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환 EBS 기술연구소 소장
“영어로 할까요? 일어로 할까요?”
EBS 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인사를 하자마자 박성환 EBS 기술연구소 소장은 기자를 당황케 했다. 항상 배움에 쉼 없이 정진한다는 박 소장의 취미는 ‘공부(?)’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타 부서에 비해 직원 교육의 기회가 더 많다는 기술연구소에서는 특유의 학술적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일 기술협력재단’을 통해 ‘NHK연수’를 다녀온 박 소장은 배움의 중요성을 몸소 체득하고 있었다. 매 순간 뭐든지 배우려는 자세로 세상을 대하는 그와의 인터뷰 시간은 기자에게도 배움의 시간이었다.
경제위기의 한파 때문인지 방송가에도 ‘기구개편이다, 인력감축이다’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방송가의 찬바람이 EBS 기술연구소까지 미치지는 않았는가.
– EBS 기술연구소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탄력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기에 그런 걱정은 없다. 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하는 기술들은 경영합리화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일처리를 가능케 한다. 흔히 사람들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테이프 대신 디지털로 된 것을 창고에 쌓아두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디지털 아카이브’는 창고에 쌓아두거나 박물관에 고이 모셔두는 데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효용 가치에 따라 콘텐츠를 선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용 빈도와 중요도에 따라 중요자료만 따로 모아 관리하는 것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방식이 바로 경영합리화를 가능케 한다.
EBS의 기술연구소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많다고 들었다. 그 중에서 올해의 주력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 지상파 MMS는 디지털방송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EBS는 MMS를 통해 보편적인 무료서비스 방송을 하고자 한다. EBS는 English 프로그램이나 수능 프로그램 등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특히 영어 관련 프로그램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사교육비 감소’라는 목적을 위해 만든 만큼 더 많은 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보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할 때 DTV 관련 제품의 판매도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MMS를 볼 때 지상파 채널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고화질?고음질이라는 디지털방송의 장점을 통해 더 많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기술연구소에서 오랜 시간 복무하셨는데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는가.
– 시스템 전환에 대한 다른 시각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다. 경영진은 디지털화가 되면 인력을 축소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멀티주조’를 구축하고 있는데 경영진은 이것이 완성되면 관련 인력을 빼내어 현업으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이 바뀌면 엔지니어들은 그 기술이 더 확장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하는데 소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당일은 EBS의 신입사원 면접이 있던 날이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신입사원 면접으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박 소장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신입사원들로부터 열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하는 박 소장은 “면접을 보면서 방송기술을 동경해왔다는 지원자들을 보며 방송 관련 근무자로서 매우 뿌듯했지만 그에 따른 준비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방송국에 지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우선 방송기술 컨퍼런스인 KOBA 프로그램에 참여해 방송입사 전 방송기술에 대해 좀 익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방송국 입사를 원한다면 방송국 기술들을 먼저 살펴보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같은 능동적인 노력이 뒷받침될 때 더 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