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달리는 기자?

[정치] 미래를 달리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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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단독 TV 토론이 결정된직후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에서 질문지 사전 유출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박근혜 후보의 TV 토론을 소개하는 과거형 기사가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박광온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박 후보의 단독 TV 토론을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박 후보의 TV토론 질문지와 답변지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박 대변인은 "유출된 큐시트에는 박 후보가 어느 대목에서 땀을 닦고 머리와 옷을 정돈할 지 등 사소한 액션까지 적혀 있다고 한다"며 "`마무리 연설 때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와 겹쳐 보이도록 할 것’, `이 때 박 후보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으면 진행자가 이를 언급할 것’이라는 등의 주문까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백기승 새누리당 공보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거짓말이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여서 고발할 것’이라고 발끈하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아직 TV 토론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토론회를 과거형으로 표현한 기사가 등장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제목은 -[대선 D-22] 朴 TV토론 ‘국민면접’ 치러-이며 해당 기사는 오후 7시 42분에 송고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기사는 온라인 상에서 ‘미래를 보는 타임머신 기사’로 불리며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를 단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미묘한 대목이 있어 여전히 논란은 진행중이다. 우선 기사 내용 중 박 후보의 돌발 반응 하나하나를 과거형으로 세세하게 묘사한 부분이다. 본문을 보면 [박 후보는 청년실업과 가계부채 등 자신이 발표했던 공약 중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에 대해 적극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공약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 등을 언급하며 은근히 자신의 공약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대목이 있다. 해당 기자가 단순하게 토론회를 상상하며 과거형으로 썼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다.

여기에 [여야는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방송 대본과 큐시트 유출 논란을 벌이는 등 뜨거운 신경전을 펼쳤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나 홀로 하는 TV토론도 모자라 질문지와 답변지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방송 관련 큐시트에 ‘박 후보의 최종 연설시 육영수 여사 이미지와 겹쳐보이도록 할 것, 박 후보 눈가가 촉촉하게 젖으면 이를 남성 진행자가 언급하도록 할 것’이란 주문이 쓰여 있다고 한다”며 “이 정도면 신파 드라마다. 방송사들이 박 후보를 미화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주장했다.]는 기사는 씁쓸함을 느낄 정도로 현재 해당 기사가 처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해당 기사는 언론사의 단순 실수나 기자 및 데스크 시스템의 기계적 오류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특정 이벤트를 앞두고 주최측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리 기사를 작성하는 관행은 꽤 오래전부터 내려왔으며, 이는 치명적인 오류만 없다면 어느 정도의 순기능도 수행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 배포한 것이 거의 확실한 보도자료에 토론회를 앞둔 박 후보의 세세한 감정 묘사까지 포함된 것은 그 자체로 트집거리다. 가뜩이나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받는 새누리당에게는 악재인 셈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날자 배떨어져서 ‘곤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