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칼라-SD-HD 다음은?

[분석] 흑백-칼라-SD-HD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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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TV에서 칼라TV로의 전환, SD(저화질)에서 HD(고화질)로의 전환을 잇는 차세대 방송은 무엇일까? 2014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UHD(초고선명)를 가장 유력한 다음 주자로 손꼽고 있다. UHD가 흑백TV-칼라TV-SD-HD를 잇는 자연스러운 방송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책 당국에서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방송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UHD는 우리가 흔히 보고 있는 HD 앞에 Ultra를 붙인 것으로 Full HD를 훨씬 뛰어넘는 해상도를 자랑한다. 보통 FUll HD의 해상도는 1,920×1080으로 가로 픽셀수가 2,000개에 가까워 2K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UHD의 해상도는 4K(3,840×2,160), 8K(7,680×4,320)로 Full HD에 비해 약 4배, 8배 정도 더 선명하다.

   
 

일각에서는 UHD 정도의 해상도가 꼭 필요하냐고 묻는다. HD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UHD는 세계적 추세다. SD에서 HD로 바뀌었듯이 HD 환경도 조만간 UHD로 바뀔 것이라는 뜻이다.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UHD는 거스를 수 없는 방송의 흐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통해 이미 고해상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UHD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호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은 ‘IT이슈포커스 2014 컨퍼런스’에 참석해 “UHD는 HD보다 해상도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사실감이 증가하고 현장감도 높아진다”며 “이미 고해상도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낮은 해상도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UHD를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도 “디스플레이 시장의 변치 않는 흐름 중 하나가 대형화”라면서 “화면은 점점 커지는데 해상도가 여전히 HD에 머물러 있다면 TV를 보지 않을 것”이라며 UHD 대세론에 한 표를 던졌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를 정부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부가 실시할 방송 산업 전반에 걸친 계획인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을 만큼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으로 구성됐는데 가장 큰 문제는 UHD 발전 방안에 지상파 방송이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안에 따르면 미래부는 UHD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UH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전시키되 유료 방송을 중심으로 UHD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UHD는 흑백TV-칼라TV-SD-HD를 잇는 자연스러운 방송의 흐름으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서비스여야 한다. 지상파 방송 중심의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돼야 한다는 말이다.

관련 학계에서는 “HD와 UHD의 차이는 지금 우리가 흔히 느끼는 SD와 HD의 차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방송 자체가 보편적 서비스인 만큼 시청자들이 디지털 정보 격차를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성철 방송협회 차세대 방송전략 단장은 “유료 방송 중심의 UHD 로드맵을 도입할 경우 시청자들은 돈을 내고서면 UHD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될 경우 디지털 정보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모든 시청자는 무료 보편의 시청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흑백TV에서 컬러TV로의 혜택을 온 국민이 누린 것처럼 지상파의 차세대 UHD 방송은 필수적인 사항”이라며 토론회에서 공개된 발전 계획의 UHD 전략은 당장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진정한 방송 산업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곤란하다”며 보편적 미디어 서비스를 통한 건전한 방송정책을 당장 재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참여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도 어렵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본이 UHDTV를 무기로 TV시장에서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지상파 방송사 없이는 UHDTV 시장에서 일본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제조업계에선 “우선 국내 시장에서 UHD 콘텐츠 송출이 보편화되고 나아가 UHD 수상기 보급이 많아지면 그 기세가 이어져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 수순인데 유료 방송 중심으론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유료 방송 중심의 UHD 정책은 안 된다는 여론이 점점 거세지는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어떠한 정책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