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구글은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에서 88.8%를 기록할 만큼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높은 검색엔진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가장 뚜렷한 구글의 시장 지배적 지위는 스마트 플랫폼 OS의 점유율에서 나타난다. 2014년 8월 기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는 59.67%의 점유율을, 애플의 iOS는 31.56%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시장과 모바일 OS 시장 내 구글의 독점적 지위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로서 콘텐츠 제공 사업자와 이용자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해야 하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위는 시장 내 독점적 지위 남용, 특허 남용, 개인정보 보호 및 조세 회피와 관련된 EU 회원국·EU 집행위원회(EUC)와의 갈등을 낳고 있다. 유럽은 이전에도 MS, 인텔, 퀠컴, IBM 등 미국 기업에 대해 공정경쟁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구글에 대한 요구는 기술에 대한 공정거래를 넘어 EU 권역의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수준의 공정성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구글은 검색 결과 내용의 공정성, 가입자 정보에 대한 보호 여부, 소비자의 애플리케이션 결제 보호 조치 등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우월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재 영역을 넘어선 일반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영역까지 확대된 것이다.
현재 구글이 EU 내 각국 규제 기관과 충돌하고 있는 가장 민감한 부분은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다. 2012년 10월 EU 회원국의 데이터 및 개인정보 규제기관들은 구글에 실정법에 어긋난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정책 시정을 명령했다. 당시 27개 EU 회원국들 가운데 그리스, 루마니아,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24개국이 이런 내용의 서한에 서명했다. 회원국들의 요구는 2012년 3월 구글이 유튜브, G메일, 구글+ 등 자사 서비스 이용자들의 웹서핑 기록 등 개인정보를 통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정책을 바꾼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프랑스의 국가정보위원회(CNIL)는 구글 측에 4개월 내 유럽 기준에 맞는 프라이버시 정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의 뒤를 이어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모두 6개국 정보보호기관들은 2013년 4월 구글의 통합 프라이버시 정책이 EU 기준에 어긋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이후 2013년 12월 스페인 정보보호국은 구글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적용해 벌금 90만 유로를 부과했고, 프랑스의 CNIL 또한 개인 정보의 수집 방식과 활용 경로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며 벌금 15만 유로를 부과했다. 중요한 것은 2013년 구글의 서비스 이용자 빅데이터의 통합 관리를 도입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후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가 EU의 주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는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구글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 개인의 인권과 충돌한다는 논쟁을 촉발했다. 이 판결은 위에서 언급한 구글의 통합 프라이버시 정책에 대한 스페인과 프랑스의 벌금 부과 이후에 나온 판결이다.
이처럼, 구글과 EU는 개인정보 보호 영역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에서 개인정보의 규제가 엄격한 E-mail 서비스 시장에서만 자국 기업들이 구글에 우위를 보이고 있는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인터넷 검색 시장과 달리 E-mail 시장에서는 독일 내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들이 절대적 강세를 보인다. 검색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는 구글은 2009년 3%의 점유율에서 2013년 6.5%로 증가했지만 검색엔진의 점유율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검색 시장에서 0.02%대의 점유율을 보인 GMX는 2013년 집계 26.3%로 가장 높은 E-mail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뒤이어 Web.de가 26.1%의 점유율을 보인다. 비록 이용자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T-Online도 제3의 사업자로서 2013년 9.1%의 E-mail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온라인 검색 서비스와는 다르게 E-mail의 이용에서 독일 내 서비스가 우세를 보이는 이유는 개인정보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는 독일 내 분위기와 관련 있다. 독일의 E-mail 서비스 제공은 독일 국내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은 광고 메일이나 스팸 메일, 사용자가 삭제한 메일의 서버 보관 기간 등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특히 구글이 이용자 정보(개인IP, 쿠키)를 통해서 광고나 추천 검색어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용자 정보 도용에 대한 반발이 높은 독일의 (개인 이용이 높은) 메일 서비스에서는 자국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는 특징이 발견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2년 3월 구글의 통합 개인정보 정책 변경 이후 EU의 각국 정부가 사생활 침해를 문제로 제기한 것도 개인정보 보호 영역의 사건이며, 구글에 각국 정부가 벌금을 차례로 부과한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독일의 E-mail 시장 상황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으며) 국내에서도 구글에 대한 규제에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구글의 스트리트뷰 관련 개인정보 침해 사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선례가 있다. 그러나 최근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및 관리 소홀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에도 일관된 규제 정책의 적용은 충분한 타당성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