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법 타결, 상처뿐인 영광

[심층분석2] 정부 조직법 타결, 상처뿐인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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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프레임을 조심하라

이번 정부 조직 협상 과정에는 크게 두 가지의 프레임이 등장했다. 하나는 여당이 야당에 ‘발목잡기’ 프레임을 설정한 것이고 또 하나는 유료 방송과 무료 방송을 각각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로 나눈 프레임이다. 이러한 상황 설정은 모두 여당과 청와대에서 나온 것이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여기서 야당의 전략적 부재가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여당이 설정한 ‘발목잡기 프레임’은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전략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협상을 질질 끌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서둘러 여당이 원하는 대로 협상을 마무리 한 것을 두고 전형적인 ‘프레임의 승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 조직 협상 초만해도 그렇다. 야당은 방송의 공공성을 주장하며 인수위 원안을 거부하고 새로운 타협점을 제시할 때, 여당은 이러한 제안을 모두 거부하고(혹은 다시 합의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리며) 무조건 원안만을 강조하고 나섰다. 즉 애초에 대화가 성립될 수 없었던 분위기인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야당은 여당의 이러한 태도가 왜 말이 안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그저 ‘방송의 공공성’만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나섰다. 마치 대선에서 정권심판만 부르짖다가 완패한 것처럼, 야당은 상황의 불합리함을 타개하지 못하고 뒤이어 불거진 ‘발목잡기 프레임’에 완전히 빠져버린 것이다.

또 하나의 프레임 설정은 무료 방송과 유료 방송의 관계 설정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무료 방송을 올드 미디어로 구분하고 유료 방송을 뉴미디어로 분류한 다음, ‘뉴미디어=유료 방송=산업 발전’이라는 프레임을 고착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케이블 SO 및 IPTV가 채널 배정권 및 기타 직사채널 등을 통해 방송의 공공성을 위협한다는 논리를 제대로 개진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은 미과부의 유료 방송 정책 관장을 자연스럽게 인정받게 된 셈이다.

 

 

5. 벼랑 끝 대치, 남는 것은 상처뿐인 영광

이번 협상은 말 그대로 ‘치킨게임’이었다. 양 쪽 다 결사항전의 자세로 전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서로의 칼에 깊은 상처만 당하고 끝나버린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벼랑 끝 전술로 얻어진 협상은 동기부터가 오해받기 십상이다. 물론 변명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인수위 원안만을 통보받고 협상 과정에서 재량권이 거의 없었으며, 민주통합당은 그러한 새누리당을 상대로 타협안만 돌려가며 발목잡기 프레임만 피해다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