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전통적인 TV 시청 패턴이 변화하면서 시청률 조사 방식 개편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TV 시청 방식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으로 이동하면서 이제 더 이상 집 안 TV만을 대상으로 한 시청률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TV 외 스마트폰, 태블릿 PC 그리고 VOD 등 다양한 매체의 시청을 측정할 합리적인 기준과 방식 찾기가 쉽지 않아 시청률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중순부터 지상파방송의 본방송과 재방송, 케이블, IPTV의 시청률을 합산한 이른바 ‘통합 시청률’이 발표된다. 대표적인 시청률 조사 기관 중 하나인 TNmS는 지난달 기자설명회를 통해 “지상파로 본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시청하거나 파일을 내려 받아 보는 이들이 50%가 넘는다”면서 지상파 시청률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지난 5년 동안 통합 시청률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KISDI 정보사회분석실 정용찬 ICT통계분석센터장 역시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미디어 이용의 개인화‧이동화‧네트워크화로 고정형 TV 수상기에 국한한 현재 TV 시청률 측정이 통합 시청률 측정으로 진화돼야 한다”며 시청률 조사 방식의 개편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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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통합시청률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통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늘었고, IPTV의 성장세로 본방송이 아닌 VOD로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해 N-스크린 시청기록 산출조사를 올 신규 사업을 편성해 스마트폰과 PC 시청률을 어떻게 조사해 통합시청률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지 연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방통위는 시범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채널 산정을 위한 조사와 각 매체별 가중치 부여 등 아직 연구할 게 많다”며 충분한 연구를 진행한 뒤 기술적 검토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통합시청률 산정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방통위의 계획대로 진행되기까지는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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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TNmS가 밝힌 통합 시청률을 보면 VOD 시청률이 있는데 VOD를 시청률에 넣어야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VOD의 경우 본방송 시청과 달리 빨리 보기나 점핑, 스킵 등이 가능하다. 또 한 사람이 여러 번을 봐도 여러 명이 본 것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청률 개념에 넣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시청 연령층이 높은 TV와 젊은 층이 보는 모바일의 시청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며, 각 매체별 영향력은 어떻게 측정해 적용해야 하는 것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게다가 각 매체별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관건이다.
새로운 시청률 조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전문가뿐 아니라 업계 대부분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 방식 개선을 둘러싼 적용 기준과 방식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제각각인 만큼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