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른 아침에 경찰은 최상재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을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전격적으로 체포했는데, 경찰이 밝힌 최 위원장의 혐의는 지난 6월26일부터 지속된 미신고 촛불집회와 7월 22일부터 집회가 금지된 국회의사당 부근 100m 내에서 미디어법 반대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미디어법 후속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행정기관으로서 국회를 통과한 의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시행령 마련 등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정업무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24일 야당추천 위원인 이경자, 이병기 상임위원은 "진정한 법치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방송법 개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헌재에 접수된 만큼, 헌재 결정이 있을 때까지 새 방송법의 후속조치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디어법 개정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고, 국회 통과시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22일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도 과정에서 애매했던 김형오 국회의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표명했던 발언들은 결국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교하게 짜 맞춰진 듯하다. 갈지자 행보를 보였던 김형오 국회의장의 “여야간 합의처리와 의장석을 점거하는 정당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과 박근혜 전대표의 “미디어법이 제대로 된 법이 되려면 미디어 산업 발전과 국민들이 우려하는 독과점 해소, 방송진출 허가 기준을 매체 합산 시장점유율로 기준을 두어야 한다”는 발언은 결국 언론장악을 통한 정권 연장이라는 한나라당내의 동상과 이몽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짐으로써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한 사기극으로 결말을 맺었다.
방송법은 처리과정에서 정족수 미달에 따른 1차 투표에서 부결되었고, 법 규정에도 없는 2차 투표, 대리투표로 인한 부정투표로 점철 됐다. 정부여당은 비합법적 방송법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정권에 충성스런 경찰을 앞세워 언론악법 무효화 투쟁의 기치를 세우고 있는 언론노조 위원장을 체포했다. 언론악법 무효투쟁 의지를 꺾고, 날치기한 언론악법을 어떻게든 강행하려는 수순일 뿐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헌재에 신청된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와는 상관없이 종합편성과 보도전문채널을 금년 내에 허가하겠다고 서두르면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는 등의 상황들을 보면 법은 법대로, 언론장악은 법과 상관없이 정권의 뜻대로 밀어부칠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깊은 고민과 사연이 분명히 있다.
협상에서 직권상정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김형오 국회의장은 모든 사태를 책임지겠다고 하면서도 단상을 점거한 한나라당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을 야당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의장이 자신의 소신과 맞지 않은 것을 누가 시킨다고 직권상정 할 수는 없다"며 "미디어산업이 악법이라면, 그래서 우리나라의 미디어산업이 뒷걸음치고 여론 다양성이 축소된다면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의장에게 있다"고 했지만, 국회의장이 책임진다고 해도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는 책임을 묻는다고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 또 “대리투표는 어떤 경우도 용납될 수 없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또 믿을 수 없는 허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회의장의 발언이 허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야당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진상조사 착수와 부결된 방송법을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행정부로 이관하지 말 것을 국회사무처에 즉시 지시해야 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헌재의 결정이 내려질 때가지 어떠한 행정적인 조치도 진행하지 말아야한다. 최 위원장은 "헌재 결정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준비하자”고 했듯이 논란중인 방송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야한다. 서둔다면 정부여당의 언론장악 음모는 더욱 분명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