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매체, 지상파에 적정한 콘텐츠 대가 지불해야

[사설]유료매체, 지상파에 적정한 콘텐츠 대가 지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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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두고 갈등이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인하대 하주용 교수는 "의무재송신(must-carry)과 상대되는 개념인 의무 제공은 특정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그들의 채널을 차별 없이 플랫폼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라며 "지상파 채널의 활용에 대한 법적 원칙과 적절한 대가 지불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방송 채널에 대한 국민들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유료매체 가입자 현황을 보면 작년 11월에 출범한 IPTV의 실시간방송 유료가입자가 5월말 현재 LG데이콤은 11만6천명, KT는 20만7천명, SK브로드밴드는 5만3천명으로 총 37만 6천명으로 집계되었다. ‘방송통신망 중장기 발전계획’ 보고서에서는 2012년까지 가입자수는 49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케이블 업계는 지난 2월에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고, 연말에는 250만명, 2012년에는 1620만명까지 확대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아날로그 케이블TV만 있던 시절에 지상파방송의 난시청해소를 명분으로 재송신했던 상황과는 달리 다수의 유료매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가 주력이 된 현실에서는 늦었지만 재송신 원칙에 대해 법과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신규매체가 출범할 때마다 반복되는 지상파방송 재송신에 대한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신규매체를 출범시킬려면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인가, 또 지상파방송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했으면 역할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콘텐츠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방송의 공적 서비스 기능과 사업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시작했어야하는데, 충분한 준비도 하지 않고 출범했기 때문에 초반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위성방송과 위성DMB도 마찮가지다. 앞으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분할하게 될 CATV와 IPTV가 보편적서비스라는 단순 논리로 지상파 콘텐츠를 무료 또는 저가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공멸의 가는 지름길을 재촉할 뿐이다.

방송매체가 적어 지상파가 독점(?)하고 있었던 정체된(확대 될 가능성이 없는) 광고시장을 이젠 신규매체들이 분할하고 있고, 디지털 전환 국책과제 완수를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지상파방송사의 콘텐츠를 과거의 습성대로 무료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방송매체 전체의 질 저하와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 뻔하다. 시청자의 이용행태가 변하고 있어 시청자가 지상파방송에서 이탈하고 있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상파방송의 공공적 역할은 변함없이 요구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지만 케이블방송이 출범 후 지금까지 14년 동안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한 것이 있는가? IPTV 업계는 지난 수년 동안 관련법 제정 지연 때문에 출범이 늦어져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에서 뒤졌다고 볼멘소리들을 많이 있는데, 막상 본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지금 IPTV사업자들의 그동안 의무감 있는 방송서비스를 위해 준비한 것이 무엇이고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 매체들이 아직도 지상파방송의 콘텐츠에 목을 매고 있지 않은가? 자체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없이 지상파 프로그램을 빨대로 빨듯이 거저 가져가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디지털 전환과 HD콘텐츠 제작비용 수요와 광고수익 악화가 겹쳐 지상파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면 그 피해는 시청자와 지상파 콘텐츠에 목을 매고 있는 유료매체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지상파방송사가 콘텐츠 제작에 쏟아 붇는 비용은 연간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적정한 수익 보전없이 지상파방송사가 지금과 같은 경쟁력 있는 고품질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는 없다. 보편적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지상파 콘텐츠를 이용해 수익을 얻겠다는 유료매체들의 근본적인 각성과 반성없이는 우리나라의 방송콘텐츠의 경쟁력 유지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