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처하는 의 자세

[미디어 비평]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처하는 [디지털 타임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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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은 언제나 그럴싸합니다. 왠지 있을법한 이야기와 허무맹랑한 소설을 교묘하게 섞어 만들기 때문이지요. 물론 정당한 진실이 음모론으로 몰려 억울하게 사장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글쎄요. 대부분의 음모론은 ‘카더라 통신’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말장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여기 새로운 음모론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디지털 타임스]의 ‘방통위, 정권 말 지상파 봐주기 논란’ 기사입니다. 정말 ‘논란은 기자가 만든다’는 어느 트위터리언의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해당 기사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대선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사에 선심성 정책 선물을 마구 퍼주고 있다. 지상파 종일방송은 물론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실험방송 승인, UHDTV 실험국 승인 등이 바로 그것이다. 분명히 문제다. 이는 지상파의 독과점을 심화시킬 것이다’입니다. 와, 꽤 그럴싸합니다. 동시에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고풍스럽지만 어두운 방 안, 한 중년 남자가 비릿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테이블 아래 놓인 문서를 꺼내 보여줍니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모두를 엄습하고! 알 수 없는 음모의 순간이 펼쳐집니다…는 무슨. 황당한 삼류영화네요.

여기서 우리는 위 기사가 황당한 음모론인지, 아니면 정말 신빙성 있는 이야기인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꽤 그럴싸하게 현안들을 입맛대로 엮어 이야기를 만든 다음 대선 정국의 특수성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인지, 아니면 정말 대선 정국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사에 방통위가 ‘잘 좀 봐달라고’ 친근한 웃음을 흘리는 것인지 말이죠.

우선 위 기사가 문제로 삼은 ‘특혜’부터 짚고 넘어가죠. 먼저 종일방송 부분입니다. 지상파 종일방송. 맞습니다. 분명히 종일방송은 지상파에 이로운 일이지요. 영향력 확대 면에 있어 꽤 긍정적인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 종일방송이 특혜는 아닙니다. 국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점진적으로 지상파 방송 시간 확대는 이루어져 왔으며 이번 종일방송도 이러한 논란이 있기 훨씬 전부터 이미 결정되고 추진되어온 사안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게다가 이 종일방송이 마냥 좋을 것이라는 상상은 버리시길 바랍니다. 이거 꽤 골치 아픈 사항입니다. 인력 및 장비 충원이 없는 지상파 종일방송에 대해 방송사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KBS 방송기술인협회는 2차례나 거쳐 충분한 인원 및 장비 확충이 없는 종일방송은 지상파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 물론 지상파 전체로 볼때 특혜 아니냐고요? 글쎄요. 좋은 일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히 아쉬운. 그런 특수한 상황을 이해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두 번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특혜 논란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무료 보편의 공공 서비스를 추구하는 제1의 법칙입니다. 하지만 유료 매체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해 맹렬하게 반대하고 있지요. 지상파의 비약적인 영향력 확대가 이어진다나? 그런데 여기서 해괴한 그들의 이중잣대를 볼 수 있어요. 아주 재미있습니다. 보세요. 유료 매체들은 지상파가 난시청 해소를 못 했다고 비난하며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잖아요? 그런데 이 논리를 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는 대입하지 않는 것일까요? 쉽게 말하면, “지상파, 너희는 난시청 해소 못 했으니 우리 말대로 해야 해!”라고 해놓고는 막상 난시청 해소 해놓으면 “지상파의 독과점이 더 가속화된다!”라고 주장할 기세라는 겁니다. 이건 무슨 코에 걸면 코걸이도 아니고…자기 혼자 다 해먹습니다. 지상파가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하려고 하면 ‘독과점이 심해진다!’고 주장하고, 지상파가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못 챙기는 부분이 있으면 ‘너희는 그래서 문제야!’라고 주장하다니..참, 인생을 편하게 사시는 것 같아요. 물론 이해는 합니다. 다채널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유료 매체 수입이 급감하게 될 테니, 자본주의 시대에서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감정적인 수준의 연민일 뿐,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실제 현실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투정입니다. 그리고 이 투정을 [디지털 타임스]는 정말 충실하게 받아주고 있네요. 한 가지 더, 다채널 서비스와 별도로 유료 방송이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겠지요.

