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S를 받겠다는 케이블 협회?

[사설] CPS를 받겠다는 케이블 협회?

626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의 말

대한민국 케이블 방송의 수장인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이 지난달 20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지상파 재송신 개선안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촉구하는 한편, 22일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기자들에게 “지상파에 CPS를 받겠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있다. 이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하지 못한 난시청 해소의 주역은 케이블 방송이며, 또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추구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존재이유를 확실하게 내세우기 위해서는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듯 하지만, 의무재송신 확대 유무가 방송계의 첨예한 사안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나온 ‘폭탄 발언’인 셈이다.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다

양휘부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문제가 많다. 우선 난시청 지역 해소를 위한 공은 대도시 위주로 공격적인 돈벌이에 급급한 거대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와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지상파 방송사와 RO(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공이다. 즉 거대 SO들의 입김에 휘둘리는 케이블 협회가 소위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수신가구에 수신료 외 어떠한 돈을 받지도 않는 지상파 방송사는 전국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준비하는 한편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700MHz 대역 필수 주파수를 활용해 뉴미디어의 발전과 시청권 보장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접어들었다. 이것만 해도 양휘부 회장의 논리적 오류는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 물론 지상파 콘텐츠가 법적인 지적 재산권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차치해도, 엄연히 지적 재산권으로 보호받는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자신들의 미끼상품으로 ‘돈 받고’ 팔아먹겠다는 케이블 사업자들은 기본적인 시장경제체제의 근간도 이해 못하는 처사로, 이제는 논할 가치도 없다.

 

말도 안 되는 기발한 이야기

이는 이렇게 예로 들 수 있다. 안철수연구소가 무료 보편의 가치에 입각하여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방안으로 백신을 무료 배포하는 동시에, 아직 무료 백신이 있다는 정보에 어두운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한 프로그램 회사가 자신이 만든 유료 백신 2~3개에 안철수연구소의 무료백신을 끼워넣어 패키지 상품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정당하게 무료백신을 받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회선을 끊거나 교묘히 방해하는 한편 자사의 백신을 ‘무료백신+자사의 백신’ 형식으로 팔아 돈을 벌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 업체는 안철수연구소에 ‘너희들의 백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니 우리에게 돈을 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쯤되면 선악을 떠나 기발하기까지 하다.

 

케이블 협회는 탐욕으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 2004년에는 지상파 재송신 철폐를 주장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그들이 이제는 오히려 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지상파에 제공하는 정당한 CPS를 못내겠다며 시청자의 시청권을 빼앗으려 하고있다. ‘국가기간’의 성격을 가지는 미디어 분야의 한 축을 과연 케이블 측이 감당할 수 있겠냐는 기본적인 회의감부터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돈 받고 콘텐츠를 받겠다’고 핏대를 올리는 케이블의 후안무치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야 한다. N-스크린 분야에서 지상파 연합 플랫폼과 케이블 SO의 의미있는 협상이 진전되는 바로 지금, 특정 이익단체의 힘에 휘둘리지 않는 방통위의 올바른 정책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