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청와대의 방통위원장 내정
2월 14일, 최시중 씨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나고 후임 위원장에 대한 온갖 추측과 루머가 난무하던 바로 그 때 모두의 예상을 깨는 뉴스속보가 보도됐다. <이계철 방통위원장 내정>
당시는 최시중 씨가 방통위원장에서 물러난 후 한창 방통위 무용론과 최시중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여론이 고조되던 때였다. 게다가 많은 기자들은 사퇴 선언을 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가 연가를 내고 사직서를 내지 않고있던 최시중 씨가 ‘혹시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소소한 의심을 하던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방통위 내정자 확정’이라는 뉴스속보에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그만큼 기습적인 청와대의 방통위원장 내정 소식이었다.
휘청이는 방통위의 구원투수?
청와대가 휘청이는 방통위의 구원투수로 낙점한 이계철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고려대학교를 나와 옛 체신부를 거쳐 정보통신부 차관을 역임한 후에 한국통신(현 KT) 사장을 지낸 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경력을 살피다보면 한 가지 특기할 점이 있다. 현 KT 이석채 회장이 정통부 장관을 지낼 때 차관이었다는 점, 여기에 KT 사우회 회장을 지냈으며 심지어 현재 이 내정자의 아들이 KT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통관료 중에 ‘통신’분야와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는 것이다.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통신진영
동시에 이 내정자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되자 친통신 언론사들은 일제히 “방송에만 치우쳐있던 방통위가 통신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그 균형을 맞추게 되었다”고 환영하고 있다. 그런데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문제만 봐도 예전 최시중 씨가 위원장으로 있던 1, 2기의 방통위가 ‘친방송’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희박하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친통신 언론사들의 논리를 살펴보니 역시나 가관이다. “친종편 정책을 펴던 방통위가 이 내정자의 가세로 어느 정도 정책의 중립성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는 논리. ‘친종편=친방송’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어의가 없을 정도다. ‘친통신위원회’라는 비야낭이 괜히 나왔겠는가. 지금까지의 방통위는 종편과 통신사를 위한 조직이었다.
이계철 내정자에게 바란다
바로 지금이다. 이 시점에서, 그는 자신의 인사 청문회에 통신은 물론 방송 분야에 대한 진지한 정책 로드맵을 제시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임해야 한다. 지금까지 통신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던 방통위를 쇄신하고 현재 가장 큰 이슈인 디지털 전환 문제와 더불어 지상파 재송신 문제, 여기에 방송-통신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주파수 정책까지 낱낱히 ‘털어야’ 하는 것이다. 이 내정자의 전공분야인 ‘통신분야’ 말고도 ‘방송분야’에 대한 확실한 입장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만약 그가 이런 점에 소홀하고 1년의 임기동안 기존의 방통위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방통위는 더욱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종국에는 그 생태계마저 파괴되고 말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월 5일 국회 청문회에서 건강한 방송 통신 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최고의 정책 로드맵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