 

   
 

세 번째, UHDTV 실험국 개소 특혜 논란. 이 부분은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기 때문에 해당 기자가 ‘특혜’라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할 말이 없어지네요. 간단히 말하자면, 어떤 선생이 가난한 고학생이 자기발전을 위해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을 빼앗고는 “너보다는 부자 학생이 책을 더 많이 가져야 해”라며 돈도 많고 집안도 빵빵한 부자 학생에게 주었다고 칩시다. 그러자 가난한 고학생은 반발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지켜주는 뜻있는 ‘무료 보편적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 책을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책을 다른 책도 많이 가진 부자 학생에게 줘버리다니. 당연히 반발하지요. 그래서 고학생은 반발의 방법으로 ‘자신이 그 책의 주인임을 스스로 입증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디지털 타임스]는 선생이 부자 학생의 입김에 휘둘리다 간신히 준 그 ‘입증의 기회’를 ‘특혜’라고 표현하고 있고요.

 

   
 

우리는 여기까지 해당 기사의 중요한 포인트인 ‘특혜 논란’이 사실 ‘특혜’가 아니라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보다는 ‘당위성’에 가까운 개념이라는 것을 살펴보았지요. 게다가 마음 같아서는 특혜는커녕 정부의 막대한 케이블 디지털 전환 가능성과 살벌하기 그지없는, 아니..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를 황당한 채널재배치 예산 삭감까지 들어가며 지상파의 수난을 설명하고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또 자막고지와 가상종료로 인한 직접수신률 저하는 처참하기까지 하다는 것도 말하고 싶고, 사실 따지고 들면 2004년 디지털 전송 방식부터 모조리 이야기하고 싶은 정도니까요. 그러나 사실 이러한 부분은 상대적인 부분입니다. 정부 차원의 지상파 지원 정책도 분명 있었고 존재했기에, 후대의 방송 역사가 모든 것을 판단하도록 할 수밖에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디지털 타임스] 기사의 ‘특혜’가 진짜 ‘특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 갑자기 종합편성채널도 떠오르네요.

그런데 해당 기사의 심각한 문제점은 사실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자신들이 열거한 ‘특혜’를 죽 제시하며 그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지상파의 독과점’이라고 지적한 부분이죠. 상당히 위험하고 교묘한 언론 플레이입니다. 유료 매체의 수입 급감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핑계를 대기 어려웠던 것일까요. [디지털 타임스]는 ‘독과점’이라는 그럴싸한 명칭을 써가며 지상파 방송의 ‘특혜 아닌 특혜’를 반대하고 나섭니다. 동시에 대선 정국이라는 미묘한 시점과 강제로 엮어 재미있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디지털 타임스]가 음으로 양으로 지지하고 있는 유료 매체의 독과점 주장은 이중잣대에 불과합니다. 의무재송신과 종일방송도, 다채널 서비스와 난시청 해소도 마찬가지예요. 시간과 상황에 따라 유료 매체는 ‘독과점’과 ‘다양성’을 각각의 현안에 번갈아 들이대며 지상파 방송을 괴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괴물을 정부와 연결시켜 더 현실성 있는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거듭 말하지만, 해당 기사의 특혜 주장은 유령입니다. 특혜도 아닐뿐더러 전국 디지털 전환에 걸맞은 지상파 방송의 보폭 맞추기로 이해해야 하지요. 그런데 [디지털 타임스]는 관련 사실을 왜곡하고 이중잣대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지상파 방송을 정권과 연결해 싸잡아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면도 있을 수 있겠지요. 또 그런 이유로 MBC가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의 기치를 내걸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방송 기술의 분야에까지 무리하게 정치적인 해석을 시도하다 보면 그 해석의 논리까지 ‘무리수’가 되는 법입니다. 다양한 해석과 관점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글쎄요. 이번에 [디지털 타임스]가 제기한 대선 정국의 지상파-정부 밀약 음모론은 다각적인 분석으로 살펴봤을 때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창의력 백점입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