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온전한 인격체로서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던 때는 언제부터일까? 여기서 잔다르크처럼 한 때의 영웅전설을 통해 ‘특이한’ 서사구조를 보여주었던 시기는 빼도록 하자. 당시는 아주 특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의외로 여성은 역사의 주인공으로 전면에 서서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한지 불과 200년도 되지 않았다. 그것이 동양이든, 서양이든 말이다. 중세시대 ‘레이디’는 논할 가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영화 [히스테리아]에 주목하는지 모르겠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노동력의 집중으로 인해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진 시기. 이 영화는 당시의 영국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며 ‘여성’에 집중한다. 아울러 ‘여성의 내밀한 감성’을 해부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상류사회 여성들을 중심으로 히스테리아가 만연하던 19세기의 빅토리아 시대 런던. 항상 새로운 치료법 연구에 매진하던 혈기왕성한 젊은 의사 모티머. ‘히스테리아’ 전문 병원에 취직한 그는 현란한 손재주로 상류층 부인 사이에서 명성을 얻으며 병원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다. 그러나 빛나는 순간도 잠시, 손의 마비증세로 병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는 치료도구 개발에 전념하게 되는데…
이후로 글을 쓰기에는 조금 민망한 부분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운 그것. 하지만 영화 [히스테리아]는 바로 그러한 부분을 의외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모두의 눈 앞에 불쑥 내미는 발칙한 재미가 있다. 동시에 적절한 코미디적 요소와 극적인 긴장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여성의 사회성이라는 거창한 철학적 명제를 던져줌과 동시에 밑바닥 감성으로 무장한 흥미진진한 미소를 던지게 한다.
참고로 영화 [히스테리아]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다. 절대 B급 감성으로 이해하지 말 것. 여성에게 허락된 해방의 공간을 통해 두터운 고정관념을 단박에 날려버리는 이 영화는 사실상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성인남녀가 반드시 봐야할 바이블일지도 모르겠다.
감독 타니아 웩슬러 / 주연 매기 질렌할, 휴 댄시, 조나단 프라이스, 펠리시티 존스