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내용을 일단 갈음을 하고 시작하는 것이 앞으로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가 쉬월할 것 같다. 지난 내용은 스마트 TV를 OTT 서비스의 확장으로 보고, OTT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OTT 서비스는 ‘유료 방송 서비스를 우회한다’는 말에 걸맞게 기존 미디어 기업들이 아닌 비미디어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OTT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가격과 콘텐츠에서 차별성을 가지기 힘들기 때문에 부가 서비스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정리했다. 따라서 향후 OTT 시장의 주도권은 클라우드 서비스 등 부가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Apple, Google, Amazon, MS와 같은 기업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스마트 TV는 필요한가란 질문은 의미가 없다. 세계가 스마트 TV로 진격하는 상황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스마트 TV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은 들어온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 대신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TV를 육성해야만 하는가?’란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방송 산업은 정부주도형이었다. 비단 방송 산업만 그러했던 것은 아니지만, 유달리 방송 산업은 정부가 주도해서 시장을 만들고 규정해서 이만큼 만들어 놓은 시장이다. 따라서 스마트 TV에 대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장서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낯선 그림은 아니다. 그러나 스마트 TV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장서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치명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망을 제공하지 않는 순수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이다. 현행 방송법에서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모든 방송 플랫폼 사업자는 규제 대상이었다.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 그리고 IPTV사업자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해당 서비스가 제공되는 망에 대한 규제였다. 지상파와 위성은 주파수를 이용하고 있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케이블망을, 그리고 IPTV는 QoS가 보장되는 인터넷망에 대한 이용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합하다. 따라서 망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범용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OTT는 기본적으로 방송법 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 TV나 OTT 사업자를 선정해서 사업을 할 시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말기로서의 스마트 TV 활성화는 지식경제부 등이 나서서 할 일이고, 방송콘텐츠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 육성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할 영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직접적으로 스마트 TV의 육성을 도모해야 할 명분과 수행 도구가 부족하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 TV를 육성한다고 했을 때, 그 정확한 의미는 스마트 TV가 시장에 진입해서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외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미국 시장과는 달리 국내 시장에는 기존 미디어 기업들이 점차 OTT로 진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시장에는 CJ E&M의 Tving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KT는 N-Screen의 일환으로써 모바일 IPTV 등을 출시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 Tving의 진화속도는 꽤 빠르다. 초기에는 기존 CJ헬로비전 디지털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 Comcast나 Time Warner Cable과 마찬가지로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듯 했지만, 확산 속도와 콘텐츠 확보 등에서 타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OTT 서비스가 대부분 VOD 중심으로 진행되었다가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실시간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Tving은 야구경기 등 실시간을 재빨리 포섭해서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화의 속도 역시 독보적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Tving은 소위 disruptive model이 아니라는 점이다. CJ가 Tving과 SO중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지는 시간이 설명해 주겠지만, 적어도 유료 방송 사업자와 직접 경쟁을 하는 쪽으로는 가지 않을 모양새다. CJ 헬로비전 가입자에게는 무료로 Tving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는 점, 가격 정책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정액제인 OTT 서비스의 경우에는 유료 방송 서비스의 1/10~1/20 수준인 것에 비해서 Tving은 Basic의 경우 유료 방송서비스의 90% 수준이다. 따라서 일부 계층이 이용하는 특수형 서비스이지 범용형 서비스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 TV를 육성한다면 적어도 Two Track으로 가야 할 것 같다. 하나는 기존 미디어 사업자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규 사업자가 등장해서 스마트 TV로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사업성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에서 속도 조절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만큼 조기에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장점일 있을 수 있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에는 기존 미디어 사업자와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disruptive model을 끌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진화의 속도는 빠르겠지만, 자칫 초기에 산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두 경우 모두 기본적으로는 현재 미디어 시장 구조 속에서는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조영신(2010a, 2010b, 2011)이 주장하고 있듯이 저가로 고착화된 우리의 방송 시장에서 이보다 저렴한 또 다른 서비스의 등장은 방송 콘텐츠의 가치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선택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VOD로 대변되는 OTT 혹은 스마트 TV는 기본적으로 실시간 방송의 재활용이다. 