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파업이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2일 MBC 김재철 사장이 황희만씨를 부사장으로 선임했고, 이에 반발한 MBC본부가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3주차를 맞았다. MBC본부가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요구하고 있는 조건은 ‘김재철 사장의 즉각 퇴진’, ‘MBC장악의 책임자 처벌’, ‘방송문화진흥회의 근본적인 제도 개혁’ 등 3가지다. 2월 26일 방문진이 김재철씨를 MBC사장으로 임명하고, 3월 4일 김재철 사장이 MBC본부 위원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노동조합이 요구해 왔던 황희만, 윤혁 두 이사의 퇴진을 약속하면서 엄기영 전임사장 사퇴에서부터 촉발되었던 사태가 진정되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두 명의 이사 퇴진에 대한 약속이행 지연, 김우룡씨의 정권의 MBC장악과정에 대한 공개, 보직 국장과 부장 선임, 황희만씨의 부사장 임명이 이어지면서 김재철 사장 퇴진 총파업에 이르게 되었다.
이번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MBC내부 각계 각층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각 직능단체를 비롯해 일부 본부의 보직 부장단, 사번별 비보직자들의 단체 성명이 발표되었고, 일부는 개인자격으로 김재철 사장에게 MBC정상화를 완곡한 표현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짓고, 무노동 무노임을 적용하겠다면서 조합원들의 조속한 업무 복귀만을 종용하고 있다. 또한 강경진압 시나리오 수순을 밟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이번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은 현 정권이 비판적인 언론을 순치하기 위해 그동안 진행해왔던 언론장악의 마지막 수순에서 부딪힌 마지막 남은 저항이다. 2008년 방통위원과 방통심의위원 선임을 시작으로 공영방송 사장의 조기퇴진, 보도전문채널 사장의 낙하산 인사, 언론악법 개정 등을 행정과 입법 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언론장악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방문진과 MBC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 시나리오가 만천하에 공개됨으로써 언론장악 증거가 드러났다. 하지만 여기에서 촉발된 MBC본부 파업에 대해서는 관련된 기관과 당사자들은 책임지거나 현재의 파업 상황을 해결하려하지 않고 회피로만 일관하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MBC사태에 대해 “이 사태의 궁극적인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와 그 권력을 유지하고 떠받들기 위해 포진한 하부 조직들의 책임이다.
정치권력이 언론과 대립하고 긴장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비판을 회피하고 입을 틀어막는 다면 그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된다. 언론을 장악함으로써 잠시 동안은 달콤함을 맛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파멸의 지름길을 밟고 있을 뿐이다. 비판할 수 없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될 수 없고, 비판을 외면하는 정치권력은 국민을 위한 진정한 권력이 될 수 없다. 합리적이라고 하는 민주주의가 극한투쟁과 대결로 사회를 극단적으로 갈라놓는 가장 비합리적으로 접목된 우리나라에서 선택받은 정권과 이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의 관계가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지속된다면 결국엔 국가파탄을 초래하게 된다.
MBC본부의 총파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조직 라인의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 최 일선에 있는 MBC 김재철 사장의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일차적으로는 방문진 이사를 선임한 방통위가 나서야 하고, 방통위를 구성하고 통제하고 있는 최고 권력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또한 한나라당도 책임을 함께 지고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언론을 일시적으로 장악할 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장악된 언론이 결국 정치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수십 년 간의 역사와 최근 우리 언론들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더 이상 언론장악이라는 추한 행태는 그만두어야 한다. 책임 있는 정치권력이 MBC본부의 파업을 조속히 해결하길 촉구한다. 국민과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