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인트 깐 배경을 찾아서 쪼인트를 가자

[사설] 쪼인트 깐 배경을 찾아서 쪼인트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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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이사장이 사퇴했다. 김우룡씨는「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MBC 사장 선임의 첫 번째 기준이 “말 잘 듣는 사람”이었고, MBC 지방 계열사와 자회사 사장은 소위 ‘큰 집’에 불려가 “쪼인트도 까이고 매를 맞고 나서” 선임한 것이다. 또 김재철 사장의 역할이 MBC 내부의 ‘좌파 청소부’였고, 이번 인사를 통해 “70∼80%의 좌파를 청소했다”고 까발렸다. 당시 이 발언이 무엇을 위해 또 누구를 잡기 위한 것이었는지 시간이 갈수록 궁금해진다. 이 자폭 인터뷰로 김우룡씨 자신이 파멸했고, 다음 당사자의 파멸이 가까워지고 있다.

현 정권이 언론장악 시나리오의 대미인 공영방송 MBC를 접수하고 마무리 하려던 찰나에 김우룡씨의 자폭인터뷰로 인해 언론장악을 위한 정권의 탐욕이 한꺼번에 까발려지면서 그 시나리오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김우룡씨가 쏟아낸 간결한 몇 마디 말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정권의 언론장악을 위한 몸부림의 배경과 끊임없는 탐욕이 한꺼번에 무너지게 됐다. 2008년부터 시작된 YTN과 KBS 사장 강제해임, MBC임원진 일괄사표 및 방문진의 일방적 이사 선임 과정을 거치면서 충분히 예견되어왔기 때문에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가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그리 놀랍지 않다.

이에 대응하는 한나라당의 반응이 참 가증스럽다. 모 의원은 “한나라당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관계자도 부르고 해서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방송의 공정성은 스스로도 지켜야 하고 정부에서도 보장을 해야 한다”, “방송의 독립성이야말로 길게 볼 때 정권에 도움이 되지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면 정권에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MBC에 대해 유독 심한 막말도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 이제는 방송 독립성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물론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배경은 삼척동자도 잘 알고 있다. 속내가 다 드러났으니까, 정권에 누가 될까봐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다고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있을까? 언론장악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을까? 말 한대로 관계자를 부르고 그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그리고 쪼인트를 깐 당사자를 찾아내고 그 배후도 찾아 쪼인트도 까고 매도 때려야 한다. 다시는 이런 못된 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도 하면서 말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MBC 김재철 사장은  “김우룡 이사장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공영방송 MBC와 사장인 나 그리고 MBC 구성원들을 매도하고 자존심을 짓밟은 처사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며 김우룡씨가 말한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그렇다면 김재철 사장은 본인이 선언했던 대로 민형사상 고발 조치를 통해 그 진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공영방송 MBC의 인사권에 대한 권력의 부정한 입김에 절대 굴복하지 말고, 언론독립과 공공적 역할을 위해 맞서 싸워야 한다.  정권의 언론장악 시나리오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MBC를 구하고, 대한민국 언론이 정론으로 국민들 앞에 당당히 다시 설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 쪼인트를 까고 매를 때린 자들을 철저히 찾아내 응징해서 국민이 한시적으로 위탁한 권력을 다시는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