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최근 전 KBS제주 방송기술인협회 지부장한테 연락을 받았다. 2월 11일 개국한 EBS2가 왜 제주 지역 케이블에서는 방송되지 않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좀 어리둥절했다. EBS2 개국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 HCN, CMB 등 케이블이 EBS2를 의무재송신에 준해 재송신하기로 합의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널 개국이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케이블에서는 EBS2를 볼 수 없다. 이번 합의에 따라 비록 EBS는 재송신료를 받지 않기로 했지만 케이블사업자들은 현재 EBS2는 방송법상 명시적으로 의무재송신 채널로서 규정이 되지 않아 재송신을 위한 조건으로 EBS와의 서면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TV 수상기 관련 기술적 오류 발생 시 이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한 이견도 아직까지 조율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재송신을 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의 중재로 어쩔 수 없이 재송신에 합의한 케이블사업자들은 시범 서비스 이후 진행되는 본서비스까지 재송신료를 받지 않을 것인지, 또 다채널서비스(MMS) 채널 재송신 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다른 지상파 방송사로 MMS가 확대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선 보면 참 답답한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해 무료 보편의 교육 서비스를 내놓은 EBS도 그 의미와 취지가 퇴색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것이다.
지상파 직접수신가구가 많다면 그리고 또 하나의 채널을 구성하기에 충분한 재원 구조가 확보돼 있다면 아무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2012년까지 정부의 무리한 친 유료방송 정책의 디지털 전환 사업으로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결국 6.8%는 수치로 급락했다. EBS2와 같은 무료 보편적 콘텐츠 확대에 케이블의 망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MMS와 같은 무료 보편 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직접수신율을 올려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도, 정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알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난시청 해소를 위한 중계기 설치 등 수신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공시청 설비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법을 마련하고, EBS 외 지상파 방송사로 MMS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가전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TV 판매 시 실내 수신 안테나를 동봉하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 돈을 내지 않아도 방송을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기술 발전으로 기존의 한 채널을 나누어 2개의 방송을 내보내는 EBS의 무료 보편 교육 서비스가 본래 취지를 잃지 않고 국민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특히 방통위가 중재에 나선 만큼 EBS와 케이블사업자간 제대로 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