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통신사에 주파수 붓기

[사설] 밑빠진 통신사에 주파수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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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주파수 경매제가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월 내에 현재 망부하로 몸살을 앓고 있는 2.1㎓ 대역에 대한 경매안을 마련하고 늦어도 7월 이내에 주파수 경매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700㎒의 조기경매를 부추기는 주변의 입김이 심상치 않다.

사실 이런 조짐은 지난 3월에 이미 포착됐다. 전자신문이 3월 21자 지면을 통해 “2.1㎓·700㎒ 대역 ‘동시경매’ 급부상”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한 것이 시작이었다. 해당기사와 관련하여 당시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했던 방통위 주파수정책과 김정삼 과장은 “동시경매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700㎒ 대역의 108㎒ 폭에 대한 경매는 지상파 방송사·공공서비스 등과 함께 정확한 수요조사를 마쳐야만 가능하다”며 “그 이전까지 700㎒ 경매는 가능하지 않다”고 답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이동통신업계는 토론회 등의 자리를 통해 심심찮게 동시경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몇몇 지면들은 그 주장을 여전히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4월 21일자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는 현재 3개 주파수 대역(700㎒, 1.8㎓, 2.1㎓)에 대한 동시 경매도 가능한 입장이다. 700㎒ 주파수는 (중략) 먼저 경매를 진행해 주인을 정한 뒤 2013년부터 사용을 허락하는 형태로 경매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고, 4월 28일자 전자신문은 “김정삼 방통위 주파수정책과장은 (중략) ‘다만 2012년 말 디지털방송 전환 이후 여유대역에 포함되는 700㎒ 대역도 올해 동시에 할당된다면 MVNO 의무화를 주요한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는 미묘한 뉘앙스를 전하기도 했다.

본지가 방통위에 재차 확인한 바, ‘700㎒ 동시경매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방통위 사무국 차원에서 상임위원들에게 2.1㎓ 대역의 20㎒ 폭 뿐만 아니라 1.8㎓ 대역 20㎒ 폭, 700㎒ 대역 108㎒를 모두 경매에 활용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현재 ‘무선 데이터 폭증’으로 인해 망부하가 문제가 되는 구간은 이통3사 공히 2.1㎓의 3G 통신 대역이다, 이 대역의 이통사별 주파수 점유율은 ‘SKT 60㎒ : KT 40㎒ : LGU+ 0㎒’로 한눈에 봐도 균형을 잃은 구도임이 명확하다. 여기에 망부하를 고려하지 않고 무제한데이터 상품을 남발했던 통신사들의 실책까지 더해져서 지금의 주파수 부족사태가 벌어진 상황이다. 그리고 방통위는 이와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2.1㎓ 대역뿐만 아니라, 1.8㎓·700㎒ 대역까지 서둘러 경매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2.1㎓ 대역의 망부하를 해결하는데 1.8㎓와 700㎒ 대역은 특별한 소용이 없다.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통사들의 전략을 보더라도 당장의 경매 비용을 줄이는 것 이외에는 해당 주파수 대역들의 특별한 용도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2.1㎓ 경매를 위해 잠시나마 1.8㎓와 700㎒ 대역의 동시경매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은 장기적인 주파수 관리 정책이 여전히 확고하지 않음과 함께 몇몇 대기업에게 공공재인 주파수의 권한을 집중시킬 수 가능성이 높다는 것를 강하게 시사한다.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해 방통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책방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이통3사간의 주파수 균형을 유지, 둘째, 주파수 상황을 무시한 이통사의 무제한데이터 상품 제한, 셋째. 이통 서비스의 망부하를 해소할 목적으로 다른 서비스 대역을 침범하는 사례의 방지.

위 세가지의 방향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주파수 환경은 머지 않아 몇몇 거대 이동통신사에 의해 좌지우지될 운명에 처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