미술관에서야 재활용품을 이용해서 또다른 미학적 상품으로 거듭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도 재활용품이 재료로 활용될 뿐 그 자체가 상품이 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VOD 등은 실시간 방송 콘텐츠와 동일한 상품을 단지 장소와 시간을 변용해서 나온다는 점에서 절대 실시간 방송보다 높은 가격이 되어서도 될 수도 없다. 물론 단품 판매의 총량이라는 점에서는 실시간 방송보다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정액제 개념에서는 실시간 방송보다 비싼 것이 소비자의 관심을 주목을 끌 수는 없다. 이는 DMB나 Tving의 가격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6~7천원 내외의 유료 방송 서비스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반면에 과연 5천원 내외의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콘텐츠 사용료와 운영 경비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5천원의 상품 가격은 운영경비 + 콘텐츠 사용료 + 이윤이 포함된 금액이다. 물론 기존 미디어 사업자의 경우에는 bargaining power를 이용해서 운영 경비를 내부화시키고, 콘텐츠 사용료를 저렴하게 협상하고 최소 이윤을 목표로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규 사업자가 이와 유사한 상품을 출시할 경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신료 기준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대략 25%를 콘텐츠 사용료란 명목으로 지불하고, 위성은 33%, 그리고 IPTV는 50% 정도를 지불한다. 그러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반면에 위성과 IPTV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유료 방송사업자들은 자사의 수신료 중에서 대략 20~25% 정도를 PP에게 지급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규 사업자가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저가로 고착화되어 있는 유료 방송시장의 가격을 원가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화할 필요가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경우에는 가격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고, IPTV 사업자에게는 가격 하한제가 적용되어 있다. 핵심은 가격에 관한 부분은 사업자의 선택 요건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격 상한제로 묶인 상황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PP들에게 더 많은 수신료를 배분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PP 들 역시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 절대 파이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 상한제 등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가격 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하거나 할 개연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현재 유료 방송시장은 콘텐츠 경쟁보다는 가격 경쟁 혹은 결합 경쟁을 통해서 가입자 유치 및 유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가격이 급등할 수는 없다. 다만 콘텐츠 사용료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원가를 반영할 수 있을 정도의 여지는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여지를 통해서 신규 사업자가 파고 들 수 있어야 소위 스마트 TV나 OTT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콘텐츠 사업자의 입장에서도 유효하다. 콘텐츠 사업자의 주요 사업 모델은 창구화전략이다. 창구화는 동일 콘텐츠를 다른 시간에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최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영화 콘텐츠는 극장을 통해서 1차 수익을 확보한 뒤, DVD 등의 판매, 프리미엄 케이블, 범용 케이블(Basic), 그리고 지상파를 통해서 추가 수익을 꾀한다. 반면에 방송 콘텐츠는 방송 시장 내에서만 움직인다. 그 어느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1~2차 창구의 수익성이 높다는 점에서 1~2차 창구의 수익성에 저해가 된다고 할 경우에는 후속 창구로의 공급을 주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OTT 시장이 일정한 수익 규모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콘텐츠 제공업자로서는 1~2차 시장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콘텐츠 사업자가 OTT에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장의 성장성이 눈으로 확인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1~2차 시장과 겹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역으로 방송 시장이 정당한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는 시장이 형성될 경우 콘텐츠 공급업자 입장에서는 1~2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 후 OTT 등의 시장에 부가 수익만을 기대하고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유료 방송 시장이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혁신형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자간 경쟁이 보다 치열해 지되, 경쟁을 통한 승리 수당이 가시적이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VOD 중심의 시장에서는 콘텐츠와 가격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물론 상황에서 따라서 독점 계약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그 자체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롱테일 시장인 VOD 시장은 독점 계약이 적용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나 결합 경쟁력에 의존하지 않고 서비스 경쟁력을 통해서 과실을 챙길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Tving을 제공하고 있는 CJ E&M 정도가 적극적으로 OTT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다른 사업자를 압도할 수 있는 규모와 콘텐츠 비용을 내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OTT 서비스가 아닌 시장에서 나름의 의미를 가지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유료 방송 시장에 적용되고 있는 점유율 규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케이블의 경우에는 서비스할 수 있는 권역 수(1/3)가 제한되어 있고, 여기에 다시 점유율 규제(1/3)가 얹혀 있다. 