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앞두고 T-커머스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IPTV‧디지털케이블TV‧방송채널사용사업자‧통신판매사업자로 구성된 ‘연동형TV전자상거래’ 일명 ‘T-커머스’ 컨소시엄을 통해 지난 1일부터 순차적으로 T-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T-커머스는 TV에 기반한 전자상거래(TV based e-Commerce)를 의미하는 말로 TV를 통해 상품 정보를 즉시 검색하고 주문 및 결제까지 논스톱으로 할 수 있는 양방향 디지털 방송 서비스다.
예를 들면,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신은 운동화가 마음에 든다면 TV 리모컨을 이용해 바로 사업자가 등록한 쇼핑 코너로 이동하는 것이다. 운동화를 선택하고 결제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단 몇 번의 버튼 누름으로 바로 그 자리에서 TV 화면을 통해 보고 있는 운동화를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공? … 소비자들의 능동적 반응에 달렸다’
2000년대 초반으로 접어들어 방통융합이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T-커머스는 주구장창 블루오션의 하나로 여겨졌지만 10년 동안 블루오션은커녕 그 주변에도 가보지 못한 채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이러한 T-커머스가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방송 제작과 송출, 송신 과정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은 양방향 데이터 방송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이 TV 시청 패러다임의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방송의 의미가 Broadcast에서 Communication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기기가 스마트TV 등으로 확산되면서 방송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가 점점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의 TV 시청이 단순히 ‘전달하고’ ‘전달받는’ 수동적인 자세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에는 시청자가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라면 TV를 시청하면서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에도 편안함으로 느끼고 곧 익숙해 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솔직히 그동안 T-커머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이었다. 홈쇼핑은 물품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송을 시청하기 때문에 쉽게 물품 구매로 이어지지만 일반 프로그램을 보면서 물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조금만 더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면 T-커머스 시장은 얼마든지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잠재 고객 늘어’
이에 더해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양방향 송수신 환경이 구축된 만큼 잠재 고객이 늘어난다는 이점도 있다.
T-커머스 시장은 지금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통위가 T-커머스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에 착수하면서 T-커머스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시범사업은 KT와 SK브로드밴드 등 IPTV 2개사와 C&M, CJ헬로비전 등 케이블사업자 2개사를 통해 공급되는 14개 채널(M.net, 올리브채널, KBS 드라마, KBS스포츠, KBS JOY, 푸드TV, FTV, THIS-CO 채널, 스토리온 채널, SBS 골프, SBS E!, SBS MTV, 코미디TV 등)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일차적으로 재방송되는 프로그램이 서비스 대상이며, 보도와 어린이 프로그램은 제외된다.
이번 시범사업은 본격 서비스 이전에 실태파악을 위한 단계로 실제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막(예를 들면, 장동건이 입은 수트를 구매하시겠습니까)은 프로그램 시작과 끝나기 전 10분 동안만 게재된다. 결제는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한 후 구매 시 비밀번호나 개인식별번호 만으로 간단히 결제하는 ‘간편결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계좌이체’ 방식으로 이뤄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올 말까지 이용 실태를 파악한 뒤 소비자 행동 및 반응, 기술적‧제도적 개선 사항들을 파악해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 확산을 위한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수익창구’로 활용가능
이렇듯 T-커머스 시대가 본격 시작되면 특히 질 높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T-커머스 분야를 새로운 수익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를 활용한 수익 창구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콘텐츠와 연계된 T-커머스 사업이나 간접광고를 통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성공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면, IPTV나 케이블 방송사에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낼 경우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제품의 판매 수익은 어떻게 할 지 등에 대한 정책도 그 중 하나다. 관련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높을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방송사업자와 판매업자의 의지, 소비자의 관심, 정책 당국의 추진력 등이 맞춰졌을 때 비로소 수익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와 IPTV, 케이블 방송사 등의 방송 사업자와 제품 판매 업체 간의 협력과 조율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T-커머스 시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선 방통위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꼼꼼하게 체크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면 T-커머스 시장은 디지털 전환 이후 방송 업계의 다양한 수익원 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