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미국을 방문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의 제시카 로렌위슬 상임위원을 비롯한 고위인사를 면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UHDTV 국내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폭탄발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이후 해당 발언은 귀국 직후 사실상 철회되며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및 UHD 협의체 구성, 기술표준 제정 등의 결과물이 도출되기는 했지만 방통위 위원장이 했던 발언의 후폭풍은 여전히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후폭풍의 전제에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UHDTV가 실질적인 미디어 발전모델이 아니다’고 생각한다는 고정관념이 박혀있다. 종합하자면, 이 위원장의 당시 발언 맥락에는 ‘미국도 하지 않는 UHDTV 발전을 굳이 서둘러야 하나’라는 관념이 배어난다는 뜻이다. 이러한 발언이 지금 유효하든, 유효하지 않든 말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일말의 의심마저 지워버릴 일들이 미국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FCC는 626MHz 주파수 대역(CH 40)에서 DVB-T2 기반의 UHDTV 실험방송을 전격 허가했다.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실시되는 이번 실험방송은 8월 29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2월 실시했던 UHDTV 실험방송을 연장허가하며 UHDTV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FCC는 서비스 대상 지역에 대한 대표적인 Link Budget을 산정하고 모바일, 고정수신 등 다양한 전송 모드를 통한 Scalable QoS에 대한 검토는 물론 방송구역(coverage)과 서비스 영역(service contour) 매칭 기술 도출에 기존 6MHz 채널 대역기반 UHDTV 전송을 위한 OFDM 시스템의 성능을 확인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미국 FCC의 DVB-T2기반 UHDTV 실험방송 연장 허가서 |
해당 실험방송의 ‘주연’은 최근 타이탄 브로드캐스트 매니지먼트의 방송국을 1억1,540만 달러에 매수해 화제를 모은 싱클레어방송그룹이 맡고 있다. 이에 싱클레어방송그룹은 LDPC/BCH 코드를 적용한 새로운 OFDM 시스템(DVB-T2)의 성능을 검증하고 MIMO/MISO 시스템의 성능 검증도 동시에 이루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FCC의 UHDTV 실험방송 연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ATSC의 고향인 미국이 ATSC 3.0을 준비하는 와중에 DVB-T2 방식의 UHDTV 실험방송을 연장한 것 자체가 새롭다. 여기에 6MHz 채널 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부분도 특기할 만 하다. 이는 국내 상황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답은 하나다. ATSC를 추구하는 미국이 UHDTV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 방식에 있어 DVB-T2 방식을 선택한 것은 국내 UHDTV 실험방송에도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KBS가 중심이 되어 추진한 지상파 UHDTV 발전 모델과도 상당부분 교집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 대한민국 지상파 중심의 UHDTV 발전 모델은 세계적 조류를 착실하게 따라가고 있으며, 일정 정도 앞서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KBS의 지상파 UHDTV 실험방송이 35개국 200개 이상의 방송사 및 제조사, 네트워크 사업자와 관련 규제 기관 등의 국제적 디지털 방송 컨소시엄인 DVB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DVB-Scene 41호(2013년 3월호) 1면으로 전해진 것을 복기하면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 DVB SCENE 41호 표지 |
다음 단계도 명약관화다. UHDTV의 시대적 흐름이 하나로 모아지는 현재, 지상파 UHDTV 발전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해가는 지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면 3차 UHDTV 시험방송이 뒤를 이어야 한다. 미국이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지만, 세계의 흐름을 상기해도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