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번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임명, 그의 미래는?

[분석] 윤창번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임명, 그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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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전격적으로 수석 비서관 인사를 단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에게 쏠리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휴가에서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비서실 참모진을 전면 개편하면서 비서실장을 비롯해 9명의 수석 가운데 4명을 새로 임명한 가운데, 전형적인 ‘통신통 인사’인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임명을 두고 ‘박심(朴心)을 헤아리기 위한 여러 가지 추측과 가정이 난무하는 분위기다.

 

   
 

8월 8일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었다. 윤 수석은 6일 방미중인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대신해 이상목 제1차관과 윤종록 제2차관, 이창한 기획조정실장 등에게 첫 상견례 겸 업무보고를 받으며 ‘청와대 발 정책시동’의 예열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청와대 수석 비서관 개편 및 윤 수석의 발탁배경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8일 수석 비서관들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유독 ‘확실하게’ ‘하루빨리’라는 수식어를 강조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주문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제 관련 수석 비서관들에게 집중되는 분위기였으나 윤 수석도 무방하지 않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윤 수석에게 특별히 “(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아직도 창조경제가 손에 안 잡힌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 확실하게 체감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전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 대목에 이르러 청와대 수석 비서관의 전면 물갈이를 단행한 박 대통령의 의중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정부 출범 첫 해 하반기를 시작하며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에 매진하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기존의 수석 비서관들이 부처장악력 미흡과 약한 추진력을 보여줬다는 반면교사에 따라 새로운 수석 비서관을 등용했다는 뜻을 천명한 부분이다. 특히 두 번째 의중은 고용복지수석과 미래전략수석의 전면적 교체 배경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서 미래전략수석의 경우 미흡한 창조경제의 전면적 개혁이라는 박 대통령의 의지도 맞닿아 있다.

3월 25일 임명장을 받은 전임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은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박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통해 자신의 포부를 더욱 강력하게 구현하려 했으며 이를 높이 평가한 박 대통령도 최 전 수석을 통해 창조경제의 개념정립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 전 수석은 정부 출범 초기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기본적인 개념을 수립하는데 실패했고 정부부처 조율능력도 낙제점을 받았다. 여기에 창조경제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득세하기 시작하며 최 전 수석은 조금씩 독불장군 스타일로 변모해 갔다는 비판이다. 당연히 청와대 내외부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부분이 최 전 수석의 교체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후임인 윤 수석은 최 전 수석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정치인과 유사한 업무 스타일과 사업가 특유의 친화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경기고 서울대를 나온 전형적인 엘리트지만 소위 ‘먹물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 인물이라는 분석이다. 또 최 전 수석과 비교할 때 그 존재감 자체가 막강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그는 대선 과정에서 방송통신추진단장을 맡으며 특유의 소탈함으로 커다란 공을 세운 바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물론 윤 수석에 대한 불안도 상존한다. 우선 첫 번째는 윤 수석이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청와대 수석 비서관 인선의 분위기에 매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은 최소한 윤 수석에게 만큼은 가혹해 보인다. 물론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의 캠프에 몸 담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존재감은 다른 수석 비서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흐릿하다. 특히 정수장학회의 1회 장학생이자 장학회 동창회 격인 상청회 의장 출신인 ‘원조 친박’ 김기춘 비서실장 등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초원복집 및 대공, 법조계 인사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윤 수석을 재단해도 이러한 부분에서는 자유롭다.

그러나 두 번째인 윤 수석의 ‘통신성향’은 약간의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수석은 하나로텔레콤 대표를 역임하고 KT 사외이사까지 지낸 인물이다. 게다가 최문기 미래부 장관과 한국과학기술원, 새누리당 대선캠프 방송통신추진단 등에서 함께 활동한 이력도 있어 전형적인 통신 우대 정책을 펼치는 최 장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공산도 크다. 물론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통신 사정에 밝기 때문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최근 미래부가 보여주는 통신 우대 정책을 재단하고 윤 수석과 최 장관의 인연을 살피면 이러한 분석은 엄살로 보일 지경이다.

이 대목에 이르러 일부에서는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과 윤창번 수석을 비교하기도 한다. 이 두 사람은 모두 통신쪽에 몸담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신은 물론, 방송정책에 있어서도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도 만만치 않다. 우선 수석과 차관의 차이를 비롯해,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은 KT에서 IPTV 관련 업무를 추진하다가 IPTV 자체에 의구심이 많았던 이석채 현 KT 회장의 손에 의해(물론 최근 통신쪽 손실을 미디어에서 상쇄하는 현재의 KT 상황을 볼 때 이러한 이석채 회장의 생각은 많이 변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윤창번 수석은 하나로텔레콤과 KT를 섭렵하며 큰 무리없이 통신이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LTE 주파수 할당을 두고 자신들의 주파수 전략 실패를 무시한 KT가 노동조합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반발을 일으켰을 때 윤 차관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보인 바 있다. 그런데 ‘윤 수석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려하면 가정은 해소된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개념정립과 정부부처의 장악력, 그리고 소통을 기치로 수석 비서관 인사를 단행했고, 그 중에는 통신 전문가인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이 있다. 하지만 미래전략수석은 청와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일부를 담당하는 콘트롤 타워다. 당연히 미래부와의 업무 공조에 적극적일 것이며, 그에 따른 영향력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방송의 보편성과 공공성이 무시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통신 전문가만 넘치는 정부에 또 한번 ‘통신의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