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어디로?

[종합] 700MHz 주파수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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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상반기 중으로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700MHz 주파수 잔여 대역을 둘러싼 방송과 통신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난 1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상파 UHD 도입 시기, 소요 주파수, 주파수 확보 방안 등을 담은 정책방안을 올 상반기 내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방송 서비스로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해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방송 서비스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700MHz 주파수 확보다.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선 700MHz 주파수가 필수적이다.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을 위해선 총 11개의 채널이 필요한데 이중 2개의 채널을 DTV 대역(470~698MHz)에서 확보하더라고 9개의 채널을 700MHz 대역에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700MHz 주파수를 제외한 다른 대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700MHz 주파수 잔여 대역을 방송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부와 방통위는 700MHz 주파수를 방송용뿐만 아니라 통신용으로도 활용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와 방통위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으로 분배한 20MHz폭을 제외한 88MHz폭을 방송과 통신에 나눠 활용한다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47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나눠 쓰는 방법도 있다고 말한 것은 분량의 측면에서 나누는 방법과 시간적으로 나누는 방법이 있는데, 이게 복합이 되면 방송과 통신이 100%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서로 존중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지 않을까 한다며 상반기 내 주파수 분배안이 확정될 것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앞서 최 위원장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해 “700MHz 처럼 한정된 주파수를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방송과 통신 업계에서는 700MHz 주파수를 나눠서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 업계에서는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을 위해선 700MHz 주파수 잔여 대역 88MHz 54MHz(채널 당 6MHz)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고, 통신 업계는 주파수 효율성을 감안해 방송이면 방송, 통신이면 통신에 몰아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다.

4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700MHz 대역 주파수 분배 정책과 방송통신의 미래토론회에 방송계를 대표해 발제자로 나선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와 통신계를 대표한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융합공학부 교수 역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700MHz 주파수 잔여 대역을 각각 방송과 통신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계를 대변한 김 교수는 “UHD TV는 수년 내 일상적인 방송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공익적 차원에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구현이라는 방송의 기본적 책무와 사회소외계층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700MHz를 방송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통신계를 대표한 박 교수는 방송의 공익성은 인정하지만 직접수신율이 7%도 안 되는 상황에서 지상파 UHD 방송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한 뒤 “700MHz 주파수를 UHD TV 방송용으로 결정한 나라는 없으며 거의 모든 나라에서 통신용으로 할당 또는 할당예정이라면서 국제적 조화와 트래픽 증가 추이를 고려해 700MHz 주파수 잔여 대역을 통신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 업계는 보편적 시청권과 매체선택권 보장에 직접수신율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편적 시청권은 차세대 방송으로 꼽히고 UHD 방송을 산간 오지나 벽지에 있는 시청자들도, 돈이 없는 시청자들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시청자의 권리라며 직접수신율과 관계없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한 뒤 시청자들이 지상파 UHD 방송을 보던, 유료방송을 이용해 보던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직접수신율 통계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직접수신율에 대한 통계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매년 하고 있는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조사 방법에 문제가 많다신뢰할 수 없는 통계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해당사자는 물론이고 방송과 통신을 대표하는 학계에서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201310월부터 201412월까지 12개월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으로 운영한 ‘700MHz 대역 활용방안 연구반의 연구결과도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연구위원들의 전공분야, 해당분야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서로 달라 의견 수렴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일치하지 못한 내용은 개인의 의견을 첨부해 최종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해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음을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미래부와 방통위에서 상생의 원칙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오늘 이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렴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은 상당히 완고한 것 같다형제가 있는데 한쪽에선 밥 달라고 하고 한쪽에선 죽 달라는 상황으로 부모 입장에서는 사이좋게 나눠 먹기를 바라는데 양쪽에선 서로의 입장만 주장해 죽도 밥도 안 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구체적인 비유를 들어 현 상황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