그리고 IPTV 사업자의 경우에는 해당 권역에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을 포함한 유료방송사업 가입 가구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산술적으로 보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총 77개 권역 중에서 1/3에 해당하는 26개 권역을 넘을 수 없고, 25개 이하 권역에서 서비스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가입자의 수는 전체 종합유선방송사업 가입자의 1/3을 넘을 수가 없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는 종합유선 방송사업자 중 규모를 확대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은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권역을 확보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IPTV 사업자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수도권 등 인구가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이중적으로 점유율 규율이 적용될 경우 1개 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는 가입자의 숫자는 인위적으로 정해진다는 점이다. 현재는 IPTV의 약진으로 인해서 경쟁 정도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 IPTV의 경우에도 확보할 수 있는 가입자 임계점에 도달하게 될 경우 더 이상의 경쟁은 불필요해진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유료 방송 시장에 대한 점유율 제도를 폐지하거나 전체 시장을 두고 1/3 점유율 제한 정도도 단순화해서 보다 공세적으로 서비스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유료 방송 시장의 정상화다. 인위적인 규제로 인해서 콘텐츠 사용대가를 지불하지 못하는 요금 규제와 가입자 확대를 위한 경쟁을 차단하는 이중 삼중의 점유율 규제를 완화 내지는 폐지함으로써 유료 방송 시장내 긴장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그 다음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목이 VOD 시장의 활성화다. 일단 현재의 국내 방송 시장만을 놓고 본다면 신규 사업자의 등장보다는 기존 사업자가 새로운 서비스 출현을 통한 스마트 TV 활성화가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OTT 등 스마트 TV는 기본적으로 실시간 보다는 Time shifting과 Place shifting이 가능한 VOD 시장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VOD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단순 명제에 손쉽게 도달한다.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논리이지만, 이 전제에 동의를 한다는 전제하에 국내 방송시장을 살펴보면 VOD 시장의 활성화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실시간 방송의 경우에는 동일 상품을 케이블, 위성, IPTV 등이 제공함으로써 경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비해서 VOD 서비스는 일종의 부가 서비스로 간주되어 해당 플랫폼에 갖혀 있다. 케이블 사업자는 홈초이스란 VOD 서비스 업체를 설립해서 케이블 가입자를 대상으로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IPTV는 각 업체들이 독립적으로 자사 가입자에게 패쇄적으로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의 홈초이스는 IPTV 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있고, IPTV의 VOD 서비스도 케이블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법률적으로 진입 자체를 가로막지 않고 있지만, 실상으로는 실시간 플랫폼의 부가 서비스로 간주되는 한 이러한 구조가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실시간과 VOD의 서열적 관계를 어느 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VOD 서비스는 롱테일서비스다. 장기적으로 수익성은 확보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럴 경우 롱테일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규모가 확보되어야 한다. 즉, 실시간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이종 플랫폼에도 진출해서 가입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사업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다양한 VOD 서비스가 출현하고 이를 선택적으로 소비자가 취사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VOD의 서열적 지위를 실시간과 동등한 수준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아주 단순화하면 실시간 서비스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듯이, VOD 서비스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 정도가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권한 속에서 스마트 TV를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이다. 스마트 TV 등은 현행 방송법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직접 지원 내지 육성은 어렵다. 따라서 스마트 TV가 시장에 출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격 상한제 폐지와 점유율 제도 완화 등을 통해서 유료 방송시장을 정상화하고, 부가서비스로 되어 있는 VOD 서비스를 실시간에 준하는 서비스로 격상시켜서 VOD 시장내의 경쟁을 촉진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밖에 고려할 것들은 인력제도의 개선 정도가 해당될 수 있다. 현재의 인력제도는 방송 콘텐츠 제작에 집중되어 있다. 스마트 TV용 콘텐츠는 방송과 非방송의 영역 구분을 사실상 허물고 있다. 따라서 소위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인력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정도가 방통위가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방송 규제의 근간인 공익 개념에 대해서 고민해 보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물론 조금 성급해 보이긴 한다. 시장이 형성될 지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자칫 규제가 선행적으로 만들어질 경우에는 시장 자체가 형성되는 것을 차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 검토해 보는 것은 최소한 대응이란 관점에서는 유효하다. 