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의 모호함은 고질적인 병폐다. 물론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긴 했지만 아직 창조경제의 정확한 정의와 방향을 확실하게 잡아낼 수 있는 비전은 전무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창조경제의 한 축인 ‘수평규제 및 규제완화’의 측면에서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논란도 장기전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최근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를 둘러싸고 방송법 개정안과 IPTV 특별법 개정안 국회 처리 여부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지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케이블-IPTV-위성방송이 KT와 反KT 전선으로 고착하는가 하면 전반적인 규제완화를 각개격파 형식으로 잡아낸다는 전략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점유율 규제와 더불어 신기술 적합성과 그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통합 방송법이라는 거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점유율 규제, 신기술 적용이라는 ‘급한 불’을 끄자는 뜻이다.
당장의 화두는 유료방송에 각자 다른 점유율을 대입한 방송법과 IPTV 특별법의 개정 여부다. 케이블 SO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을 초과하거나 77개 방송권역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게 만드는 방송법 시행령 규정을 전체 유료방송 3분의 1로 대표되는 IPTV 특별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논쟁의 핵심인 셈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MSO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거세다. 차별적-이중적 규제라는 것이 개정 추진의 동력인 셈인데, 통칭 CJ 특별법의 위험요소가 숨어있는 부분은 부담으로 꼽힌다. 해당 방송법이 개정되면 케이블 SO 사이에서 전략적인 인수합병이 벌어질 것이 뻔하고 거대 사업자 중심으로 케이블 시장 판도가 완벽하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플랫폼 외 콘텐츠 사업자, 즉 PP 매출제한 규제 완화도 덩달아 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8VSB 허용 등으로 고통받는 PP들은 이중고난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케이블 MSO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자신들의 제한을 풀어달라고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PTV도 마냥 불리한 것은 아니다.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대적으로 경쟁자인 케이블 SO의 잠재력이 상승하겠지만, 이와 함께 IPTV 특별법 개정도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IPTV 특별법에 따르면 유료방송 3분의 1제한을 받는 IPTV는 케이블 SO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이지만 권역별 가입가구의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IPTV도 방송법 개정안과 더불어 IPTV 특별법 개정안도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IPTV 개정안 중 직접사용채널에 대한 부분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방송법 개정안과 IPTV 특별법 개정안은 케이블-IPTV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책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유료방송 중심 정책 추진의 결정체이자 수평규제라는 대의명분을 세우기에도 적합한 요소인 셈이다. 여기에는 IPTV만 따로 특별법으로 분리한 태생적 한계도 존재한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각자의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서로의 이권을 위해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정부가 받아서 처리하는 분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며, 이 모든 명분이 방송시장의 활성화라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행해진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DCS와 같은 기술이 과연 신기술이 맞느냐는 기본적인 전제 외에도 거대 사업자 중심의 정책 추진, 더 나아가 방송의 공영성을 담보로 하는 다양한 수사학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해당 법안들이 전격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합 방송법 제정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는 말끔히 해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