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의 미래, 있다 VS 없다

[이슈] 종이 신문의 미래, 있다 VS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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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종이 신문은 거의 화석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창간 60주년을 맞은 <한국일보>가 ‘디지털 우선 전략(Digital First)’을 선언했다. <한국일보>는 창간호 특집면 기사를 통해 2030년 6월 9일자 아침판을 끝으로 더 이상 종이 신문을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 종이 신문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문 1면 보다 디지털 뉴스 생산에 집중하는 ‘디지털 우선 전략’을 택한 <뉴욕타임스>에 이어 <한국일보> 그리고 <스포츠서울닷컴> 등 국내 언론사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종이 신문의 위기라는 현실 속에서 ‘디지털’이라는 생존 전략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일보>의 온라인판인 ‘한국일보닷컴’을 보면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낚시성 기사 대신 온라인 전용 기사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자극적인 제목과 이슈 키워드를 앞세운 어뷰징 기사가 아니라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고품질의 기사를 게재해놓은 것이다. <한국일보>라는 브랜드가 종이 신문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일보

최진주 한국일보 디지털뉴스팀장의 인터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최 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 경제지는 계속 디지털 전환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닷컴에 들어가면 선정적 기사, 낚시성 기사, 지저분한 광고가 나온다. 신문만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온라인은 얼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돈을 벌기보다는 우리 명성에 똥칠하지 않고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변화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이 같은 변화는 확실히 국내 언론계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전용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온라인판을 품격 있게 만드는 것과 종이 신문을 버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종이 신문의 위기는 이미 몇십 년 전부터 나돌던 말이다. 20여 년 전부터 종이 신문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로 대표되는 미국에서도 종이 신문이 갈 길은 사양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이 신문은 여전히 살아 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30년 간 <워싱턴포스트>의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킨 워런 버핏 역시 최근 <워싱턴포스트> 주주들에게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해도 신문의 콘텐츠 전달력과 깊이를 결코 따라갈 수 없다”며 종이 신문은 영원히 종이 신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따라갈 수 없는 종이 신문만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일본만 해도 종이 신문의 미래는 절망적이지 않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은 여전히 1000만 부 정도의 발행 부수를 유지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휠체어 대어, 혼자 사는 노인 가정 방문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독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언론인들은 앞으로도 50여 년 정도는 종이 신문이 현재 발행 부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 시대라고는 하지만 기술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젊은 층이 있는가 하면 기술 변화의 흐름으로부터 살짝 비켜나 있는 중장년층, 노인층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종이 신문은 전통적인 언론 기능을 지니고 있다. 온라인과 페이스북 등 SNS 상에는 온갖 잡다한 정보가 난무하고 있어 사실 확인된 정보나 꼭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속보 경쟁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고, 각종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전달하는 언론의 전통적인 역할은 신문밖에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종이 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사들은 바로 이 시기에 기사의 질을 통해 종이 신문에 대한 신뢰도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5억 명이 종이 신문을 읽었고, 온라인이나 SNS 등 디지털로 기사를 접한 독자는 8억 명에 달한다. 또한 종이 신문의 광고 매출은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전 세계적 신문사 수익의 93% 정도는 종이 신문을 통해 얻는다고 한다. 종이 신문의 미래는 없다고 말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물론 온라인과 SNS를 통한 매체 전략도 분명 필요하다. 본고에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일보> 온라인판의 변화는 분명히 다른 언론사들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종이 신문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종이 신문의 위기와 희망이 교차되고 있는 바로 지금, 한 번 발행된 기사는 번복할 수 없다는 종이 신문만의 가치에 언론사들이 다시 한 번 집중한다면 종이 신문의 미래는 180도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