현재까지 방송 시장에 적용되었던 공익 개념은 Walled Garden 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OTT와 스마트 TV 환경은 기본적으로 개방 환경이라는 점에서 패쇄적 시장에서 만들어진 공익 개념을 있는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따라서 개방형 환경에 적합한 공익 개념을 정립하고 이에 맞추어 방송 서비스를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쉽게도 공익적 관점에서 논의되는 개념이 대략 수십 개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을 보면 국내에서는 정확한 공익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는 못하다. 방송법 제1장 제1조에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론 형성과 국민문화의 향상,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 증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공적 책임’의 결과물로 파악한다는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제 10조에서 방송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가능성과 지역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등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일단 공정성과 지역성, 다양성 등을 공익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이 무방할 듯 보이며, 소유 규제나 점유율 규제 등을 통해서 특정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독과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지상파 등을 규율하기 위해서 외주제작 의무제 등을 도입한 것으로 볼 때 ‘경쟁주의’ 역시 주요한 공익적 가치로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경우 FCC가 공익 개념의 하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역주의(Localism), 다원주의(Diversity), 그리고 경쟁주의(Competition)와 어느 정도 부합하고 있다. 미국적 개념을 그대로 차용해서 사용하는 것이 다소 무리이지만, 현실적으로 공익 개념의 구체화가 이 글의 목적이 아닌 만큼 무리를 감안하고 이야기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
공익의 하부 개념으로서 지역주의, 다원주의, 그리고 경쟁주의가 3대 원칙처럼 간주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익 개념은 경쟁주의에 근간하고 있다. 조영신(2007)은 커뮤니케이션 기업의 인수 합병을 분석하면서 FCC가 최우선적으로 경쟁주의에 근간해서 공익 심사를 하고 있음을 계량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경쟁이 활발해질 경우 다원주의와 지역주의 역시 확보될 수 있다는 선형적 원칙에 근간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규제 당국은 새로운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독과점 행위를 차단함으로써 시장 내에 합리적인 경쟁 수준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이는 기본적으로 주파수가 희소하다는 점, 그리고 방송사업의 경우 초기 매몰비용이 높아서 아무나 손쉽게 방송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개방 환경에서는 이러한 매몰비용이나 희소성 원칙 등이 근본적으로 제거된다. 개방형 환경은 말 그대로 시장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시장이 단기간에 활성화된 것도 바로 이러한 개방형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이 인위적으로 경쟁을 촉진시켜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즉, 경쟁주의 우선 원칙이 근본적으로 도전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시장에서는 수익성이 절대선이다.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어떠한 콘텐츠나 방송서비스도 개방형 환경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패쇄적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일단 시장에 들어올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생존 조건이 확보된다. 실제로 공급 초과하고 할 수 있는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도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하는 경우가 매우 희박하다. 최대 수익을 확보할 수는 없지만, 최소 수익은 확보가 가능한 시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방형 환경에서는 최소 수익을 지향하는 사업체가 생존할 수가 없다. 지속적인 혁신과 개발을 통해서만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대중지향적이며, 수익 지향적인 서비스가 대세를 이룰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다양성 확보가 매우 중요해 진다. 문제는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앞서 패쇄적 시장에서는 경쟁과 진입 규제를 통해서 사업자의 진출을 허용하되, 안정된 시장이라는 근거로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규제를 채택할 수가 있다. 그러나 개방형 환경에서는 Positive Policy 보다는 Negative Policy가 주된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규제를 통한 다양성 확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장이 제공하지 못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규제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지원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마치 시장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공영 방송의 모토(motto)가 시장이 제공하지 않는 콘텐츠의 개발 및 보급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즉, 소외 계층이 직접 방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시장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발견 및 육성해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과거의 다양성이 사업자의 행위를 규제해서 일정정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면, 개방형 환경에서는 규제 당국이 직접 나서서 전체 다양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는 공영 방송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 진다. 결국 패쇄적 시장에서의 공익성은 경쟁 우선주의 원칙이 적용되었지만, 개방적 환경에서는 다양성 우선주의 원칙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