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애란 TV기술국 기술감독

[인터뷰] KBS 박애란 TV기술국 기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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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을 즐길 줄 아는 타고난 기술인

 

인터뷰 / KBS 박애란 TV기술국 기술감독
긴장감을 즐길 줄 아는 타고난 기술인

여성이 방송기술인의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은 이제 전혀 놀랄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이 기술감독이 되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KBS는 지난 6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그들 최초의 여성 기술감독을 탄생시켰다. KBS TV기술국 박애란 기술감독. ‘최초’, ‘여성’, ‘기술’, ‘감독’ 이라는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는 그녀를 만나본다.

| 맡고 계시는 일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입사 이후로 제주와 춘천 지역국은 물론, 라디오녹음실, 편집실, 더빙실, TS-15 스튜디오를 두루 거치면서 쇼, 교양프로그램까지 골고루 경험했어요. TV 기술감독으로 발령받은 지는 두 달쯤 됐는데 요즘엔 ‘추적60분’, ‘소비자고발’, ‘여성 공감’, ‘책 읽는 밤’, ‘체험 삶의 현장’ 등의 프로그램을 전담하면서, ‘뮤직뱅크’처럼 라이브 쇼 프로그램에는 편집지원을 가기도 해요.

| 제작기술을 말한다.

방송제작기술은 선배들이 쌓아온 제작기술과 이론을 바탕으로 많은 경험과 노력에서 나오는 노하우(Knowhow)와 센스가 필요한 분야죠. 편집은 물론이거니와 조명, 영상, 음향 등 다양한 방송제작기술은 창의력과 순발력, 그리고 개인 특유의 예술적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자신의 영역에 신명과 끼, 열정과 노력이 어울려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 기술감독, 그 필요조건

제작기술은 제작자가 요구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따르기 보다는 스스로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기술인의 자존심, 즉 프로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기술감독은 리더십과 결단력, 방송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있어야만 합니다. 조명도 알아야하고, 오디오, 비디오, 녹화편집, 스튜디오 상황까지 한꺼번에 인지하려면 의무감만 갖고는 어렵죠. 거기다가 현장의 모든 기술적인 부분들을 순간순간 제어하고 지휘하려면 리더십과 결단력은 기술감독에게 꼭 필요한 덕목 같아요.

| 타고 난 직감과 본능의 소유자

클래식 음악 같은 경우는 30분 이상 연주되는 것들도 있잖아요? 80년대에 라디오 녹음하다가 중간에 LP가 튄 경우가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할 땐 처음부터 재녹음하기가 정말 난감해요. 제 자랑 같지만 전 그걸 중간에서 표 안 나게 잘 이어붙이기로 유명했죠. 한번은 연말 시상식 생방송이었는데 1부가 끝나고 3분 정도 되는 짬에 스텝들은 담배를 피우러 나가고 저 혼자서 다음 VCR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런데 주조정실에서 갑자기 운행을 바꿔서 약속된 3분은커녕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서 바로 2부 순서가 닥쳐버린 거예요. 제 손은 본능적으로 VCR START 와 함께 스텝들을 불렀죠. 아휴 다들 허둥지둥(웃음). 한번은 뮤직뱅크 사전녹화였어요.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음이 잘 안나왔어요. 그래서 두 번째 녹화를 뜨는데 이번엔 카메라가 엉켰어요. 시간은 없고 절묘하게 비디오 오디오를 편집해서 방송이 나갔죠. 제작한 스텝들도 잘 모르더라고요.

| 방송기술, 그리고 여성

여성은 ‘섬세함’이 장점이죠. 편집을 할 때나 무대 위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성보다는 좀 더 꼼꼼하고 세련된 맛이 있거든요. 반면에 조명처럼 많은 체력을 요하는 일은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부족하죠. 더구나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가사노동과 육아의 부담이 더 생기니까 차이는 더 커져요. 그걸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죠.

| 긴장감이 주는 짜릿한 성취감

저는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즐겨요. 멀티태스킹이라고 하죠? 눈은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귀로는 주 음향과 오가는 지시사항들을 챙겨야 되고, 머릿속으로는 다음에 이어질 영상들을 염두하고 있어요. 그렇게 몇 시간에 걸쳐 진행을 하고 나면 온몸의 에너지가 다 방전되는 느낌이지만 머릿속은 성취감으로 가득 차죠. 이건 열정이 없으면 느끼기 힘들어요. 방송이 끝나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막걸리 한잔은 보약과도 같습니다.

| 예비 기술인들에게 전하는 말

방송기술은 어느 분야보다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방송기술인은 신기술 지식은 물론 창의력과 순발력 예술적 감각을 필요로 합니다. 공학과 방송학의 조화죠. 한마디로 자신의 영역에 신명과 끼, 열정을 갖고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분야를 지키고 발전해 나가는 것은,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품위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함으로서 모든 시청자에게 인정받는 진정한 방송기술인이 되리라 믿습니다.

| 하고 싶은 것이 아직 많다

예전에는 볼링, 등산, 라틴댄스 를 즐겼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좀 부족하네요.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타는 정도가 체력관리를 위한 취미이고 틈틈이 기타를 치고 있어요. 10년전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시간이 생긴다면 다양한 장르의 요리법과 한식과 접목한 퓨전요리 도 배우고 싶어요. 예전에 아이들이랑 영국에 1년간 머물렀을 때 여러 나라 친구들 앞에서 김치며 잡채 김밥은 물론 다양한 한국음식을 만들고 가르쳐 주었는데 정말 즐겁고 가슴 뿌듯한 시간 이었습니다. 그때 별명이 김치티쳐 였어요. 가까운 미래에 세상 밖으로 요리유학을 떠나 남은 열정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싶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