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대군의 몰락
지난달 30일 밤, 검찰은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前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최시중 씨를 구속수감했다.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판사는 “금품공여자의 일관된 진술 등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이로서 현 정권 실세이자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던 최시중 씨는 차가운 유치소에 갇힌 잉여의 몸이 되고 말았다. ‘방통대군’의 몰락이다.
의혹 많은 그의 발자취
사실 이번 최시중 씨의 구속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역대 정권 말에는 언제나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불거지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 그 측근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거의 관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 정권의 정점에 머무르며 방송 및 통신 업계에 강력한 힘을 행사해온 최시중 씨의 구속은 의미심장한 부분이 많다. 그는 유독 ‘비리’와 ‘로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의심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의 3대 의혹
최시중 씨는 현재 불거지고 있는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외에도 3개의 의혹이 더 있다. 하나는 미디어 법 날치기 당시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돈 본투를 돌렸다는 의혹이며 하나는 ‘친이’로 대변되는 국회의원들에게 ‘관리’라는 명목으로 총 3천5백만 원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안은 세 번째다. 바로 양아들 ‘정용욱 씨’와 관련된 뇌물 수수혐의.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위원장직에서 쫒기듯 물러났다.
‘양아들’ 정용욱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양아들’ 정용욱 씨 사건의 개요는 이러하다. 정 씨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49)이 EBS 이사에 선임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2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이 외에도 ‘방송용 주파수 할당’에 있어 정 씨가 통신사 간부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구설수에 올랐다. 즉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있어 통신사에 판이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정용욱 씨가 최시중 씨와 통신사간의 밀월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당시 민주통합당에서는 주파수 경매 및 할당에 대해 통신사가 전방위적인 불법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공론화되기도 했으며, KT 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한 통신사에 보답하기 위해 방통위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해 주려한다는 신빙성 있는 보도가 터지기도 했다.
다시 계획을 짜라
최시중 씨는 위원장 시절 마지막 ‘업적’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사에 부분 할당해 버리는 꼼수를 부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잡음과 소문, 그리고 명확한 정황증거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이계철 위원장 체제 방통위는 최시중 체제 방통위가 수립한 ‘문제많은’ 주파수 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있으며 도리어 온갖 편법으로 이를 합리화시키고 있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최시중 씨가 정계에 몸담고 있을 때 수립한 모든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길’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부처의 모습이 아니다.
바로 지금, 온갖 의혹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방통위 주파수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