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쾀, 방통위의 선물인가

[칼럼] 클리어쾀, 방통위의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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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무료 디지털 TV 수신 장치인 ‘클리어쾀(Clear Qam)’을 TV에 내장하는 방식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방통위는 케이블업계,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과 함께 클리어쾀 TV 표준화 회의를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같은 행보는 특정 매체의 편향성을 지나치게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있다. 사실상 망중립성을 폐기하며 통신사의 이익을 보장해준 것처럼,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유료방송 매체의 불균형성을 야기시켜 종국에는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뜻이다.

 

   
 

원래 클리어쾀이라는 개념은 2009년 당시 3년 정도 남은 전국 디지털 전환 사업을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전면에 등장했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시켜 지상파 및 기타 무료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만드는 이 기술은 셋톱박스 없이 TV에 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디지털 전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것으로 여겨진 것이다. 물론 고화질 영상 및 양방향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2012년 현재 방통위의 주관으로 추진되고 있는 ‘클리어쾀’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여기서의 ‘클리어쾀’은 전적으로 케이블 사업자의 영역이며 케이블 TV 전용 기술이기 때문이다. 즉,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전환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술로서 케이블 사업자는 이 기술로 케이블 디지털 전환율을 끌어올리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유료방송 매체간 ‘형평성’에서 불거지고 있다. 케이블이 자사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율을 올리기 위해 클리어쾀 내장 TV를 제조사와 협의하여 제작하는 것은 시청권 보장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굳이 이같은 논의에 방통위가 관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때문이다. 유료방송매체는 케이블 사업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통신사의 IPTV와 위성 방송사인 KT 스카이라이프도 있다.

즉, 케이블 사업자는 클리어쾀 내장 TV를 통해 셋톱박스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상품으로 디지털 전환율을 끌어올리면 가입자 이탈을 막고, 자연스럽게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방통위라는 정부부처가 개입하면 형평성을 잃는다. IPTV와 KT 스카이라이프도 ‘셋톱박스’가 있어야 방송 시청이 가능한 매체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케이블, IPTV, KT 스카이라이프 모두 셋톱박스로 방송을 시청하는 형태인데 굳이 방통위가 케이블에 대해서만 클리어쾀 내장 TV 계획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최근 케이블 사업자들은 제조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공동전선을 펼치는 모양새다. 망중립성 부분에 있어 제조사가 통신사와 결별하고 케이블과 손을 잡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으며 케이블 측도 셋톱박스 비용을 제조사에게 맡기는 형태로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업자들의 자연스러운 이합집산이기 때문에 사업적인 시각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클리어쾀’ 현안과 같이 방통위가 직접 특정 사업자의 지원에 대해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다.

케이블 업계는 전국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3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집행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동시에 정부에 막대한 지원을 요구한바 있다. 또 지상파에 CPS를 받아 디지털 소요 비용에 어느 정도 보태겠다는 과격한 발언도 서슴치 않고있다. 물론 이는 시청자의 시청권 보장을 위한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말도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개인 사업자의 재산을 불려주기 위해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세금의 올바른 활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댈 수 있지만 그 마저도 ‘사업자인 케이블이 관리한 다음 여력이 부족하다면 지상파 직접수신으로 돌려야 한다’는 냉정한 답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만을 위한 클리어쾀 내장 TV 지원에 방통위가 나서는 것은 문제가 많다. 안그래도 최근 PP 매출규제 및 SO 권역규제 완화 등으로 방통위가 ‘친 케이블’ 정책을 퍼다준다는 비판이 비등한 이 때, 시청자의 시청권을 볼모로 특정 사업자에 정부 지원이 몰리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클리어쾀 현안은 유료방송 매체간 치열한 논쟁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똑같이 셋톱박스를 활용하는 케이블, IPTV, KT 스카이라이프 중에서 케이블이 클리어쾀 내장 TV를 제조사와 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방통위가 있으면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