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의 거짓말, 방송기술로 찾는다

[칼럼] 종편의 거짓말, 방송기술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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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MMS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시절(물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상파 MMS가 지상파 방송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를 유발시켜 종국에는 다양한 미디어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은 지상파 의무재송신 현안에서는 전혀 다른 논리를 내세웠다. CPS 과금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상파 의무재송신 대상을 두고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의무재송신 대상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새삼 지상파의 무료 보편적 미디어 서비스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상파 MMS를 통한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 구축에는 지상파의 과도한 영향력을 경계했으면서, 의무재송신 채널 대상 확대에는 찬성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만 두고 지상파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촉구하기도, 과도한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기도 한 것이다. 인생 참 편하게 산다.

최근 국정감사를 두고 종편의 재승인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상한 가운데 막말 방송, 중징계, 편향성 등의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있는 종편을 과연 존속시켜야 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동시에 종편 자체를 둘러싼 탄생과 특혜논란은 물론, 등장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석연치 않은 이유들을 모조리 잡아내어 엄정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을 위시한 시민사회단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종편의 주주 구성 및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조치 등을 비롯해, 다양한 결격사유를 면밀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종편의 ‘인생 편하게 사는 법’이다. 힌트는 위에서 설명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태도다. 10월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인권센터, 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주최한 ‘미디어 생태계 회복을 위한 종편 규제의 진단과 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종편에 대한 집중적인 검증을 펼쳐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종의 ‘검증 발표회’를 연 자리였다. 그리고 여기서 ‘종편 도입 과정에 대한 검증과 바람직한 규제 방향 제안’이라는 발제를 맡은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의 발언이 흥미롭다. 김 팀장은 발제문 8-9페이지,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을 통해 종편이 방송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한 청사진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면밀히 분석하며 “종편은 때로 PP의 입장에서, 때로는 지상파의 입장에서 스스로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김 팀장에 의하면 종편은 방송산업 발전기여 계획을 제출하며 유료방송 선순환 구조 개선, 방송장비 국산화, 연구투자 계획 및 콘텐츠 투자 계획 등을 정부에 약속했다고 한다. 동시에 종편은 3D 및 UHDTV 등 다양한 뉴미디어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방송기술 발전 전반에 거친 광범위한 투자와 개발을 약속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팀장은 이러한 종편의 호언장담은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던 계획’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종편은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다. 단순히 채널을 공급하는 PP의 임장에서 자신들이 정체성인 ‘종합편성채널’의 역할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이 대한민국 방송기술 발전을 위해 UHDTV까지 손을 대겠다니. 김 팀장은 이러한 청사진이 모두 종편 승인 과정의 졸속처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한 마디로 듣기 좋은 말만 썼다는 비판이다. 그리고 승인 당시 심사위원들은 평가 배점의 85%라는 후한 점수로 ‘보답’했다. 그 심사위원 얼굴이 꼭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PP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장비 국산화 및 3D, UHDTV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발전을 지상파 수준에서 약속했던 종편이 막상 다른 영역에서는 은근슬쩍 ‘기준완화’를 요구한 부분이다. 실제로 김 팀장은 종편의 방송시설 설치, 운용계획에는 지상파의 현재 시설보다 축소된 안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뜬 구름 잡기의 정도에서 약간의 현실성이 담보되는 영역에는 슬쩍 스스로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게다가 지난 9월 6일 동아일보는 아예 대놓고 5일에 의결된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가 엄격하다는 ‘엄살’과 함께 그 기준이 지상파보다 엄격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종편 봐주기의 결정판’이라는 말을 듣던 당시의 방통위 재승인 안을 두고 말이다.

지금 종편은 각 상황에 따라 PP와 지상파의 수준을 오가며 유리한 고지를 찾고있다. 이는 지상파 MMS와 의무재송신 확대 논란에 임하는 유료방송의 행태와 비슷하다. 물론 사업자의 측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길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소한의 공정성이 담보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지나친 자사 이기주의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종편의 거짓말과 뻥튀기, 그리고 이중잣대는 여기서 나온다. 더욱 엄격한 재승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함은 자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