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졸속 추진 우려

[분석] 재난망, 졸속 추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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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재난망에 우선 배정키로 했다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700MHz 대역 주파수를 재난망에 우선 배정키로 확정하고 두 가지 세부 방안을 마련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미래부와 방통위 공동 연구반에서도 이 같은 보도 내용을 논의한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재난망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래부가 재난망 구축 사업의 첫 단추인 기술방식 정보 제안서를 공모 받은 만큼 29일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7월 말이나 8월 초 기술방식이 선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난망 구축 작업이 너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재난망 구축 사업은 각기 다른 무선통신망을 이용해온 소방,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재난 대처 기관들이 현장에서 신속하고 원활한 지휘ㆍ협조 체계를 갖춰 대응할 수 있도록 단일 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10여 년 동안 추진돼 왔으나 기술방식 등에 대한 논란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대국민 담화에서 “진전이 없는 재난망 사업도 조속히 결론을 내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토록 하겠다”라고 말한 뒤 재난망 구축 사업은 급진전되고 있다.

 

“대국가적인 사업인 만큼 신중한 논의 필요”

문제는 ‘타당성 여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재난망 사업이 속도를 못 냈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추진 일정과 사업 예산 등 일련의 과정이 어떤 기술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방식이나 다른 새로운 기술방식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작업이 두 달 안에 어떻게 마무리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지, 현재 주축으로 떠오른 기술방식이 재난망에 요구되는 기능을 충족하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정에 매몰되어 움직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미래부를 비롯한 정부가 조금 더 신중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은 원점에서 논의해야”

게다가 700MHz 대역 주파수에 재난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조차 불과 한두 달 전에 시작됐다. 사회적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안전행정부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맞물려 회수된 700MHz 대역 주파수가 특성상 신호 전파의 회절성이 강하고, 신호 감쇠가 적어 전파 효율이 높기 때문에 재난망에 안성맞춤이라고 주장한다. 안행부의 주장대로 700MHz 대역 주파수가 재난망에 적합할 수 있다. 그렇다면 700MHz 대역 주파수에 재난망을 구축한다는 전제 아래 주파수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다. 지난 2012년 1월 방통위는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폭 중 728~748MHz 대역과 783~803MHz 대역 등 40MHz 폭을 이동통신용으로 배정하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방통위원장의 고시 등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논의해야 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당시 위원장을 맡았던 최시중 씨가 비리로 구속된 만큼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모든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을 얻고 있다.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재난망과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 각각 국가 재난 상황, 공익적 측면에서 약이 아닌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래부는 아무 고민 없이 재난망 구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여러 가지 방식과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식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없는데 국민들을 위한 재난망 구축, 국민들을 위한 주파수 사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