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최진홍) 재송신료(CPS)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의 논쟁이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기점으로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지상파 방송사는 추가적인 월드컵 중계권 비용을 근거로 CPS 외 추가금액을 요구하는 상황이며, 유료방송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협회를 중심으로 단일창구를 구성한 케이블 SO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와 성명서를 주고 받으며 날선 공방을 벌이는 한편, 극단적인 언론 플레이도 불사하고 있다. 그러자 케이블 SO와 달리 당초 개별 협상을 통한 추가비용 납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IPTV도 케이블과 뜻을 함께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일단 양쪽 모두 극단적인 블랙아웃 사태는 피하자는 분위기를 공유하고 있지만,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도 CPS 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CPS 논란에 있어 진정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기는커녕,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편협하고 비루한 의식을 가감없이 드러내 논란이다.
본지가 입수한 6월 12일 미래부 장관과 방통위 위원장 명의의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 분쟁 관련 정부의 입장’에 따르면, 정부는 CPS 계약에 있어 사업자간의 자유로운 계약을 무시하는 한편, 재송신료 협상에 있어 효과적인 대안이나 해답을 도출하지 못하고 지상파의 공적책무를 유료방송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대부분의 미디어 비평지들도 놓치고 있는 중요한 핵심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본문에는 지상파가 유료방송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물론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당연히 용인될 수 있는 표현이지만, 문제는 헌법적 가치로 보장받는 지상파 콘텐츠의 무조건적인 유료방송 제공에 ‘방송의 공공성’이 있다는 뉘앙스가 풍긴다는 점이다.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20%인 상황에서 유료방송을 통한 지상파 콘텐츠 시청이 중요하다는 점은 공익성을 담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계약조건과 금액적 불합리함을 모두 무시하고 유료방송의 이익을 위해 지상파 콘텐츠를 ‘당연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는 CPS 계약논란을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아닌, 지상파와 유료방송 가입자(시청자–국민)의 대결로 끌고 가려는 대다수 언론의 여론전과 결을 함께한다. 만약 지상파가 직접수신 가구에 월드컵 시청을 이유로 추가적인 금액을 부과한다면 이는 방송 공공성의 침해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정부의 엇박자가 나온 배경에는 ‘직접수신’에 대한 전제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설명했지만 정부는 지상파 콘텐츠의 유료방송 제공에만 방송의 공공성이 있다고 믿은 나머지, 지상파 직접수신을 통해 월드컵이 정상적으로 중계되고 있다는 점을 잊은 것이다.
이는 지상파 직접수신의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상파 미디어 플랫폼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동아일보]가 시리즈 기사를 통해 방송기술인들의 송출 업무를 ‘하찮은 일’로 치부해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KBS 양대 노동조합이 정식으로 항의한 적이 있는데, 정부도 비슷한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정부는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 분쟁 관련 정부의 입장’을 통해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CPS 논란에 대하여 ‘점잖은 훈수’를 두었지만, 의도치 않게 지상파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를 노출시킨 셈이다. 특히 지상파 직접수신의 가능성을 배재한 행태와 법적인 보호를 받는 지상파 콘텐츠를 유료방송이 당연하게 활용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찔한 발상이다.
전 국민 무료백신을 제작해 무료 보편적 공익의 가치로 배포한 상황에서, 지역 인터넷 사업자들이 수직 계열화를 통해 이합집산하며 몸집을 키우는 한편, 무료백신을 자신들의 인터넷 상품에 묶어 판매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최초 무료백신을 제작해 배포한 이들은 백신만 원하는 사람들에게 공익적 가치로 무상 제공했다. 하지만 백신과 기타 인터넷 상품을 묶어 판매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지역 인터넷 사업자들과는 법으로 보장되는 무료백신 가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돈을 내기 거부하며,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된 무료백신 V2.0마저 공짜로 달라는 지역 인터넷 사업자의 경영 마인드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를 관리 감독하는 관청에서는 무료백신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경우를 완전히 무시하고, 오로지 백신이 지역 인터넷 사업자의 ‘판매루트’를 통해서만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번 ‘공문’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자율적인 CPS 계약에 있어 정부가 무리한 개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료방송 각각의 이해득실도 치열해지고 있으며 지상파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미디어 비평지들이 집중하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의 CPS 계약 ‘난입’보다는 지상파를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