사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박 교수의 이력을 살피다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그는 종편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조중동 신문과 오래동안 유대관계를 맺어왔고 종편 채널배정 논란 당시에도 종편의 채널우선권을 주장하기도 한 인사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그의 선거 캠프에 참여해 MBC 민영화를 사실상 전제한 공영방송법 제정 등을 검토하며 현 정권의 방송 및 언론 정책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즉 방송 정책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고 김재철 사장의 비호세력이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물론 이러한 칼럼은 사실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6:3의 구조가 현 방문진에서 깨지기 어렵다는것은 노조는 물론 모두가 알고있었던 사실이고, 그 안에서 사회적으로 고조된 김재철 사장 퇴진의 현실화를 논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불길한 일들은 있었다. 애초 언론장악 청문회가 국회 차원이 아닌 문광부 수준에서 열리게 되는 것이나(안 열릴 확률이 더 높다) 그 외 사퇴 번복하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도 충분히 ‘전조’였다.

하지만 이 즈음에서, 만약 이대로의 방문진 구성원이 결정된다면 그 상태로서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것이 아닐까? 현재는 대선 정국이다. 그리고 방송사 파업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셈이고 언제든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이사진 정당 추천을 안하겠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뒤로는 6:3의 구조를 재구축한 정치권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고 현재의 방문진 구성에서 허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아니, 최악의 순간을 대비해 차선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