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MMS, 이윤추구와 역할의 간극

[분석] 지상파 MMS, 이윤추구와 역할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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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MMS 현실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전격허용 방침을 기점으로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적 행보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KBS와 EBS가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는 공영방송 중심의 지상파 MMS가 윤곽을 드러내며 타 지상파 방송사의 발전모델이 상대적인 대척점에 서는 듯한 불편한 모양새와 더불어, 광고료 및 기타 채널구성 방식을 둘러싼 논의까지 예고되고 있어 논란이다.

   
 

최근 KBS와 EBS는 기존 SD 채널 3개를 추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지상파 MMS 방식을 전격적으로 변경했다. 시대에 떨어진 SD 채널을 늘리는 방법보다 HD 채널 1개를 늘려 고화질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당장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상파 MMS 구성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KBS와 EBS의 지상파 MMS 2HD 구성방안을 두고 외부 전문가들은 우려의 뜻을 보이고 있다. SD 채널 3개를 통해 다양한 공적 콘텐츠를 지원하겠다는 지상파 MMS의 기본적인 정신이 훼손되었다는 주장과 더불어, 지상파 MMS의 광고허용 가능성 및 CPS 과금에 대한 선제적 견제가 터져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지상파 MMS 흔들기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는 유료방송 플랫폼의 8VSB 허용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와 더불어 수신료 현실화 및 한정된 광고재원이라는 복합한 문제가 얽혀있다.

우선 SD 채널 3개를 포기하고 HD 채널 1개를 선택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많은 외부 전문가들은 SD 채널을 통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지상파 스스로 포기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이후 HD 화면이 기본적인 미디어 패러다임으로 실생활에 안착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저화질 SD 채널을 늘리는 것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HD 화면 확립이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부분은 전체 지상파의 의견이라기보다는 KBS와 EBS 중심의 지상파 MMS 의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논란은 상대적으로 파장이 큰 대목은 아니다. HD 화면 구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충분한데다 추후 채널 구성에 대한 변동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논란은 바로 지상파 MMS에 따른 광고책정 및 CPS 과금문제, 그리고 지상파 MMS의 통일이다. 먼저 지상파 MMS 광고책정 문제를 보자. 많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상파 MMS의 광고허용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한다면 지상파 MMS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감지될 정도다. 물론 이들의 발작적인 반응이 이해는 된다. 지상파 MMS 확립은 곧 전체 방송시장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소지가 있으며, 정해진 광고료 파이가 지상파 MMS에 흘러간다면 당연히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가입자 이탈과 더불어 수익구조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책적 사안을 단순히 ‘자본주의적 관점’으로만 재단해 편협한 시각으로만 상황을 판단했다는 비판도 상존한다. 우선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의 수익구조는 자사 상품의 가입료와 홈쇼핑 송출료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료를 이유로 지상파 MMS에 반대하는 것은 일종의 떼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 깊숙이 파고들자면, 수평규제의 큰 틀 아래서 지상파 MMS의 허용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의 뿌리깊은 공포가 이러한 ‘몽니’의 근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상파 MMS 광고책정에 대한 문제는 자본주의적 관점이 아닌, 올바른 지상파 콘텐츠의 무료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그에 따른 재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적인 책무에서 시작된 24시간 지상파 자율방송이 당사자에게 수익은 커녕 장비소모 및 인력가동으로 꾸준한 내상을 입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현재 지상파 MMS의 광고책정 불가 입장을 유지하는 방통위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기대해본다. 또 수평규제의 틀 아래서 각종 규제완화의 혜택을 받고 있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기반성도 절실해 보인다. 자신들만의 욕심만 채우는 것은 문제기 때문이다.

지상파 MMS에 따른 CPS 과금 문제는 아직 선례가 없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이는 주파수 대역 및 채널의 정의에 대한 논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차치하기로 한다. 그리고 지상파 MMS을 둔 방식의 의견통일 문제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2HD로 지상파 MMS가 정해진다는 확언은 누구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활발한 의견교류도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

지상파 MMS는 수익의 도구가 아니다. 그리고 거창한 신기술이 아닌,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만 해내지 못한 일종의 오래된 숙제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지상파 MMS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공적인 미디어 서비스의 구현과 그 서비스를 행할 수 있는 적절한 재원의 교집합에서 이뤄져야 한다. 유료방송의 8VSB 허용에 따른 지상파 고화질 미디어 서비스의 마구잡이 활용이 당연한 상식으로 인지되는 괴상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지상파 MMS를 통한 공적 미디어 환경을 지킬 의무와 그에 따른 지속 가능한 재원구조 확립이 필수적이다. 이런 틀 아래서 보면 지상파 MMS의 채널구성 등은 차라리 작은 문제로 보일 지경이다. 또 하나, 직접수신율의 촉매제로 활용될 지상파 MMS도 간과해서는 곤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