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자 전격적으로 소신사퇴를 선언했던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상임위원이 한 달의 공백을 뒤로하고 다시 복귀했다. 이에 양 위원은 “부끄럽지만, 남은 임기 동안 저널리즘의 원칙을 일탈한 편파방송을 바로잡겠다"는 말로 상임위원의 자리로 돌아온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일부 매체가 양 위원의 복귀를 ‘쇼’라고 평가하며 그의 복귀를 “한달여 넘게 방통위 행정공백을 연출한 채 없었던 일로 막을 내렸다. 그의 변명 역시 무책임의 연속이었다”라고 비판해 눈길을 끈다. 물론 언론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공인의 공적인 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상대가 야당추천 양문석 위원이기에, 그리고 양 위원이 시민단체 출신으로 그동안 방통위에서 ‘CJ 특별법’과 ‘직사채널 허용 IPTV법 개정안’ 등으로 대표되는 유료 방송의 무리한 시장지배 시도를 반대했었기 때문에, 일부 매체의 과도한 ‘양 위원 복귀 쇼’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이한 미장센을 보는 것 같다.
물론 전제할 점은, 여기에는 일정정도 양 위원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 상임위원 자리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며, 자신을 추대한 다양한 진영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격 사퇴를 결정한 것은 일견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방통위 업무공백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양 위원이 스스로 사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무시하고, 오로지 그로 인해 발생한 업무공백을 문제삼고 그의 복귀를 ‘쇼’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많다. 차라리 MBC 김재철 사장 및 지역 MBC 통폐합 건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중요한 정치적 돌발변수를 두고 배수의 진을 칠 수 밖에 없었던 야당 추천 이사의 얕은 정치적 역량을 지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일부 매체의 ‘양 위원 복귀 쇼’ 발언은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양 위원의 ‘유료 방송에 의한 과도한 시장지배력 저지’에 대한 오래된 불만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분석이 타당하다. 실제로 미디어 정치적인 분야 외에도 현재의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추진하는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법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클리어쾀 TV, 8VSB 논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DCS 등이 치열한 진영싸움을 이어가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양 위원의 복귀는 ‘MBC 및 기타 미디어 정치적인 분야’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동시에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서의 상징성’도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그의 복귀가 ‘쇼’로 변질된 셈이다.
그래서 양 위원의 복귀를 환영하든, 환영하지 않든, 지금 이 시점에서 모두가 해야 할 일은 양 위원의 올바른 처신을 주문하는 것이다. ‘공’이 있고 ‘과’가 있다. 그러나 그의 행보를 진영주의적 시선으로 재단하기만 한다면 분석해낼 수 있는 성과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의 복귀는 ‘쇼’가 아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작이다. 책임도 묻고 신임도 하지만 최소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치열한 기회를 주자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