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위원회
|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3~4년의 재허가를 받은 가운데 OBS의 재허가가 보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언론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현행 미디어렙 체제 자체가 OBS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지금이라도 OBS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방송 사업자 재허가 결과를 발표했다. 방통위의 심사 결과 총 1,000점 중 700점 이상을 받은 KBS‧MBC‧SBS 등 8개사는 4년의 재허가 유효기간을, 650점 이상 70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강릉MBC‧극동방송 등 29개사는 3년의 재허가를 받았다. 총점 650점 미만으로 재허가 의결이 보류된 방송사는 OBS가 유일하다. 심사 결과 650점 미만이면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를 받게 된다.
방통위는 “OBS는 2007년 12월 개국 이후 적자가 누적돼 자기자본이 거의 잠식된 상태고, 향후 자본잠식률이 95%까지 급등하는 등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OBS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내놓는 구체적 계획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재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OBS는 오는 20일까지 증가 등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 세부계획과 최대출자자의 투자 계획 및 이행각서, 기타주주의 투자의향서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할 경우 현재 가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 사업자의 지위를 잃게 된다. OBS는 방통위가 요구한 계획서 등을 시일에 맞춰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행과 같은 미디어렙 체제로는 OBS의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라는 점이다.
앞서 지난 10월 2일 방통위는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지상파 3사 방송광고를 대행 판매할 때 중소 방송사‧네트워크 지역 방송사와 배분해야 하는 결합판매 비율을 재고시하면서 기존 미디어렙 체제를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당시 OBS는 미디어렙 시행 이전인 2011년 광고 매출보다 미디어렙 시행 이후 광고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지원 미디어렙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인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OBS 생존과 시청자 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방통위가 심각한 광고 차별을 받고 있는 OBS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OBS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정책결정을 했다”며 지금이라도 OBS에 대한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서 지역 시청권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OBS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OBS의 광고수익은 274억 원으로 미디어렙 체제 도입 전인 2011년 281억 원보다 더 줄어들었다. 중소방송사를 살리겠다고 마련한 미디어렙 체제가 오히려 보호대상인 중소방송사의 수익을 떨어뜨린 것이다.
학계를 중심으로 한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2의 경인방송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공익적 민영방송’을 표방한 OBS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종수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올해 OBS의 광고 판매 목표액은 약 300억 원인데 8월까지 실적은 185.2억 원으로 정상적인 달성율 66%에도 못 미치는 60.8%다. 애초 방통위원가 1공영 1민영 체제에서 OBS의 광고를 SBS가 최대주주인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맡기면서 우려했던 판매대행 불이익이 현실화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OBS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편파‧막말‧왜곡 방송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종편에는 특혜에 특혜를 얹어주고, 100% 자체 편성으로 지역성‧다양성을 살리고자 하는 OBS에는 갖은 차별만을 주고 있다며 방통위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현재 집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진정으로 국민과 시청자를 위한 정책이냐는 지적이다.
이훈기 OBS노조 위원장은 종편의 전국 의무재송신, 방송통신발전기금 유예, 8VSB 허용 움직임 등 종편에 대한 특혜 사례를 지적하며 “방통위는 종편에는 갖은 특혜를 통해 대박을 주고, OBS에는 갖은 차별을 통해 쪽박을 줬다. OBS을 위한 정책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도 “방통위는 모범적인 방송인 OBS에 대해 우대는커녕 오히려 차별 정책을 펴고 있다”며 “잘못 태어난 미디어렙을 폐기하고 완전히 재구성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방송광고체계, 미디어렙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통위는 OBS가 내놓는 재원 확보 방안 등 구체적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종편과 달리 OBS에 대한 차별 정책을 펴고 있는 방통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방통위가 방송의 지역성‧다양성을 살리고 있는 OBS에 정책적 배려를 해줄지 여부에 또 다른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