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대역 방송용 필수 주파수를 둘러싼 방송과 통신의 정면충돌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당장 새로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파수 정책 로드맵을 총괄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가운데 유관 단체 및 외곽조직의 낌새도 심상치않다. 이러한 징조는 최문기 장관 후보자의 행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문기 미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4월 1일 열린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만약 장관이 된다면) 통신용 주파수는 올해 안으로 할당을 완료하는 한편, 경매제도의 폐혜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주파수할당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최 후보자는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문제에 있어서도 “전체 108MHz 폭 가운데 40MHz 폭은 통신에 할당되기로 결정된 상황이며, 나머지 68MHz 폭은 신중하게 이용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최 후보자의 발언은 그 자체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우선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폭 중 40MHz 폭 통신 할당은 완전히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 물론 단초는 있다. 방송장악의 첨병으로 활약했던 ‘MB 멘토’ 최시중 전 위원장이 여러 가지 비리사건에 휘말려 결국 사퇴를 선언하기 일주일 전, 기습적으로 700MHz 대역 상하위 분할할당을 전체회의를 통해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팩트는, 이는 아직 법적인 효력을 가지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40MHz 폭 통신 할당이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만들어 교묘한 패러다임을 고착화 시키고 있다. 최문기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미과부 장관 후보자가 방송용 필수 주파수인 700MHz 할당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의견을 밝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엄연한 방송용 필수 주파수다. 이는 정부 조직 개정 협상을 관통하는 여야의 합의정신이 이끌어낸 절대적인 가치다. 그런데 해당 주파수 할당 계획에 대해 비록 모호한 답변이지만, 미과부 장관 후보자가 이를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러한 질문이 나오게 만든 의원도 기본적인 소양이 없어 보인다.
사실 최문기 후보자는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밝혀왔다. 지난 3월 18일 최문기 후보자는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대해 “국무조정실을 통해 사후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즉, 4월 1일 청문회 자리에서 밝힌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정책보다 훨씬 유연하고 정상적인 답변이다. 그런데 최 후보자는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벌써부터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냄으로서 은연중에 해당 주파수의 권한을 가져오려는 통신 진영의 전략에 휘둘리는 느낌이다.
거듭 밝히지만 700MHz 대역 주파수는 방송용 필수 주파수다. 비록 친통신 언론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해당 주파수가 통신에 활용된다고 주장하지만, 대한민국의 방송 주파수 전송방식이 MFN으로 고착화되고 전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이상, 공공의 미디어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해야 함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난시청 해소 및 뉴미디어 발전을 위해서라도, SFN이 불가능한 MFN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산악지형이 70%에 육박하는 지리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228MHz으로 대표되는 절대적인 주파수 부족 사태를 위해서라도 700MHz 대역 주파수는 오로지 방송 주파수로 남아야 마땅하다.
실제로 여야는 방송-통신 정책을 나눈 다음, 각각의 주파수 활용을 방통위와 미과부에서 맡기로 정했다. 하지만 최문기 후보자의 700MHz 대역 주파수 발언은 묘한 여운이 남는 느낌이다. 미과부 시행령을 통한 ‘방송통신광고 신조어 사건’ 때문에 그런 것일까. 최 후보자의 700MHz 대역 주파수 발언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