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청 블랙아웃 가능성, 누구의 잘못인가

[분석] 월드컵 시청 블랙아웃 가능성, 누구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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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진홍) 브라질 월드컵이 얼마남지 않은 가운데 난데없는 TV 블랙아웃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TV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무슨일일까.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월드컵 중계와 관련해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1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시청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상파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CPS 협상이 유지되고 있지만 월드컵 자체가 막대한 중계권을 필요로 하는 사항인데다, CPS 계약서에도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는 이벤트의 경우 추가 시청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유료방송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이미 CPS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시청료까지 지급하면 가입자들이 공영방송 수신료까지 포함해 삼중고를 겪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가 무료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인만큼, 그에 걸맞는 처신을 요구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지상파의 행동을 비판하고 있다. 시청자의 권리를 빼앗고 스스로 무료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의 지위를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냉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과연, 그게 전부일까?

지상파는 무료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이 맞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상파는 직접수신을 위한 공적책무의 임무를 유료방송에 기대어 방기한 원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아무도 월드컵 중계권 ‘비용’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지상파의 입장에서 막대한 중계권을 통해 사들인 월드컵 콘텐츠를 왜 유료방송이 ‘당연하다는듯’ 추가비용없이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여기서 오래된 CPS 논쟁까지 들추면 끝이 없기에,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지상파는 직접수신을 통한 무료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만약 지상파가 막대한 금액으로 중계권을 사들여 직접수신가구에 추가 시청료를 받는다면, 이는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당장 지상파 간판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유료방송고의 CPS 계약에 정확한 조건이 명시되어 있고, 지상파-유료방송의 계약에 관한 건이라면 당연히 주장할 부분은 주장해야 한다.

물론 유료방송과 대부분의 언론들은 시청자, 즉 가입자의 권리를 운운하며 지상파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지상파의 요구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문제지, 지상파와 유료방송 가입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지상파를 비판하는 이들은 마치 지상파가 모든 시청자의 시청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프레임이 갇혀있다. 아니, 노골적으로 이러한 프레임을 가져가고 있다.

시청자의 시청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볼모로 삼아 유료방송의 잇속을 챙기는 행위는 엄밀히 가려내야 한다. 지상파는 디지털 전환 이후 96%에 달하는 커버리지를 구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료방송에 콘텐츠를 제공함에 있어 추가적인 비용은 가입자가 아닌, 유료방송의 책임으로 삼아야 한다. CPS는 계약이다.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계약에서 바로잡으면 된다.

현재 상황은, 추가 시청권 비용에 있어 개별협상에 돌입한 IPTV는 지상파와 일정 정도 합의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케이블은 협회를 통해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아웃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추가비용에 대한 양측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일단 월드컵 중계는 예정대로 나가는 선에서 추후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을 추구하는 지상파를 낮은 직수율을 이유로 깔아 뭉개며, 의무재송신 확대 등을 통해 시청자의 권리와 자사의 이익을 교묘히 동일시하는 유료방송의 행태는 바로잡혀야 한다. 바로 이러한 부분때문에 지상파가 구글 크롬캐스트에 입점한 유료방송 N-스크린 서비스의 지상파 콘텐츠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CPS도 마찬가지다. 추후 8VSB 허용을 통한 CPS 문제가 터져나올텐데, 이에 유료방송이 또 어떤 시청자의 권리를 운운하며 나올지 궁금하다.

콘텐츠의 지적 재산권과 무료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의 중심을 잡고, 지상파는 공공의 영역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해야한다. 단, 유료방송의 지나친 여론전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