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실종 시대, 언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사설] 정의 실종 시대, 언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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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로 세우는 언론

1980년 11월 12일 당시 보안사령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시한 신군부 세력은 전국의 언론매체들을 강제로 폐지, 통합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수많은 언론매체는 비판기능을 상실했고 수많은 언론인이 진실을 밝혔던 펜을 뺏기고 말았다. 이것이 그 악명높은 언론통폐합(言論統廢合)이다.

하지만 이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언론인들은 결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서슬 시퍼런 감시와 검열의 시대에도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실은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덕에 우리는 자유로운 언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적어도 그런 줄 알았다.

 

‘대한민국 언론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최근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종편사업자들이 방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새삼 놀랍지도 않지만, 종편방송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은 자본을 앞세워 미디어 생태계를 어지럽히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처는 어떤가. 미디어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미디어렙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고 종편 사업자들의 직접 광고 영업에 대한 욕심은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여기에 종편 사업자들은 한 술 더 떠 황금채널을 배정해 달라고 조르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50년 역사의 신문 사업자들을 ‘신생아’라 부르며 각종 특혜를 주고자 한다. 그렇다면 방송가는 어떤가.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지역 방송국들이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로 강제 통폐합되는 것도 모자라 정부의 청부심의·공안검열이 강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이 국민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 덕에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신문 및 지역·종교 방송 매체들은 생사의 기로에까지 섰다. 대한민국 언론의 시계가 제대로 거꾸로 가는 기분이다.

 

꼿꼿한 언론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수많은 악재가 겹치면서 언론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제 강압적인 힘과 폭력 대신 ‘자본과 정치의 논리’가 삭풍처럼 몰아치는 형국인 것이다. 이제 많은 언론인은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소위 ‘돈’의 논리로 방송가를 장악하려는 종편 사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채워지도록 힘을 내야하며 다시는 정치적인 이유로 지역 방송국들이 통폐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기에 시대착오적인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나 ‘청부심의·공안검열’은 당장 폐지되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각 매체가 다양성을 가지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미디어렙 법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이건 언론인들 스스로가 해야한다. 그 옛날, 언론통폐합이라는 전대미문의 악법에 대항했던 선배 언론인들처럼.

 

아이러니 속에서도, 시대를 살아가는 힘은 언론이다.

1991년 여름, 당시 동아일보 김중배 편집국장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자본의 위험을 경고하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소위 ‘자본’의 힘을 등에 업은 종편 사업자들이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하기 시작했고 악재가 언론계 전반에 터지고 있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러니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대를 살아가는 힘은 언론이라는 사명감을 잃지 말아야 겠다. 지금은 위기 상황이고, 극복해야할 난관이 있는 것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점을 잊지 말고 정책 결정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